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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슬 잔디의 솜털에 맺힌 이슬과 피어난 찔레
아침이슬잔디의 솜털에 맺힌 이슬과 피어난 찔레 ⓒ 김민수

뜰에 피어난 찔레꽃의 향기가 그윽합니다. 아카시아꽃의 향기가 떨어지는 꽃잎과 함께 시나브로 떠나는 계절에 더욱 진한 향기로 피어나는 찔레꽃입니다.

앵두나무 꽃 떨어진 자리에 열매들이 맺혀 있습니다. 한 달이 되지 않아 탐스러운 붉은 열매를 선물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꽃 떨어진 자리마다 작은 선물들이 맺혀 있었던 것입니다.

잔디밭을 걷다보니 밤새 내린 이슬이 잔디의 솜털에 간간히 남아있습니다. 도시가 아닌 시골이었다면 복사열의 양이 적고 흙에서 올라오는 습기가 도시보다는 많을 터이니 장관이었을 것 같습니다.

아침이슬 잔디 솜털에 송글송글 맺힌 이슬
아침이슬잔디 솜털에 송글송글 맺힌 이슬 ⓒ 김민수

그래도, 이 정도의 이슬방울을 도시에서 만난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아름다운 것,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 같은 것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 우리 일상에 있다는 이야기들은 잘 알려진 이야깁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우리 일상에 들어온 아름다운 것들을 놓치고 살아갑니다. 보는 눈이 열리지 않아 보이지 않고, 듣는 귀가 열리지 않아 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겐 기적이 필요합니다. 눈을 뜨는 기적과 귀가 열리는 기적과 아름답고 힘을 주는 말을 할 수 있는 혀가 풀리는 그런 기적 말입니다.

상처를 주는 말들이 너무 많은 시대입니다. 근거 없는 말로, 순간의 쾌락을 위해 쓰레기같은 말들을 내뱉고는 그 말이 칼날이 되어 남을 찌르고 자신을 찌르는 그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슬 잔디의 솜털에 맺힌 이슬
이슬잔디의 솜털에 맺힌 이슬 ⓒ 김민수

그러나 알아야 합니다. 그런 말들이 결코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현실이 아무리 고달픈 것 같아도 아름다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아름다운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현실 속에서 아름다운 것을 바라보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것을 바라본다고 해도 현실은 변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다면 더더욱 아름다운 것을 보기 위해 힘써야 할 것입니다. 어차피 똑같은 상황이라면 좋은 것을 보는 이들이 덜 상처를 받는 것이니까요.

참이슬이 맺혔습니다. 피어난 찔레꽃이 이슬 안에 새겨진 아침입니다. 그들을 담으려 무릎을 꿇으니 무릎에 흙의 기운이 느껴지고, 그들 앞에 무릎을 꿇고 얼굴을 들이대고 그들을 바라보니 찔레향이 코를 간지럽힙니다.

하루를 살아가면서 흙과 이렇게 가까이 내 몸을 밀착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흙으로 돌아가는 훈련의 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름다운 것, 그것은 멀리에 있지 않습니다. 아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한탄만 하면 내 마음을 다치고, 내 마음이 다치면 내 주변에 있는 이들도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5월 24일, 아침에 담은 사진입니다.



#이슬#찔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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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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