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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 같으면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관한 보도가 거의 종료되었을 시점이지만, 올해는 며칠이 지난 지금도 계속 관련 기사들이 비중 있게 다루어지고 있고, 더욱 확대될 것 같은 양상이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5·18정신'을 훼손하고 '광주민주화운동'의 가치를 왜곡시키려는 불순한 세력의 음모와 책동이 불러온 일이다.

<조선일보>가 소유하고 있는 종편채널인 <TV조선>은 지난 13일 '장성민의 시사탱크'라는 프로그램에 '자유북한군인연합' 대표라는 임천용(가명)을 출연시켜 "북한군 특수부대 1개 대대병력이 광주에 침투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임천용은 1980년 당시의 광주 시민군을 "북한에서 온 게릴라"라고 표현했다.

또, <동아일보>가 보유한 종편 <채널 A>는 지난 15일 '김광현의 탕탕평평'이라는 프로그램에서 1980년 5월 광주에 남파되었다고 주장하는 전 북한군 특수부대원 김명국(가명)과의 인터뷰를 방송하면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 특수부대 개입설을 공중파 방송에 올렸다.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비롯한 일부 보수 성향의 사이트에는 연일 5·18민주화운동을 능멸하고 모욕하는 끔찍한 내용의 글들이 올라온다. 무지와 몰이성의 극치, 야만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의 일면을 그린 영화 <화려한 휴가>의 한 장면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의 일면을 그린 영화 <화려한 휴가>의 한 장면
ⓒ 영화 <화려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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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로부터 33년이 흘렀지만, 5·18민주화운동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임을 실감케 된다. 수구족벌언론들이 종편채널들을 소유한데서 5·18민주화운동의 현재진행성은 더욱 가중된 느낌이다.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5·18정신을 훼손하려는 불순한 세력들은 앞으로도 음모와 야욕의 사악한 발톱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4년 전에 처음 접했던 북한군 특수부대 개입설

나는 5·18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을 2009년에 처음 들었다. 물론 한나라당의 당원교육이나 무슨 행사 때에 귀순 북한군 출신이라는 사람이 1980년 5월 광주에 북한군 특수부대가 침투했다는 내용으로 강연했다는 짧은 기사들을 접한 적이 그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에 적은 둔 지인으로부터 그 말을 직접 들은 때는 2009년 7월이었다. 그해 7월 27일의 내 '생활일기'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2009년 7월 27일, 월요일. / 김은자 할머니 발인제에서 조사를 낭독함. 태안의료원 상례원에서 한나라당 사람으로 또다시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아무개 후배가 내게 "광주사태는 북한의 특수부대가 개입한 국가정체성이 관련되는 중대 사안"이라는 발언을 함. 다음에 또 그 따위 말을 하면 "그럼, 내년 지방선거 때 '북한군 특수부대가 개입한 광주사태의 진상을 밝혀 국가정체성을 확립하고,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 폐지 운동을 하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걸라. 그럼, "내가 네 말을 믿겠다"라는 말을 할 작정임. 반성할 줄 모르는 놈들의 속내와 어리석음을 다시 확인한 기분.

그때로부터 1년 후인 2010년 6월 6일, 나는 40여 명의 피붙이, 겨레붙이, 인연붙이와 지인들에게 '가족메일'이라는 이름의 글을 보내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적었다.  

○○군수로는 무소속의 ○○○씨가 당선했네. 그는 무소속으로 나왔지만, 본질적으로는 한나라당 사람일세. 한나라당 당원으로 애초에는 한나라당 유니폼을 입고 부지런히 움직였지. 모두들 그가 당연히 한나라당 공천을 받을 것으로 알았는데, 한나라당이 경찰서장 출신 ○○○씨를 '전략공천'하는 바람에, 다시 말해 한나라당에서 '팽'을 당하는 바람에 그는 무소속 출마했는데, 나는 그 순간 그의 당선을 예견했네. 급격한 동정표 쏠림 현상을 체감할 수 있었네. 한나라당에서 '팽'을 당한 것이 그야말로 그에게는 일대 행운이 되었네. 나는 그가 한나라당 후보로 나섰더라면 절대 당선되지 못했을 거라고 확신하네.

나는 이번에 ○○○씨를 지지하지 않았네. 그 까닭을 기록하겠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때는 '열린우리당' 후보였던 그를 적극 지지했네. 그의 본질이 열린우리당과는 잘 맞지 않고, 정치적 신념 또한 명확하지 않은 것을 잘 알면서도 단지 열린우리당 후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를 지지했지. 그때 많은 사람들이 이상한 지역감정을 조장했네. △△△ 후보는 안면도 사람이고, ○○○ 후보는 ○○ 사람이라는 식의 구분을 하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강조하곤 했지. 그것이 얼마나 천박하고 온당치 않은 것인가를 설명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네.

그후 열린우리당이 와해되고 민주당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씨는 민주당에 남지 않고 한나라당으로 가버렸네. 현실적인 이익을 저울질해서 한나라당으로 가버리는 모습에서 '철새' 기질을 느끼는 한편으로 한나라당이 그의 본질과 적합하다는 생각도 했지.

한나라당 입당 후 그는 천주교 신자가 되었네. 부인이 오래 전부터 신자 생활을 해왔으니 그의 입교는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지만, 나는 그가 입교한 날부터 앞으로 한나라당 후보로 군수 출마를 하리라는 예견 속에서 미묘한 부담감을 감내해야 했네.

그리고 지난해 7월 26일 그에게서 한나라당의 본질을 피부로 느끼고 확인할 수 있었네. ○○문학회 회원이셨던 김은자 할머니가 별세하셔서 태안의료원 상례원에서 문상할 때 상례원 로비 의자에 앉아 그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그 자리에는 문학회원 여러 명이 함께 있었네) 어쩌다가 '광주' 얘기가 나오게 되었네. 그런데 뜻밖에도 그에게서 놀라운 말을 듣게 되었네.

"회장님, 광주사태는 북한군 특수부대가 개입한 사건으로 국가정체성 문제가 관련되는 사항이므로 제대로 보셔야 합니다."

그 말 때문에 이런저런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그 설왕설래까지 기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 그때 받은 내 충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장소도 그렇고 시간도 그렇고 해서 긴 얘기는 하지 못했지만, 그때의 그 충격은 내 가슴에 시퍼렇게 남게 되었네.

"광주사태는 북한군 특수부대가 개입한 사건으로 국가정체성 문제가 관련되는 사항이다"라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한나라당 사람들에게서 나오고 있는 말이고, '당원교육'을 통해 지속적으로 전파된다는 것쯤은 내가 이미 알고 있던 사항일세.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나라당 사람들이 얼마나 반성할 줄 모르고, 조작과 왜곡의 버릇 속에서 사는 사람들인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고 보네.

나는 그날 이후 밤잠을 이루지 못하며 ○○○씨의 그 말과 관련하여 많은 생각을 했네. 그가 나를 너무도 모른다는 사실이 우선 섭섭했네. 나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차마, 또 감히 그런 말을 못하리라는 생각이었네. 나를 잘 알면서도 그런 말을 했다면 그는 나를 대단히 깔보고 무시한 것이 되네. 더욱 경망하고 경박한 소행이라는 생각일세.

얼마 전까지 열린우리당(민주당) 소속이었던 사람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한나라당으로 옮겨가서 당원교육에서 그런 말을 들었다고 해도 어떻게 그걸 내게 말할 수 있을까? 괘씸하기까지 한 심정이었네.

그때부터 나는 그를 심판하고 단죄해야 할 이명박의 졸개로 여기기 시작했네. 같은 천주교 신자이고, 내가 총회장을 할 때 주요 직책을 맡아 매월 함께 사목회의를 하고 같이 피정을 가고 했어도, 또 고장 후배에다가 초·중·고 후배라고 해도 그를 지지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네. 내게는 '대의'가 중요하지 사사로운 인연이나 인정 따위가 더 중요할 수는 없네.

그리고 나는 색다른 결심 한 가지를 했네. 그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 정식 후보 등록을 하게 되면 공개 질의를 할 생각이었네. <○○신문>의 지면을 빌리거나 인터넷 매체 지면을 이용해서라도 이런 질문을 하려고 했네.

"내게 '광주사태는 북한군 특수부대가 개입한 사건으로 국가정체성 문제가 관련되는 사항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것의 구체적인 논거를 제시할 용의는 없는지? 또 그것이 지금도 변함없는 신념인지? 군수 선거 공약에는 어울리지 않겠지만, 광주민주화운동은 북한군이 개입하여 국가정체성 문제가 결부됨으로 한나라당 차원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국가기념일에서 제외하고 모든 서훈자들과 유공자들의 지위를 취소 박탈하는 일을 전개하도록 정식 건의할 용의는 없는지?"

이상 몇 가지 사항들을 정식으로 공개 질의할 생각이었네. 하지만 그가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을 한 바람에 나는 아쉽게도 이 공개 질의를 '미룰' 수밖에 없었네. 여기에서 내가 '포기'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미루다'라는 용어를 쓴 것은, 언제라도 공개 질의를 할 기회와 가능성이 있으리라는 전제이기도 하네.

나는 그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으리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사사로운 인연이나 인정 쪽으로 가치를 두느냐, 이명박 심판이라는 '대의' 쪽에 가치를 두느냐 하는 갈림길에서 잠시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광주 영령들도 생각하는 마음으로 대의를 좇기로 했네. 우리 고장에서 이명박의 졸개가 당선되는 상황이 빚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확고히 했네.

그리하여 나는 △△△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네. 물론 자유선진당이 좋아서 그런 건 아닐세. 자유선진당은 불원간 소멸할 쓸모가 없는 정당임을 잘 알고 있네. 또 △△△군수에게도 문제가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네. 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는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네. 그래서 내가 사는 고장에서는 이명박의 졸개가 당선되는 불상사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여 '축시' 낭송까지 했던 것일세.

그런데 ○○○씨가 그만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고, 그 탈락이 그에게는 일대 행운이 되는 현상, 급격한 동정표 쏠림 현상을 체감하면서 나는 쓴웃음을 지어야 했네. '동정표'라는 것이 사실은 얼마나 몰이성적인 것인가. 우민(愚民) 대중의 또 한 가지 유형이고 특성일 뿐이지만, 대세를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그냥 웃고 말 수밖에 없네.

아무튼 ○○에서는 한나라당 공천 탈락, 동정표 쏠림 현상으로 ○○○씨가 너끈히 당선되어 군수 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나는 언제고 기회가 되면 그에게 공개질의를 할 생각일세. 그는 이제 공인이 되었으니, 내가 사석에서 질의를 하는 것보다는 공적으로 질의를 하는 것이 더 어울리리라는 생각일세. 그가 오래 무소속으로 남을 것 같지는 않네. 정치 지형의 변동에 따라 다시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정당 '복귀'를 할 것 같은데, 그가 어느 당을 선택하든지 간에 입당 시기에 내가 공개 질의를 할 생각이네.

그래야 지난해 7월 27일 그에게서 들은 말 때문에 시퍼렇게 멍든 내 가슴이 어느 정도는 치유될 것 같네.

'5·18정신'의 회복과 유지는 참 민주주의의 길

하지만 나는 아직 그에게 공개 질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당선했던 그는 선거법 위반(허위사실 유포)에 걸려 대법원에까지 간 재판 결과에 따라 취임 8개월 만에 군수 자리를 내놓고 말았다. 그리고 2011년의 4·27재보선 선거에서 다시 자유선진당 후보가 군수 자리를 차지했다.

내년(2014년)이면 다시 지방선거를 맞게 된다. 현 군수가 3선이라 무주공산이 될 터이기에 군수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의 이름이 벌써부터 지역신문의 지면에 오른다. 대부분 새누리당 사람들이다. 자유선진당이 새누리당으로 흡수된 바람에 새누리당은 지방선거에 나설 인물이 넘쳐난다. 반면 민주당 등 야권은 인물이 없을 지경이다.

2010년의 지방선거에서 당선했다가 도중하차한 예의 ○○○씨의 거취도 주목된다. 그가 '복권' 되어 다시 군수 선거에 출마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가 만약 복권이 되어 정당에 복귀하거나 무소속으로 다시 군수 선거에 나서게 되면 나는 그에게 수년 동안 보류해 온 공개질의를 할 생각이다. 

5·18정신을 훼손하고 광주민주화운동의 가치를 왜곡시키려는 불순한 세력의 음모와 책동이 계속된다면 그것이 그에게는 힘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가 내 공개질의에 어떻게 대응할지 더욱 흥미롭다. 그가 지금에라도 자신의 잘못된 인식을 인정하고 내게 사과를 한다면 나는 공개질의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차제에 5·18정신을 훼손하려는 불순 세력에 대한 철저한 제재가 필요함을 주장하면서 내 의견을 제시한다. 종편채널 방송 등 보도매체에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북한군 특수부대 개입설을 주장한 자들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만에 하나 조금이라도 그게 사실이면 당시의 정보기관과 군 관계자들을 조사해야 한다. 북한군이 어떤 경로로 어떻게 침투했는지를 소상히 밝히고 그에 따라 엄중 처벌해야 한다.

또 북한군 개입설이 날조된 것이면 날조의 이유와 경위를 밝혀야 하고, 국가보안법 위반, 내란선동죄,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의 죄를 물어야 한다. 그런 단호한 제재만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정의와 평화를 살려내는 길이다.


#5.18민주화운동#북한군 개입설#수구족벌언론#종편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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