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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전두환 장남도 페이퍼 컴퍼니'
'전 비자금 수사 때... 장남 페이퍼컴퍼니 설립'
'전재국, 페이퍼컴퍼니... 동생 뭉칫돈 나온 2004년 설립'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은 4일 아침 공교롭게도 국내 3대 보수신문인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가 동시에 쏟아낸 의제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과 그의 아들을 겨냥한 것이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특히 <조선>과 <동아>는 1면으로도 모자라 사설에서까지 이 문제를 다뤘다. 마치 자사 기자들이 오랜 기간 공을 들여 탐사 취재한 것처럼 그럴싸하게 포장해 내보냈다.

그러나 보수신문이 호들갑을 떨며 자사의 특종처럼 보도한 이날 의제는 전날 비영리 독립 언론이 제공한 것이란 점에서 씁쓸하기 그지없다. 전날 <뉴스타파>는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4차 명단을 발표하면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 이름을 올렸다.

<뉴스타파> 받아쓰기 바쁜 언론들

 3일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공개한 전재국씨 관련 방송 리포트 화면.
3일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공개한 전재국씨 관련 방송 리포트 화면. ⓒ 뉴스타파

<뉴스타파>는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보유한 한국인 명단 245명 가운데 한국을 주소지로 기록해놓지 않은 86명의 명단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영문으로 'Chun Jae Kook'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블루 아도니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사실을 파악했다"면서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업체인 PTN의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바탕으로 관련 자료를 정밀 분석한 결과, 영문 이름 'Chun Jae Kook'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임을 최종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뉴스타파>는 지난 5월 22일 "비밀리에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국민의 알권리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 판단한다"면서 이수영 OCI 회장 부부를 비롯한 재계인사 5인의 명단을 1차로 공개한데 이어 5월 27일에도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등 7인을 추가로 발표했다. 또한 30일에는 김석기 전 중앙종금 회장과 이수형 현 삼성전자 준법경영실 전무 등 5인을 공개하며 이들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비자금 조성 등에 나섰을 의혹을 폭로한 바 있다.

지난 이명박 정권의 잇단 낙하산 사장 임명으로 방송사들마다 공영성과 중립성이 훼손되고 방송인들이 줄줄이 해고돼 거리로 내몰릴 무렵, 해직기자들이 중심이 되어 제대로 된 방송을 국민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만든 대안방송이 주류언론들의 의제설정을 좌우하고 있다. <뉴스타파>의 의제설정 과정을 지켜보면서 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을 맞는 국내 주류언론의 참담한 현실을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뉴스타파> 구성원들은 대부분 MB정권의 언론장악과 낙하산 사장의 탄압에 의해 방송현장에서 쫓겨난 언론인들이란 점에서 출범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들은 각 공영방송사를 대표했던 기자 또는 PD출신들이다. 무엇보다 열악한 취재 환경 속에서도 국민의 알권리와 공공의 이익이라는 언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뉴스타파>의 노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대목이 있다. 그건 바로 국내 주류언론들의 받아쓰기 행태가 놀라우리만치 민첩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틈만 나면 '대한민국 최고 신문' 또는 '1등 신문'이라며 자화자찬하던 보수신문들과 '국민의 방송'을 강조하던 지상파 방송사들은 왜 그동안 이 문제에 침묵했어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자존심은 제쳐두고 <뉴스타파>의 고발내용을 옮기느라 분주한 모습이 볼썽사납다.

그나마 <뉴스타파>가 공개했으니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더라면 어두운 침묵의 카르텔 속에 묻혀버릴 중대 사건들이라는 점에서 새삼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해주는 언론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되며, 국민이 알고 있는 수준은 또 얼마나 척박한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5․18 광주학살의 주범인 신군부와 신군부 최고 실세였던 전두환을 미화하거나 그의 추징금 문제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던 보수신문들이 이제 와서 전두환 비자금 의혹이 있는 전재국 페이퍼컴퍼니를 집중 보도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 변하지 않는 언론환경

그러나 한편으론 의제파급(agenda-rippling)과 역의제설정(reversed agenda-setting) 현상이 대세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익명의 네티즌 또는 비주류 커뮤니케이터에 의한 제보나 발화의 내용이 대중에게 확산되어 결국 주류 미디어 의제로까지 번지는 이러한 현상은 최근 인터넷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대중화되면서 증가하고 있다.

<뉴스타파>가 조세 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운영하면서 탈세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사들의 명단을 연이어 공개해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것도, 주류 미디어들이 뒤따라 받아쓰는 모습은 이러한 현상과 닮았다. 주류언론을 주눅 들게 만드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으로써 그 가능성이 충분히 엿보인다.

조세피난처 4차 명단은 전두환 전 대통령 장남 전재국 3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비영리 독립언론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동취재한 결과물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4차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뉴스타파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Chun Jae Kook)씨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블루 아도니스'(Blue Adonis Corporation)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사실을 밝혔다고 공개했다. 왼쪽부터 이근행 PD, 김용진 대표, 최승호 PD.
조세피난처 4차 명단은 전두환 전 대통령 장남 전재국3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비영리 독립언론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동취재한 결과물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4차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뉴스타파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Chun Jae Kook)씨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블루 아도니스'(Blue Adonis Corporation)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사실을 밝혔다고 공개했다. 왼쪽부터 이근행 PD, 김용진 대표, 최승호 PD. ⓒ 권우성

비영리 독립 언론 <뉴스타파>가 국내 주류 미디어가 다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언론의 본령을 위해 새로운 가능성과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는 점은 반길만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을 맞는 이 시점에서도 황폐화된 언론환경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할 수 있다.

정치적 중립성이 전제돼야 할 방송통신위원장 자리에 대통령 측근을 앉혀 MB정부 시절 최시중 방통대군을 연상시키더니,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하는 대변인 자리에 온갖 반대를 무릎쓰고 고집한 윤창중은 결국 대통령 방미 기간 중 성추행 사건을 일으켜 청와대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어디 그 뿐인가. 정수장학회 이사장에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김삼천 전 상청회(정수장학회 장학생 모임) 회장이 선임되면서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청와대는 정수장학회 이사장 선임에 관여한 바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논란이 돼 박 대통령 취임 직후 자진 사퇴한 최필립 전 이사장의 후임으로 또 다시 친박 인사를 앉힌 것은 불통인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또한 '김재철 아바타'로 지목돼 온 MBC 김종국 사장은 취임 이후 '김재철 라인'을 대거 지역사 사장 등에 내정해 '그 밥의 그 나물'이라는 비판과 함께 MBC의 공정성·중립성 복원은 점점 멀어져만 가는 형국이다.

여기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터무니없는 북한 개입설을 내보낸 TV조선과 채널A는  비판 여론이 들끓자 겨우 사과를 했지만, 종편 허가 취소 요구로 확산되는 등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언론자유국' 지위 회복 가능할까

국민들이 주류언론 대신 비영리 독립 언론에 눈과 귀를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한국은 여전히 '부분적 언론자유국'이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내전이 이어지는 아프리카 말리(46위)와 말라위(53위)가 한국과 같은 부분적 언론자유국이라니 더는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가 지난 5월 1일(현지 시간) 발표한 '2013 언론자유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인 197개국 중 나미비아, 칠레, 이스라엘과 함께 공동 64위에 머물렀다. 우리나라는 MB정부 마지막 해였던 2012년 68위였으며 2011년엔 70위, 2010년엔 67위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보다 언론자유 순위가 약간 올랐지만 올해도 '언론자유국'의 지위를 회복하지 못한 것은 MB정권 내내 이어진 방송사 낙하산 사장 임명 등 정권의 방송장악으로 비롯된 최장 파업, 언론자유를 위해 싸우다 해고당한 언론인들 증가, 선거기간 편파보도 시비 등이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언론 자유 지수는 첫 발표된 2002년 39위로 출발해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06년 31위로 최고를 기록한  이후 MB정부 들어서면서 곤두박질하기 시작해 70위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 취임 100일을 앞두고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사이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잘하고 있다' 또는 '긍정적 평가'에 응답한 비율이 각각 65%, 65.4%에 달했다고 앞다투어 보도했다. 그러나 정작 취임 100일을 맞는 4일에는 비영리 독립 언론 <뉴스타파>가 전날 공개한 내용을 받아쓰기 바빴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독립적으로 장기간 탐사보도에 전념할 수 있는 언론'으로 한국의 여러 주류언론들을 제치고 <뉴스타파>를 선택한 이유는 주류, 일등, 최고를 자처하는 한국 언론들이 유감스럽게도 사회 감시기능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주류언론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슈들을 외면하면서 정권이 원하는 내용만 받아쓰거나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부 시대 역시 '언론자유국' 지위를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뉴스타파#박근혜정권 출범 100일#대안언론#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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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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