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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경남지사는 23일 오후 경남도청에서 기자간담호를 열고 "경남도 서민 무상의료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23일 오후 경남도청에서 기자간담호를 열고 "경남도 서민 무상의료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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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에 기자회견한다고 했잖아요. 거기서 완전히 새로운 홍준표식 공공의료체계를 소개할 겁니다. 100을 넣으면 120, 130짜리 결과물이 나오는 새로운 공공의료예요."

홍준표 경상남도지사의 한 측근은 지난 1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예상보다 기한이 약간 늦어진 23일, 홍 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옛 민주노동당의 '무상의료'를 경남에서 처음으로 해보겠다"고 발표했다.

핵심은 2014년부터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의 본인부담금 전액을 도에서 지원하고, 서부 경남지역의 보건소와 보건지소의 시설 개선과 의료장비 확충을 추진하겠다는 것. 경남도는 여기에 도비 50억5000만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홍 지사는 또 "지방의료원의 공공성을 강화, 저소득층을 위한 전문병원으로 기능을 전환하자"며 조선시대에 서민 의료를 전담했던 '혜민서' 개념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새로운 홍준표식 공공의료체계'는 곳곳에 '구멍'이 있다. '무상의료'란 표현부터 문제다. 이보라 서울시 동부병원 내과과장은 "의료급여(1종 수급권자)는 원래 거의 무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본인부담금이 있지만 약국에서 500원, 일주일 입원비 1만 5000원 정도였다"며 "(경남도가) 보전해준다며 겉으로 생색내지만 원래 있던 제도"라고 평가했다.

의료급여 1종 환자, 무상의료... "원래 본인 부담 적어, 비급여는?"

보건복지부의 '2013 의료급여사업안내'를 살펴봐도 1종 수급권자는 1차 의료기관(의원)에 입원하든 2차(병원·종합병원)나 3차 의료기관(지정병원)에 입원하든 본인부담금이 없었다. 외래진료를 받을 때에는 일부 비용을 부담해야하지만 1차 의료기관은 1000원, 2차는 1500원, 3차는 2000원 정도며 약값은 500원이다.

이 외래진료비도 '건강생활유지비 지원제도'로 해결할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1종 수급권자가 외래 진료를 받을 때 본인부담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매달 6000원씩 지원하고 있다. 한편 2종 수급권자는 입원비의 10%, 외래진료비의 15%(1차 의료기관은 1000원)와 약값 500원이 그의 몫이다.

다만 선택진료비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같은 비급여 항목은 모두 본인부담이다. 그런데 경남도의 지원대상에 비급여 항목은 빠져 있다. 김정숙 건강세상네트워크 소수자건강권팀장은 "의료급여 환자들의 부담은 비급여 영향이 훨씬 큰데 (경남도 발표에는) 그 얘기가 빠졌다"며 "100% 지원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1차 의료기관이야 의료급여 혜택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2차 또는 3차 의료기관에서 수술이나 각종 검사를 받아야 할 경우 비급여 진료비가 든다. 김 팀장은 "종합병원급이라고 (의료급여 환자의) 비급여 진료비를 해결해주는 식으로 가야 할 텐데... (경남도 계획은) 서민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했다.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보건소와 보건지소를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100을 넣어 120, 130짜리 결과물이 나오는 새로운 공공의료'로 보기 어렵다. 보건소 등 열악한 1차 의료기관을 개선, 예방의료 기능을 강화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보건소가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을 대신할 수 없다. 그런데 경남도의 23일 발표에는 2차 또는 3차 의료기관 이야기가 아예 없다.

"진주의료원 문 닫고... 밥 뺏고 간식 주나?"

 지난 4월 7일 당시 진주의료원에 입원 중이던 환자들의 모습
 지난 4월 7일 당시 진주의료원에 입원 중이던 환자들의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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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24일 성명을 내 "진주의료원를 없애고 그 기능을 보건소로 옮기는 것은 일부만 가능하다"며 "보건소는 입원환자를 받지 않으며 소아과·안과·정신과 등 특수 진료는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을 폐원하며 '서민의료'를 말하는 일을 "밥을 빼앗고 간식을 주는 것"에 비유하기도 했다.

'지방의료원을 저소득층 전문병원으로 만들자'는 제안 역시 논란거리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가난한 것도 서러운데, 병원도 아예 따로 다니란 말"이라며 "빈민 차별을 넘어선 분리 정책이고, 공공의료를 조금이라도 고민했다면 내놓지 못할 황당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국민 모두가 건강보험증만 있으면 똑같은 의료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있게 한 제도가 있고, 조선시대에는 양반 중에도 부자만 치료를 받을 수 있었는데 왜 조선시대로 돌아가느냐"고 되물었다.

경남도의 제안은 당초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 이유를 '경영난'으로 꼽은 것에도 어긋난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1년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160만9481명이었다.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와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합친 5090만8646명의 3.2%에 불과하다. 우 실장은 "차상위 계층을 합쳐도 7%"라며 "지방의료원을 저소득층 전문 병원으로 만들면 진주의료원보다 적자가 훨씬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판 혜민서 도입'은 결국 한국 사회에 '공공의료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지는 셈이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공공의료 토론회에서 이진석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공공의료의 가장 본질적인 역할은 '양질의 적정 진료 제공'이며 특히 과잉진료·비급여 진료가 만연한 한국 현실에 있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석균 정책실장도 24일 "공공의료로 과잉진료를 제어하지 않으면 돈도 많이 들지만 국민 건강이 다 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주의료원 MRI검사비가 30만 원이고, 주변 민간병원은 40~50만 원인데 진주의료원이 없어지면 다른 병원들이 어떻게 하겠느냐"며 "저소득층 전문 진료 등을 제대로 하려면 공공병원을 늘려서 (공공병원이 세운) 적정진료 표준 지침을 민간 병원이 따라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진주의료원#공공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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