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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시에 특별한 연극을 하고 있는 이가 있다. 강경순(57, 여)씨가 그 주인공이다. 벚꽃이 활짝 핀 5월의 어느 봄날 한림대학교 앞 카페에서 성우 같은 단아한 목소리를 가진 그녀를 만나 특별한 봉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멈추기~ 생각하기~ 도와주세요~."

춘천시 동내면에 위치한 예랑 어린이집. 강씨가 인형극을 하는 날이면 유치원은 아이들의 노래 소리로 가득하다.

"연극으로 나쁜 사람 따라가지 말라고 해도, 노래만 기억하나 봐요."

인형극을 설명하는 강경순씨 실종아동예방을 위한 인형극을 시작하기전 강경순씨가 아이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 인형극을 설명하는 강경순씨 실종아동예방을 위한 인형극을 시작하기전 강경순씨가 아이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 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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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함께 4명의 주부들은 한 달에 2번 춘천 시내 유치원을 다니면서 아동실종예방을 위한 인형극을 하고 있다. 그녀가 단장을 맡고 있는 춘천중앙교회인형극봉사회. 5명의 여성들로 구성된 단체로 강씨가 큰 언니이자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인형극은 꼭꼭이라는 꼬마가 나쁜 유괴범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내용이다.

꼭꼭이, 꼭꼭이 엄마, 유괴범, 경찰관 등총 4개의 인형이 등장한다. 아이들은 인형극을 보는 내내 마치 자신이 꼭꼭이가 된듯 "따라 가면 안돼!"라고 목청껏 외친다. 무대 뒤편 강씨와 주부들은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웃음을 보인다. 그 와중에 손은 정신없이 움직인다.

"쪼그려 앉아서 팔만한 인형을 손에 끼고 연극을 하다보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에요."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강씨와 주부들은 쪼그려 앉아 인형극을 진행한다. 시간은 보통 20분 내외. 그동안 강씨와 주부들은 벌 아닌 벌을 받는다고 한다.

"인형극을 시작하면 20분은 팔을 들고 있는데, 너무 힘든 날은 옆에서 다른 사람이 받쳐주기도 해요."

"인원이 5명뿐이라 한 명이라도 빠지는 날은 연극 무대 뒤에서 땀 닦아주느라 정신없어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입가는 웃음이 번졌다. 이날 공교롭게도 한 명이 참석하지 못해 다른 주부가 유괴범과 경찰관 역을 동시에 하게 됐다.

유괴범과 경찰관은 극과 극의 역할이지만 강씨와 주부들은 거뜬하다고 한다. 강씨는 "5년 넘게 해왔잖아요", "1인 2역도 할 만해요"라고 말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공연 전 모여서 연습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다들 능숙해서 따로 연습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20분 남짓한 인형극이 끝나고 강씨와 주부들은 인형극에서 나온 노래와 율동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준다. 조금 지친 듯도 하지만 그녀들에게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그녀는 "아이들이 좋아하고, 이 일을 통해 느끼는 보람이 커서 그런지 힘들어도 즐거워요"라고 말한다.

강씨가 유치원을 다니면서 아동실종예방을 위한 인형극을 시작한 것은 5년 전이다. 복지 재단에서 그녀에게 아동실종예방을 위한 연극을 부탁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처음 2년 정도는 강씨와 주부들이 개인적으로 돈을 모아서 인형극을 했고, 그 뒤에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라는 복지기관에서 그녀들을 후원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이 전에는 청소년 상담과 새터민 돕는 일을 했다고 한다. 그녀는 "예전에는 청소년을 생각했다면, 지금은 그 대상이 어린 아이들로 바뀐 것일 뿐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다양한 일을 해온 그녀지만 유난히 이 인형극 활동은 애착이 간다고 한다.

"아이를 잃어 버린 적이 있었요 결국 찾긴 했지만 그때 그 심정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어요. 그래서인지 누구보다도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심정을 잘 알아요."

그녀는 자신의 지난 일을 떠올리면서 다른 부모들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인형극 활동을 더 열심히 한다고 한다.

실제로 인형극을 통한 교육이 예방효과가 있냐고 묻자 "춘천에서 유치원생이 실종됐다는 소식 들으셨어요?"라며 웃으며 반문하는 그녀이다. 강씨는 "저희가 하는 인형극 활동 때문인지 모르지만, 아직까지 춘천시내에서 유치원생들이 실종됐다는 이야기는 접하지 못한 것 같아요" 이어 "이러한 활동이 실종아동을 줄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강씨와 주부들은 인형극 활동을 통해  2012년 실종아동의 날 때 경찰청장으로부터 실종예방 부문 최초로 상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남편과 직장에 다니는 두 딸이 있다는 그녀. "남편이나 두 딸들은 제가 하는 일을 같이 하진 않지만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줘요." 그녀가 인형극활동을 꾸준히 지속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가족들의 든든한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녀는 "20년 넘게 많은 일들을 해왔어요" 라며 "지금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인형극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마지막 말을 건넨 후 봄을 닮은 환한 미소를 보였다.


#아동실종예방인형극#실종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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