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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아이들 단속을 해야할 아빠라는 녀석이 감히 주인의 이마에 피를 보게 하고 능청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콩돌이.
새벽, 아이들 단속을 해야할 아빠라는 녀석이 감히 주인의 이마에 피를 보게 하고 능청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콩돌이. ⓒ 박미경
머리 위로 무언가가 떨어졌다. 따끔했다. 이마를 만져보니 피다. 당했다.

지난주 토요일 새벽, 곤히 자다가 머리 위로 무언가가 떨어지면서 아픔에 잠에서 깼다. 옆을 보니 다섯 마리 고양이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콩돌이가 보였다. 내 옆에는 머리맡 책꽂이에 꽂혀 있어야 할, 한동안 읽지 않은 <전라도○○>이라는 잡지가 놓여 있었다.

손을 슥 대니 빨간 피가 묻어났다. 벌떡 일어나 거울을 들여다보니 이마에 10cm는 족히 될 것 같은 한 줄기 빨간 줄이 그어져 있었다. 빨간 줄 위로 송송 맺힌 핏방울이 보였다. 콩돌이가 떨어트린 책 모서리에 찍힌 듯했다.

이 녀석들은 야행성이라 그런지 아니면 저녁에 주인(고양이 입장에서는 때가 되면 밥 주고 화장실 치워주는 집사로 보이겠지만)이 있어 안심이 되어서 그런지 밤이면 특히 새벽이면 날아(?)다닌다.

그날도 그랬다. 다음 날이 일요일이라 아이들은 저녁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켬퓨터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아이들이 모두 잠들지 않으면 웬만해서는 잠이 들지 않는 나도 주말 저녁 케이블TV에서 방영해주는 영화를 보며 리모컨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고양이 녀석들도 그날따라 유난히 숨바꼭질을 하는지 다섯 마리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날아다녔다. 장식장 위로 올라가 TV를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다시 장식장 뒤를 빙 돌아 나왔다가, 작은 방으로 달려갔다가, 쇼파 위로 올라갔다가, 화장실로 뛰어들었다가 난리가 아니었다.

고양이가 컴퓨터 키보드 위에 뛰어가 자판을 누르면서 컴퓨와의 대화가 중단된 아이들이 야단치는 소리도 들렸다. 거실 한켠에 누운 나까지도 인정사정없이 밟고 지나갔다. 거실 한켠에 놓아둔 책꽂이 위로도 후다닥 올라다녔다. 저러다 사고 한번 치겠는데 싶었지만 설마 그러지는 않겠지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나는 꿋꿋하게 거실을 지켰다. 그러다 스르르 잠들었을 뿐인데.

이마에 난 빨간 줄... "엄마, 프랑켄슈타인이야?"

언젠였던가 그날도 녀석들이 이리저리 뛰고 올라다니다가 책꽂이 위의 두꺼운 책을 떨어트리는 통에 놀란 적이 있었다. 그 후로 웬만하면 책꽂이 근처에서는 잠이 들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다. 다행히 나는 요리조리 잘 피했지만 막내 남혁이 녀석은 언제였던가 녀석들이 떨어트린 책에 맞은 일이 있었다.

하긴 그 덕분에 아이들은 이층침대를 선물로 받긴 했지만. 막내가 초등학교 5학년이라 엄마와 떨어져 잠들 법도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아직까지도 잠잘 때면 엄마를 찾는다. 해서 거실은 나와 세 아이들이 뒤엉켜 잠드는 방이 됐다.

하지만 고양이 녀석들을 키우고 그 녀석들이 툭하면 무언가를 떨어트릴 것 같은 상황이 자주 예상되면서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피난처로 이층침대를 향해 지름신을 날렸다. 뭐 이층침대를 사달라 한 녀석은 여전히 내 품을 맴돌고, 엄마가 좋다며 이층침대는 비워놓고 쪼르르 내 옆으로 오기는 하지만.

그렇게 안전한 잠자리를 위해 노력했는데 그날 녀석들에게 당하고 말았다. 벌떡 일어난 나를 향해 달려온 아이들은 나를 보자마자 키득키득 웃었다. 그리고 남혁이의 한마디.

"엄마, 프랑켄슈타인이야? 얼굴이 왜 그래? 크크크크."

그래도 이마 위 빨간 줄을 머리카락으로 가리면 보이지 않을 거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내 기대와는 달리 나는 한동안 내 이마를 보며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는 이들에게 "고양이에게 당했다"고 해명해야 했다.

그리고 그후에도 녀석들은 여전히 가끔 기운이 넘치면 밤새도록 뜀박질하고 다녔다. 그리고 내 이마에 빨간 줄을 그어 놓은 콩돌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여전히 나만 보면 쪼르르 달려와 무릎 위로, 어깨 위로 안기며 골골거린다. 나쁜 남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콩돌이#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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