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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웨이 6자 회담 의장 겸 중국 측 수석대표(자료사진).
 우다웨이 6자 회담 의장 겸 중국 측 수석대표(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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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첫째 주가 지나며 우다웨이(6자 회담 의장 겸 중국 측 수석대표)의 방북이 무산되는 모양새다.

지난 4월 12일부터 3일간 한·중·일 3개국을 돌고 돌아간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4월 16일과 17일(현지시각) 하원 외교위원회와 상원 외교위원회에 차례로 출석해 동북아 순방을 통해 얻은 결론, 즉 '북핵문제 해법'을 종합 보고했다.

이 보고에서 나온 결론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유일한 나라는 중국"이라는 것. 우다웨이는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는 중국의 북한 관련 실무 총책임자다. 더구나 워싱턴은 4월 22일에서 24일까지, 그와 더불어 '북핵문제 해법'을 내밀히 '조율'했다. 그런 그가 평양행을 유보한 것이다.

미국의 논법을 이어가 보자. 중국은 북핵문제를 해결할 '능력'은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을 해결할 '의사'다. 미국에게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확실한 길은 북핵의 강제 제거, 즉 북한 붕괴다. 멈칫멈칫 우다웨이가 애를 태우는 것은 필시 '북한 붕괴'까지 밀고 나갈 중국의 '의사'를 미국이 충분하고도 최종적으로 채워주고, 발동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미국, 중국을 움직일 수 있을까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4월 3일 '북한 핵 문제의 유일한 해법을 쥐고 있는 중국을 움직이려면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써서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취지의 사설을 내보냈다. "북한 비핵화 시 동북아 MD축소" 수준의 '좀스러운 물건'으로는 중국의 마음을 살 수 없으니 통 크게 거래하라는, 직전 유일패권국가의 제국주의적 충고다.

정당성·현실성 여부와 별도로 영국까지 나서서 훈수를 둘 정도라면, 북한 핵 문제를 놓고 조만간 미중 간 '거래'가 전면 가시화되는 것일까. 아니다. 세계의 패권을 놓고 다투는 오늘의 미중관계를 볼 때 아무리 이해관계의 부분 중첩이 존재한다고 해도 북핵문제를 놓고 미중이 서로 상생하는 거래를 할 수는 없다.

미국과 중국의 현대적 관계를 보여주는 두 가지 장면이 있다. 하나는 2011년 1월 미중 정상회담 공동성명이다.

"미국은 강력하고 번영하며 성공적인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환영하며 중국은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국가로서 평화와 안정, 지역 번영에 기여하고 있음을 환영한다."

인권문제·빈곤문제 등으로 중국을 헐뜯고, 중국 국민을 선동하던 미국이 중국을 두고 "강력하고, 번영하며 성공적"이라고 칭찬하는 것. 아시아의 분열과 갈등, 군사적 긴장 고조의 주역으로 지칭되는 미국을 중국이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지역 번영에 기여"한다고 추켜세우는 것. 이 대목에서 미국과 중국은 'G2'라는 이름의 새로운 이권공동체를 이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른 하나는, 2012년 1월 미국이 발표한 신국방전략지침이다. 주요 내용은 '2020년까지 군사력의 60%를 아시아에 집중한다'는 것인데, 이는 '아시아 회귀' '아시아 재균형' 전략으로 중국에 대한 전면적 압박을 행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2020년일까. "2020년대 초반에 중국이 GDP 기준으로 미국을 추월할 것이다"(2009년 4월 23일 도이체방크)는 전망은 이제 정설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지배 세력 입장에서는 그 이전에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야 한다. 상대보다 더 유리한 것으로 승부를 거는 법, 미국은 군사력을 택한 것이다.

미국이 일본을 후방에 두고 한국을 전방에 배치하는 기존의 대중 군사력 전개 축선 외에 호주를 후방으로 두고 필리핀·베트남을 전방에 세우는 새로운 축선을 완성해 나가는 것도, 미얀마와 인도를 강하게 끌어안는 것도,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촉진하는 것도, 아시아MD를 강화하는 것도 모두 그 발상에서 나온다. 마치 '거대제국 소련도 무너뜨렸는데 그보다 아직 약체인 중국 따위를 못 무너뜨릴까'와 같다. 군비경쟁으로 중국 경제 발목을 잡아 빈부 격차에 따른 중국 국민의 불만을 극대화하고, 어디든 틈이 생기면 군사 분쟁을 유발, 고대의 삼국지, 근대의 만주국을 재현하겠다는 '원대한' 구상인 셈이다.

따라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주한미군을 철수한다는 것은 미국에게는 '본말전도'나 다름 없다. 중국에서 '동북아 MD 축소'를 언급한 케리 국무장관이 미국에 돌아가서는 "중국과 어떠한 협의도 한 바 없다"고 말을 바꾸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그것조차도 미국은 그냥 흔들어보는 것이지 진짜로 사용할 카드가 아닌 것이다. 북한 붕괴로 중국을 유인해 낼 반대 급부, 즉 중국과의 '평화 공존'이 미국에게는 애당초 없다. 그러므로 중국을 움직여 북 핵문제를 해결한다는 미국의 대안은 근거가 없다.

중국, 북한을 압박할 '능력' 있을까

경제 분야에 있어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동등 관계'다.
 경제 분야에 있어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동등 관계'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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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응변으로 미국이 중국의 '의사'를 형성해 촉발시킨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의사만으로 '관계'가 맺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의사를 상대에게 관철할 능력이 따라붙어야 한다. 정치와 군사는 공개된 바, 경제 분야를 보자.

"중국은 북한이 사용하는 연료의 3/4을 공급하고, 북한의 금융을 외부와 연결하는 고리다, 중국의 지원이 없으면 북한은 무너진다"(지난 4월 18일 상원 외교위원회)는 케리 국무장관의 발언이나 "중국은 이번 문제에서 열쇠를 쥐고 있다, 중국은 원하면 (북한과의) 경제관계를 끊을 수 있다"(4월 7일 CBS방송)는 존 매케인 공화당 의원의 말 등은 중국이 북한을 압박할 경제적 수단을 갖고 있다는 설을 미국에서 설득력 있어 보이게 만들었다.

이러한 설은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사설(2월 6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원조를 줄여야 한다, 중국 정부는 이런 점을 미리 알려 북한의 환상을 깨뜨려야 한다"는 중국 측 일부의 목소리와 어울려 전 세계에 전파되고 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2006년의 1차 핵실험부터 북한 경제는 급격히 어려워졌어야 했고,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에는 더욱 궁핍해졌어야 했다. 또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가시적으로 확대·강화됐어야 했고, 그 결과 북한의 선택지에서 3차 핵실험은 지워졌어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1차 핵실험에 대해 중국은 공식 설명을 통해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반대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제멋대로'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던 중국은 2차 핵실험에 대해서 "또다시 핵실험을 실시한 것을 결사반대 한다"고 표현 수위를 낮췄다. 영향력 강화를 과시하는 모습이 아니라 영향력의 약화를 우려하는 모양새다.

간접적 암시는 많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북한의 주요 통계 지표'에 따르면 "2011년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0.8%를 기록, 3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났다"(내일신문 3월 18일 보도). 또한 세계식량계획(WFP)·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2012-2013 양곡연도' 기준으로 북한의 쌀, 옥수수 생산량이 전년보다 각각 11%와 10% 증가한 것으로 전망됐다(내일신문 3월 18일 보도).

중국 시진핑 지도부는 2020년까지 소강사회(小康社会)를 건설하겠다고 공약했다. 모든 국민이 중산층 정도의 생활수준을 누리는 소강사회를 앞으로 7년 안에 이룩하려면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해야 하며, 그 성과를 국민에게 돌려 내수를 키워야 한다. 동남부 해안을 따라 발달한 지금의 산업지대 외에 서부 내륙과 동북 방면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내수를 끌어올려 소강사회에 접근할 수 있다.

중국에게 북한은 동북 방면 경제개발의 성패가 몽땅 걸린 랴오닝 연해경제벨트와 창지투 개발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전략적 상대다. 랴오닝 벨트에는 압록강 하구의 황금평·위화도와의 협조가, 창지투 개발에는 동북부 나진·선봉과의 합작이 반드시 필요하다. 갑을 관계가 아니라 동등 관계, 이것이 경제의 영역에서 북중 관계다.

지난해 12월 북한의 우주로켓 발사를 이유로 미국이 유엔의 대북제재를 이끌어내자 북한은 "잘못됐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것을 바로잡을 용기나 책임감도 없이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야말로 자기도 속이고 남도 속이는 겁쟁이들의 비열한 처사"라고 중국에 일갈한 일. 그리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중국은 북한을 포기해야 한다'는 기고문을 낸 덩위원 중앙당학교 <학습시보> 부편집인을 중국 당국이 인사조치한 일. 이 일들은 '동등한 북중 관계'를 부인한다면 설명이 불가능하다.

미국의 카드, '해법 이하'라는 게 드러났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사진은 지난 4월 1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함께 한미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있을 당시 모습.
▲ 한-미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사진은 지난 4월 1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함께 한미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있을 당시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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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다고 해도 여전히 세계 유일 초강대국이며, 거미줄처럼 둘러친 정보망으로 지구를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미국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를까. 아니다. 그런데 왜 모르쇠로 일관할까. 4~5월 북미 간 '열전'은 미국인들에게 일종의 '충격'이었다. '머나먼 곳의 작은 나라'가 미국 본토 핵 타격을 위협하는 장면을 TV로 시청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8일 CNN 여론조사 결과, '북한이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다'는 여론이 조사 대상의 41%을 차지했다. 한 달 전보다 무려 3배나 높아진 수치는 이를 그대로 입증한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도록 방치한 책임이 미국 정부에게 돌아가고, 그 해결을 위해 북과 대화를 시작하라는 국민적 요구가 폭증하는 순간이 닥쳤다. '북을 변화시킬 유일한 나라는 중국'이라는 발상은 비상 탈출구를 여는 미국 정부의 주문이었던 것이다. 허무개그다. 

사실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우다웨이 대표가 지난 4월 22~24일 미국을 방문,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대니얼 러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 등 고위관리들과 두루 접촉한 것은 한반도 문제 해법과 대북 협상 등에 관한 미국의 '카드'를 확인하고 그 카드를 북쪽에 전달, 북미 대화를 성사시킴으로써 수수료를 챙길 목적이었다.

따라서 우다웨이의 평양행 불발은 미국이 내민 카드로는 도저히 계약이 불가능하다는 그의 계산이라 할 수 있다. 아니면 '카드를 보고 싶지도 않다'는 북의 거부에 따른 선택 중 하나일 것이다. 어떤 경우든 미국의 카드는 '해법 이하'라는 게 자연스레 드러난 셈이다.

북미관계를 풀어,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해소할 영향력을 가진 나라는 먼저 북한과 미국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자기가 아니라 중국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는 '북한을 자극할 우려 때문에' 지난 4월 유보했던 대륙간 탄도미사일 미니트맨3을 곧 쏘겠단다. 뒤로 빠져 문제해결을 회피하는 정도가 아니라 뒤로 빠져 우회 공격을 하는 것이다. 미국의 허무개그가 무서운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장대현씨는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입니다.



태그:#중국, #미국, #6자회담, #김정은, #우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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