필자는 얼굴을 아름답게 하는 의사다. 그런데 과연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어한다.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의 얼굴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아름다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 기자 말 보톡스를 맞고 성격이 바뀌었다는 사람들이 많다. 연극배우 Y씨가 그랬다. 그는 진지하고 심각한 성격이었는데, 배역도 성격과 비슷한 고뇌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그는 성격 탓인지 미간에 주름이 항상 잡혀있었다.
어두워 보인다는 주변의 평에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주름개선을 위해 보톡스와 필러를 맞았다. 미간주름이 없어져서 한층 더 밝아보이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나중에 그는 재미있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코믹한 역할에 도전하였다는 것이다.
다른 여배우 N씨는 반대의 경우를 겪었다. 애교가 넘치는 성격이었고 눈웃음이 트레이마크였다. 눈가주름이 고민이었던 그는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역시 보톡스와 필러를 맞았다. 그는 이후에 반대의 결과를 맞았다. 웃어도 웃는 것 같지 않아 보였고, 특유의 애교도 많이 없어졌다. 그리고 전에는 맡지 않았던 비련의 여주인공 역할을 맡기도 했다.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틸만 크루거는 안면근육이 감정상태를 표현할 뿐만 아니라 감정 자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견해를 발표했다. 미간을 찡그리는 것만으로도 부정적인 감정이 강해질 수 있고, 반대로 미간을 찡그리지 못하게 하면 부정적인 감정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런 견해를 안면피드백 이론(facial feedback theory)라고 한다.
연필을 입술로 물고 있을 때와 연필을 치아로 물고 있을 때의 기분을 비교한 연구가 있다. 연필을 치아로 물고 있을 때는 입꼬리가 올라가고, 미소지을 때의 기분을 느껴서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고 한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논하는 것처럼, 표정과 감정은 강력하게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얼굴근육 조절하면 감정의 변화가 이루어질까?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의 데이빗 해버스 연구진이 이 주제로 연구를 했다. 보톡스를 맞아서 인상을 찌푸리기 어려워진 실험대상자들에게 글을 읽게 했다. 밝고 긍정적인 내용, 슬프거나 화가 나는 내용 등 다양한 내용의 글을 읽게 했다. 그 결과,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다른 글보다 슬프거나 화가 나는 글을 읽는 시간이 평소보다 더 오래 걸렸다. 보톡스가 찌푸리는 표정을 억제하면서 부정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데 지장이 생긴 것이다.
일부 우울증 환자들에서는 미간을 찡그리는 것이 우울증 증상의 신호라고 한다. 그래서 보톡스를 미간 근육에 주입했을 때, 감정의 변화를 관찰한 연구가 이루어진 적이 있다.
2006년 미국의 에릭 핀지 박사는 다양한 연령대의 우울증 환자 10명에게 보톡스를 주사해 미간주름을 펴주었다. 그 결과 2개월 만에 9명의 환자가 의학적으로 우울증에서 벗어났으며 나머지 한 명도 상당히 기분이 좋다는 것이다(2006. 5 미국 피부외과학회).
영국 카디프대 마이클 루이스 박사도 비슷한 연구를 했다.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 중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있는 사람들에게 진짜 보톡스와 보톡스라고 속인 가짜주사를 투여했다. 진짜 보톡스를 시술받은 그룹은 80% 이상에서 효과가 있고 우울증상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이런 결과를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는, 미간을 찡그리는 표정으로 인해 우울한 감정이 생겼었는데 이런 표정을 못 짓게 되면서 우울한 감정 자체가 개선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 자기 수용성 피드백 작용이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사회적인 피드백이다. 미간을 찡그리지 않게 되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표정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루이스 박사는 눈가 주름에 보톡스 시술을 받은 여성들을 상대로 분석한 결과, 제대로 웃을 수 없어서 우울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위의 내용들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요즘 다양한 미용시술이 성행하고 있다. 이런 시술들을 하는 이유는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호감을 얻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눈가주름이나 팔자주름이 생긴다고 해서 억지로 웃음을 참거나, 무리하게 보톡스를 맞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현상에 집착하기보다 본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