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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 82개 단체로 구성된 '여성장애인 보복살해사건 가해자 엄정처벌 촉구 공동대책위원회'가 2일 오전 대전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전지역 82개 단체로 구성된 '여성장애인 보복살해사건 가해자 엄정처벌 촉구 공동대책위원회'가 2일 오전 대전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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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는 이유로 여성장애인을 보복 살해한 가해자에 대한 엄정 처벌을 촉구하는 대전지역 장애인 및 여성·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울려 퍼졌다.

지난해 12월 4일 오전 대전 서구 용문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인 최아무개(38)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저녁 이 여성을 살해하고 도주한 뒤 3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힌 범인은 성아무개씨(61).

그는 지난 2005년 치매를 앓고 있던 50대 남성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4년 형을 마치고 출소한 상태였으며, 자신의 범죄가 드러난 결정적인 증언을 최씨가 한 것에 앙심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특히, 숨진 최씨는 지난해 9월에도 성씨가 출소한 뒤 자신의 거주지에 찾아와 살해협박을 했다고 경찰에 신고했고, 숨지기 얼마 전에도 신변보호요청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최씨가 숨진 채 발견됨으로 해서 경찰의 부실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었다.

성씨는 그동안 무인가 시설을 운영해왔으며, 숨진 최씨와 50대 남성도 성씨와 함께 생활했다. 이 과정에서 최씨는 물론 또 다른 중증장애인들에게도 수시로 폭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이 천사의 탈을 쓴 채 장애인들에게 폭력을 일삼고, 결국 두 번씩이나 살인을 저지른 성씨에게 법원이 솜방망이 처벌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대전지역 여성장애인 단체들의 주장이다.

대전여성장애인연대와,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대전여성단체연합 등 대전지역 82개 단체는 '여성장애인 보복살해사건 가해자 엄정처벌 촉구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성씨에 대한 2차 공판이 열리는 5월 3일에 하루 앞선 2일 오전 대전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성씨가 2005년 살인사건 때에도 '심신미약'을 주장하여 낮은 형량을 선고받더니, 이번 사건에서도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자신의 '정신감정'을 의뢰하는 등 고의적으로 재판 시간을 끌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20여 년 전 가족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가해자 개인이 운영하는 미인가 시설에서 살던 피해자가 끔찍하게 살해당했다"며 "당시 가해자는 피해 여성장애인은 물론 여러 중증장애인들에게 수시로 폭력을 행사했고 마침내 한 남성장애인이 목숨을 잃는 참사까지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오갈 데 없는 장애인을 돕는, 좋은 일 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던 가해자의 인면수심 살인 행위는 이를 목격한 피해 여성장애인의 증언으로 실형을 살게 되었고, 그는 출소 후  끝내 피해자를 보복 살해하고 말았다"며 "가해자가 저지른 살인행위를 증언했다는 이유로 중증 여성장애인을 협박, 미행하고 미리 준비한 흉기로 무자비하게 살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가해자는 이번 사건 이전에 자기 아들을 포함하여 이미 두 명을 살해한 살인 전과자로서 그때마다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형을 가볍게 받은 전적이 있다"면서 "또 자기가 저지른 살인 범행을 뉘우치거나 피해자에 대해 일말의 미안함도 없는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으면서 또 다시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절대로 보복성범죄가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만약 재판부에서 가해자의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여 낮은 처벌을 내린다면 누가 범죄를 신고하거나 증언을 하겠느냐"며 "이제라도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보복범죄로부터 피해자와 신고자, 증인을 보호하기 위해 범죄 출소자들의 관리 체계를 점검하는 동시에 가해자에 대해 엄정한 법의 심판을 내려 살아 있는 법정의를 실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규탄 발언에 나선 구미경 대전여성장애인연대 대표는 "두 번씩이나 살인을 저지르고도 심신 미약으로 정신감정을 받아 출소하여 3번째 극악무도한 짓을 저질렀던 자에게 법원은 또 다시 솜방망이 처벌을 하려 한다"며 "더 이상의 연극에 속아서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법원은 각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가해자 성씨에 대한 엄정처벌을 촉구하는 대전시민 500명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태그:#여성장애인, #보복살해, #대전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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