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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마이뉴스>는 공유 경제와 공유 기업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기사가 나간 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공유 경제는 쓰지 않는 자원을 필요한 이에게 '공유'하는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창출하는 모델입니다. 이를 위해서 수요와 공급을 빠르게 연결하는 인터넷 기반 플랫폼, 플랫폼을 관리하며 돈을 버는 기업, 이 둘 모두를 잘 이용하는 소비자가 필요합니다. 그래도 잘 와 닿지 않으시죠? 특히나 '무형자원'을 다루는 공유기업은 더욱 그럴 겁니다. 그래서 직접 체험해보기로 했습니다. [편집자말]
 프리랜서 일을 하면서 고용주에게 돈을 받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프리랜서 일을 하면서 고용주에게 돈을 받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자
: "제가 받은 돈은 50만원이에요. 홈페이지 제작사와 일을 했는데, '경력이 없으니까 일단 100만 원, 작업에 시너지가 생기면 50만 원을 더 주겠다'는 거예요. 일은 다 해서 넘겼고 수정도 한 번 했어요. 그런데 50만원이 들어온 이후 나머지 돈이 안 들어와요. 수정할 게 있으면 차후 연락하기로 해서 일이 다 끝난 지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지인을 통했으니 안 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데,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요?"
이남희 액션스타트 프로젝트 매니저(이하 이 매니저) : "그런 경험을 한 프리랜서 창작자가 굉장히 많아요. 대부분 떼먹히더라고요."

기자가 <오마이뉴스>에 입사하기 한 달 전쯤, 홈페이지 제작업체의 원고 작성 일을 하게 됐다. 프리랜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또한 처음에 제시받은 돈을 못 받거나 떼먹히는 경험, 어떻게 돈을 받아야 할지 전전긍긍한 경험 역시 처음은 아니다.  프리랜서 '을'을 경험해본 적 있다면 돈 얘기 꺼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것이다. 이 매니저는 "프리랜서 창작자 중 90%가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박진호 액션스타트 대표 : "계약서 쓰셨어요? 연락은 먼저 해보셨나요?" 
기자 : "아뇨. 아직…."

기자는 박 대표의 질문에 모두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계약서'를 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의뢰인이 말을 꺼낸 적도, 스스로 그 개념을 떠올린 적도 없다. 그러다 종종 피를 봤다. 이번에도 그저 구두 약속을 믿고 기다리고 있었다.

박 대표는 액션스타트가 구축한 계약 노하우를 알려줬다. 

"작업을 위해 자료를 조사하고 계획하는 시간, 실제 작성 기간을 모두 합쳐보세요. 회의에 참석하려고 이동한 시간과 작업을 맡기 전 사전 조사 기간도 포함해요. 일반적인 하루 근무시간, 8시간을 앞의 기간과 비교하면 내가 며칠간 일을 했는지 따져볼 수 있어요."

박 대표는 입사 후 받은 한 달 월급과 프리랜서로 일한 돈을 비교하면 창작에 들어간 노동이 어느 정도 대우를 받았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원론적으로, 프리랜서 창작자는 일반 직장인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직원에게 월급 200만 원을 준다면 실제 쓰는 돈은 400만 원이에요. 직원을 위한 공간, 각종 집기, 회식비용, 교육비, 사수가 직원을 담당하면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부분까지 치면 최소 2배죠. 이 모든 비용이 들지 않는 프리랜서한텐 200만 원도 적게 주는 건데, 그것도 제대로 주지 않는 업체가 많아요."

지나간 내 프리랜서 경험들을 떠올려봤다. 내 돈…….

 프리랜서 창작자들과 회의 중인 박진호 액션스타트 대표(제일 안쪽). 소셜벤처 인큐베이팅 회사 sopoong의 신사동 사무실로, sopoong은 소셜벤처 회사들을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프리랜서 창작자들과 회의 중인 박진호 액션스타트 대표(제일 안쪽). 소셜벤처 인큐베이팅 회사 sopoong의 신사동 사무실로, sopoong은 소셜벤처 회사들을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 액션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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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스타트, 창작자에게 필요한 계약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박 대표와 이 매니저는 프리랜서 창작자에게 좀 더 좋은 작업환경을 조성해주고자 2011년 8월, 액션스타트를 시작했다. 이 매니저는 프리랜서 창작자들이 작업 외적인 부분, 의뢰인과의 관계 때문에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매니저 : "보통 계약서를 쓰지 않고 작업하니까 나중에 돈 문제 때문에 땅 치고 후회하는 사람들 많죠. 작업을 진행하면서 의뢰인과 창작자 간 쓰는 용어나 개념이 달라 소통 문제도 생겨요. 프리랜서는 혼자이기 때문에 의논할 상대도, 도움 받을 사람도 없어요."

액션스타트는 의뢰인이 필요에 따라, 가장 적합한 창작자를 연결하고 작업비의 10%를 진행비로 받는다. 기존 업체보다 낮은 수수료율, 창작자와 맺는 관계의 형태는 기존의 인력 에이전시와 차별점이다.

박 대표 : "액션스타트는 창작자가 기존 계약 관계에서 혼자 부담해야 했던 일을 함께합니다. 기존 업체는 프리랜서 창작자에게 하청을 준 후 수수료를 받는 걸로 일이 끝나요. 저희는 계약 전 의뢰인을 만나 견적과 기한부터 정해요. 창작자가 계약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여러 정보들도 모으고요. 가장 중요한 금액 문제도 저희가 먼저 처리하죠. 의뢰인이 청구 비용을 무리하게 깎으려들거나 떼먹는 경우 저희가 나섭니다."

만약 기자가 액션스타트를 통해서 일을 받았다면? 작업비의 90%를 마음고생 없이 확실히 받았을 테고, 작업에 필요한 자료 조사 시간과 노력도 아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금액만 따지면 적어도 90만원은 받았을 거란 얘기.

이밖에 액션스타트의 또 다른 업무는 계약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이다. 액션스타트는 작년 6월, 프리랜서 창작자들을 위해 디자인 용역 계약서를 홈페이지에 무료 게시했다. 갑을 관계 대신 창작자와 의뢰인이란 수평적 관점으로 기존 디자인진흥원의 계약서를 재가공했다.

액션스타트의 이런 활동은 돈 이외에, 프리랜서 창작자의 권익 보호라는 사회적 가치의 창출로 이어진다. 서울시의 공유도시 프로젝트인 '공유허브'의 파트너, 씨씨코리아(Creative Commons Korea)는 돈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라는 인센티브 창출이 공유경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씨씨코리아 리더인 윤종수 서울북부지방법원 판사는 지난달 <창업, 공유경제를 만나다>행사에서 "지금껏 기업이 인센티브를 얻는 방식은 콘텐츠를 판매하는 것 하나였으나 이제 명성, 신뢰, 사회적 가치 같은 인센티브를 얻는 기업가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필요한 것은 직접 행동(action!)"

 액션스타트가 공개한 계약서
 액션스타트가 공개한 계약서
ⓒ 액션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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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액션스타트가 공유 중인 계약서를 다운받아 봤다. '2조 계약기간, 금액 및 대금의 지급' 조항이 눈에 띈다. 그 중 2항이 눈에 띄었다.

"회사"는 계약금액을 정함에 있어 의뢰 단계에서 정한 금액에 대하여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대금감액 등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대하여 통상 지급되는 대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준으로 결정하거나 강요하여서는 안된다.

여러가지 조언에, 법적 보호장치인 계약서까지 얻었다. 하지만 이미 끝나버린 일에 돈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신이 생기지 않았다.

기자: "이미 떼인 돈을 받아낼 수 있을까요?"

박 대표: "계약서를 써두지 않았다면, 돈과 관련된 문자나 메일을 찾아보세요. 돈 문제로 통화한 내용을 녹음해두는 것도 좋아요.

하지만 얼마 전까지 나쁘지 않은 관계로 일한 사람과 돈 문제로 싸우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초짜 프리랜서 창작자라면 각종 교통정리 및 사후 관리를 해주는 이런 업체들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액션스타트는 자사의 방식을 프리랜서 시장에 퍼뜨리기 위해 회사모델을 시장에 오픈(Open)했다. 이후 이곳처럼 10%의 진행비를 받고 유사한 관리 서비스를 해주는 업체들이 생겼다고 한다. 

박 대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창작자가 스스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작을 잘 하기 위해서 창작 외 부분도 잘 알아둬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도 일하는데 걸린 시간과 결과물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박 대표가 서비스해주는 것처럼 내 창작물의 가치를 다시 매길 순 없겠지만, 최소한 처음 제시 금액은 받을 수 있게끔 업체와 연락해봐야겠다.

아, 하지만, 역시 쉽진 않을 것 같다. 



#공유기업#공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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