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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나리다이샤 신사 정문입니다. 좌우에 놓인 것은 여우상입니다. 이 신사는 여우를 신의 심부름꾼으로 신성하게 여깁니다.
 이나리다이샤 신사 정문입니다. 좌우에 놓인 것은 여우상입니다. 이 신사는 여우를 신의 심부름꾼으로 신성하게 여깁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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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낮 교토 남쪽 이나리에 있는 이나리다야사(稲荷大社) 신사를 찾았습니다. 이나리다이샤 신사는 교토가 도읍지로 정해지기 이전부터 이곳에서 살고 있었던 하타(秦)씨의 가족 신을 모신 신사였습니다. 하타씨는 누에를 키워서 비단을 짜는 기술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로서 한반도에서 일본 교토에 건너온 사람들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이나리다이샤 신사는 풍년과 풍요의 상징 신사가 되었습니다. 오래전부터 교토에 자리 잡고 있었고, 한반도에서 양잠 기술과 더불어 농사짓는 법을 전해준 영험이 있는 신사로 알려졌기 때문인가 봅니다.

지금은 이나리다이샤 신사 부근이 모두 주택가가 되었지만 옛날에는 신사가 있는 산과 주변 들에서 농사를 지었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신에서 농사의 풍년을 신에게 기원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도리이가 신사 뒷산 꼭대기까지 거의 연속적으로 이어져있습니다. 산 아래쪽에서 보면 도리이 기둥 좌우에 봉납이라고 쓰여 있고, 산 위쪽에서 보면 좌우에 세운사람의 이름과 날짜가 쓰여 있습니다.
 도리이가 신사 뒷산 꼭대기까지 거의 연속적으로 이어져있습니다. 산 아래쪽에서 보면 도리이 기둥 좌우에 봉납이라고 쓰여 있고, 산 위쪽에서 보면 좌우에 세운사람의 이름과 날짜가 쓰여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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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다이샤 신사는 여우를 신의 심부름꾼으로 신성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겨울에는 산에 살다가 농사가 시작되는 봄이 되면 들로 내려와 지내는 여우가 사람들에게 신의 심부름꾼으로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곳 이나리다이샤 신사는 신사 뒷산 거의 꼭대기 부근까지 도리이로 이어져 있습니다. 이것을 이곳에서는 센본도리이(千本鳥居)라고 합니다. 꼭 도리이가 천 기 세워져 있다는 뜻이기보다는 많은 도리이가 세워져 있다는 말입니다.

도리이는 신사 입구에 세워서 신사가 신성한 곳이라는 것을 알리는 표지입니다. 도리이는 한자로는 조거(鳥居)라고 씁니다. 이 말은 새가 있는 곳이라는 말입니다. 새는 예로부터 영물로 여겼습니다. 인간이 지니지 못한 날개를 가지고 자유롭게 날아다닙니다.

   마침 감꽃이 피었다가 떨어지는 때입니다. 전날 내린 비로 감꽃이 떨어졌습니다.
 마침 감꽃이 피었다가 떨어지는 때입니다. 전날 내린 비로 감꽃이 떨어졌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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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인간이 가진 한계를 넘어서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여 사람의 영혼을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져다주는 성스러운 영물, 혹은 신의 뜻을 인가에게 전달해주는 매개물로서 새를 대접했습니다. 그래서 새가 거하는 곳인 도리이는 신성한 지역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되었습니다.

일본사람들은 가족 중에 상을 당하면 한 해 동안 신사나 절 출입을 삼갑니다. 혹시 가족 중 상을 당하고 한 해 안에 신사에 갈 일이 있으면 도리이 아래로 지나가지 않고 도리이를 피해서 도리이 옆 빈 곳을 통해서 갑니다. 상을 당하여 부정한 사람이 도리이를 지나가면 부정을 탄다는 속설에서 그렇게 합니다.

일본 사람들은 공장이나 회사 등에도 작은 신단을 만들고 도리이를 세워놓고 회사의 번영, 무사고를 기도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도리이는 신성을 상징하는 표시나 신이 거하는 곳이라는 표지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도리이를 신사에 세우는 것은 복을 받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리이 설치 가격이 쓰인 안내판입니다. 작은 것은 175000 엔에서 큰 것은 130 만 엔에 이릅니다.
 도리이 설치 가격이 쓰인 안내판입니다. 작은 것은 175000 엔에서 큰 것은 130 만 엔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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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다이샤 신사에서는 공개적으로 신도들의 도리이를 권장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도리이를 세우면 복을 받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작은 것은 17만5000엔에서 큰 것은 130만 엔에 이릅니다.

이나리다이샤 신사는 복을 기원하면서 세운 도리이가 관광명소가 되었습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연속적으로 세워진 도리이 속을 지나면서 도리이를 세우기 위해서 돈을 냈던 사람들의 기원을 몸으로 느껴볼 수 있습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몇 년 전 새로 수리한 이나리다이샤 신사 본전 옆 모습입니다. 본전 안에는 종이, 거울, 방울, 북 등 신성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6월 10일 모내기를 하기 위해서 모자리에서 모를 기르고 있습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몇 년 전 새로 수리한 이나리다이샤 신사 본전 옆 모습입니다. 본전 안에는 종이, 거울, 방울, 북 등 신성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6월 10일 모내기를 하기 위해서 모자리에서 모를 기르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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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법] JR교토역에서 나라행 보통 전차를 타고 가다가 두 번째 역인 이나리역에서 내립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나리다이샤 신사#센본도리이(千本鳥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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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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