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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80 D5는 독일 디젤차에 결코 뒤지지 않는 연비와 달리는 힘이 좋아졌다.
 S80 D5는 독일 디젤차에 결코 뒤지지 않는 연비와 달리는 힘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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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기에 충실한 자동차란, 강인한 심장(엔진)에 단단한 뼈대(차체) 그리고 튼튼한 다리(타이어)로 안전하게 잘 달리면서 멈추는 차라고 하면 될까?'

신차를 탈 때마다 매번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다. 지극히 단순한 표현이겠지만, 이 기본적인 생각에서부터 명차들이 탄생한다.

볼보자동차 역시 그렇다. 브랜드 인지도가 국내 수입차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독일차(BMW·벤츠·아우디·폭스바겐)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기본에 가장 충실한 차다. '안전의 대명사'란 캐릭터를 부여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독일차가 안전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회려한 디자인과 딱딱한 서스펜션(하체) 그리고 절묘한 핸들링을 추구하는 독일 브랜드에 비해 볼보는 고집스럽고 억척스러울 정도로 안전을 강조해왔다. 주행성능을 포기했다기보다는 안전에 무게를 더 줬다.

3점식 벨트를 처음 적용한 것과 사이드미러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사각지대에 차량이 들어와 있는지 표시해주는 장치(BLIS :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역시 볼보자동차의 첫 작품이다. 요즘은 운전자는 물론 보행자 안전에 초점을 맞춰 신기술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억척스러울 정도다.

고집쟁이 볼보자동차를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볼보의 최고급 대형세단인 S80 D5(디젤) 2013년형이다. 독일 디젤차에 결코 뒤지지 않는 연비와 달리는 힘도 좋아졌다고 볼보 관계자는 말한다. 과연 그럴까? 평범한 외모와 기본기만 충실한 자동차로만 여겨왔던 기자의 선입관(?)을 깰 수 있을지 직접 시승해봤다.

 겉모습은 평범하고 무난하면서 질리지 않는다. 전형적인 패밀리 세단 스타일을 추구했다.
 겉모습은 평범하고 무난하면서 질리지 않는다. 전형적인 패밀리 세단 스타일을 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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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 무난하면서 질리지 않는 외모

겉모습은 평범하고 무난하다. 질리지 않는 단순미가 느껴진다. 요즘 자동차 디자인의 주류를 이루는 쿠페(자동차의 천장 높이가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스타일)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전형적인 패밀리 세단이다. 직선과 곡선이 적당히 버무려져 나름 안정된 느낌을 준다. 음식에 비유하면 건강식에 가깝다. 지나치게 짜거나 맵지 않다.

전체적인 인상은 부드럽다. 과거 볼보가 추구했던 네모난 모양의 각진 스타일에서 곡선을 많이 사용한 탓이다. 볼보의 패밀리 룩 아이언 마크도 간결하면서 세련돼 보인다. 아이언 마크를 감쌌던 박스를 없애서다. 눈매(헤드램프) 역시 온화하다. 눈에 띄는 부문은 굴곡진 리어램프다. 볼보의 트레이드마크다. 중후한 매력을 풍긴다. 빵빵한 엉덩이를 돋보이게 하는 듀얼 머플러도 싱글 때보다는 훨씬 멋스럽다.

 화려함 보다는 단정함을 강조한 실내.
 화려함 보다는 단정함을 강조한 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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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 보다는 단정함을 강조한 실내

실내는 단순하다. 간결하면서도 단정하다. 원목 느낌을 살린 소재들을 적절히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주려는 흔적이 돋보인다. 볼보 특유의 센터 스택(센터페시아)과 대시보드, 기어박스, 운전대 등이 그렇다. 특히 센터 스택 뒤쪽에 여유 공간을 만들어 놓은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핸드폰이나 부피가 작은 물건들을 쉽게 보관할 수 있게 했다.

야간운전 시 눈에 확 들어오는 LED 일루미네이션 기어 레버도 매력적이다. 무드 조명이 없어도 제법 분위기 있어 보인다. 가죽시트의 질감과 착좌감은 독일차 못지않게 포근하고 좋다. 공조장치 조작감 역시 부드럽다. 계기판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심플하며 군더더기가 없어 보인다. 실내공간도 넉넉하다. 특히 뒷좌석에는 성인이 3명이 타도 불편함이 없다.

 볼보의 트레이드마크인 굴곡진 리어램프는 멀리서도 한눈에 볼보차임을 알 수 있다.
 볼보의 트레이드마크인 굴곡진 리어램프는 멀리서도 한눈에 볼보차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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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 토크가 주는 짜릿한 달리기 성능

시동을 걸었다. 디젤 특유의 사운드가 들려온다. 듣기 싫은 소리는 아니다. 운전대에는 미세한 진동이 느껴진다. 초기 출발 느낌은 좋다. 부드러운 출발보다는 약간 거친감이 든다. 트윈 터보 디젤엔진이 뿜어내는 힘은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이다. 특히 저속 구간에서는 힘이 넘쳐 난다. 제원표상의 최대토크는 44.9kg·m(1500rpm). 이전 모델보다 토크가 높아져 순발력이 훨씬 좋아졌다. 때문에 웬만한 추월은 거뜬하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고 최고 속도로 달려봤다. 중저속 구간에서 넘쳐 나는 힘이 고속에서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렇다고 가솔린 차량처럼 다이내믹하지는 않다. 패밀리 세단이 추구하는 편안한 주행감은 살아 있다. 6단 자동변속기와 궁합은 잘 맞다. 변속충격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안정감 있게 달려 나간다.

속도를 높이면 엔진음과 하체에서 들어오는 소음이 풍절음과 맞물려 실내를 메운다. 기분 좋은 사운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귀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핸들링도 무난하다. 저속구간에서 약간 무겁고 고속주행에서는 가벼워졌다. 승차감은 단단한 느낌을 주는 독일차 보다는 다소 부드럽게 세팅했다. 브레이크 응답도 굼뜨지 않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연비도 이전 모델에 비해 확실히 좋아졌다. 실제 시내와 고속구간에서 측정한 평균 연비는 리터당 13.1km였다. 제원표상의 연비는 리터당 14.2㎞ 보다는 낮은 수치지만 운전습관 등을 고려하면, 괜찮은 수준이다.

 S80 D5는 2.4 트윈터보 디젤엔진을 얹어 최대토크는 44.9kg?m(1500rpm), 연비는 리터당 14.2㎞를 자랑한다.
 S80 D5는 2.4 트윈터보 디젤엔진을 얹어 최대토크는 44.9kg?m(1500rpm), 연비는 리터당 14.2㎞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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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차와의 경쟁무기는 가격대비 뛰어난 연비와 첨단 안전사양

S80 D5(2.4)는 독일차와 견주어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췄다. 배기량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경쟁차를 꼽으라면 벤츠 E220CDI나 BMW 520d를 들 수 있다. 이들 모델과 비교해 최고출력과 최대토크 모두 앞선다. 가격도 착하다. S80 D5의 국내 판매가격은 5890만원으로 경쟁모델인 벤츠E220CDI(6190만원)와 BMW 520d(6260만원)보다 낮다. 연비면에서도 만족도가 높은 차량이다.

하지만 문제는 낮은 브랜도 인지도가 걸림돌이다. 독일차의 그늘에 가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점은 볼보가 풀어야할 숙제다.

 S80 D5는 다양하고 첨단 안전사양을 장착해 경쟁모델과 차별화를 뒀다.
 S80 D5는 다양하고 첨단 안전사양을 장착해 경쟁모델과 차별화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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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볼 만한 안전장치

볼보는 안전에 관한 풍부한 장비를 갖췄다. 주간 35km 이내의 저속 주행 시 차량 전방에 보행자가 근접해 사고가 예측되면 자동으로 멈추는 보행자 충돌 방지 시스템과 앞차와의 간격이 좁으면 운전자에 알려주는 어탭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기능을 적용했다.

또 차선을 이탈하면 사이드미러에 설치된 카메라가 감지해 경고를 알려주는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BLIS)과 맞은편 차량의 빛을 감지해 라이트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액티브 하이빔도 넣었다. 여기에 앞 유리에 장착된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도로 표지 정보를 실시간으로 인식, 이를 계기판에 표시해주는 장치도 추가했다.

이밖에 핸들을 돌리는 방향으로 라이트가 양방향으로 최대 15도까지 회전하는 액티브 벤딩 라이트(ABL)와 후방 추돌 사고가 나면 앞좌석 등받이가 뒤로 자동으로 이동해 경추 부상을 최소화하는 기능(WHIPS)과 측면 보호 시스템(SIPS) 등을 마련했다.

정영창의 돌직구

힘과 연비는 이전모델에 비해 좋아졌지만 하체가 생각보다 단단하지 않다. 속도를 높이면 흔들림이 심하다.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한 기어 셀렉트 레버 역시 촌스럽다. LED의 고급스러움이 오히려 반감효과만 준다.

  S80 D5는 차선을 이탈하면 사이드미러에 설치된 카메라가 감지해 경고를 알려주는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BLIS)을 장착했다.
 S80 D5는 차선을 이탈하면 사이드미러에 설치된 카메라가 감지해 경고를 알려주는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BLIS)을 장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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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정영창 기자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 국장입니다. 이 기사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에도 실렸습니다.



#볼보 S80 D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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