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이 잘못한 게 없다. 자기들이 잘못해서 생긴 일 아니냐. 그런데 우리 보고 왜 나가라고 하느냐. 여기 계속 있고 싶다." (정아무개 할아버지)"여기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으라고 해서 지은 집 아니냐. 자기들이 있으라고 해서 지은 입이 아니다. 환자들을 위해 만든 집에 환자가 있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 그런데 왜 나가라고 하느냐." (송아무개 할머니)진주의료원 8층 병실에 입원하고 있는 두 환자는 <오마이뉴스>와 5일 오후 단독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 할아버지와 송 할머니는 간호사와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점심식사를 한 뒤 휠체어를 타고 복도에 나와 있었다. 진주의료원 현관 주변에는 농성이 벌어지면서 긴장감이 높지만, 이곳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해 보였다.
이날은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추진을 한 지(2월 26일) 100일째 되고, 경남도가 폐업 발표(5월 29일)한 지 8일째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는 의료원 로비에서 농성한 지 이날로 99일째다.
폐업 방침 발표 당시 환자는 200명 이상이 입원해 있었는데, 지금은 2명뿐이다. 당뇨·치매 등을 앓고 있는 송아무개 할머니는 2010년 7월부터 고혈압·당뇨·치매 등을 앓고 있는 정아무개 할아버지는 2012년 6월부터 입원해 있다.
남은 환자들은 공중보건의로부터 1주일치 처방전을 받아 약을 받아 치료해 오고 있다. 폐업 발표 뒤 경남도는 환자들의 퇴원을 종용하고 있는데, 이틀 전부터는 병실에 있던 텔레비전도 나오지 않았다. 한 간호사는 "어르신들은 하루동안 텔레비전 보는 게 낙인데, 이제는 그것조차 할 수 없다"며 "텔레비전에서 의료원 뉴스가 나오면 누구보다 깊은 관심을 갖고 걱정하셨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한 두 환자는 밝은 표정이었다. 치매를 앓고 있지만, 이날 두 환자는 또렷하게 자기 주장을 펴서 옆에서 지켜보던 간호사들이 놀랄 정도였다.
"우리 같은 사람이 여기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 정 할아버지는 "여기 있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경남지사한테 할 말이 없느냐고 묻자 정 할아버지는 "할 말 없다, 이곳에 있게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송 할머니는 "여기서 나가버리면 다시 들어 올 수 없다, 여기 있다가 나간 사람들도 다시 오고 싶어 한다, 얼마 전 어느 요양원으로 간 사람도 꼭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며 "여기서 나가면 갈 데도 없다, 꼭 여기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경남도, 환자 가족 사생활 침해"보건의료노조는 경남도가 환자들의 퇴원 강요를 위해 보호자의 사생활까지 추적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지난 5월 31일 경남도 파견 공무원으로 보이는 남자 2명이 환자가족의 집까지 찾아가 사진을 찍고, 환자가족의 사생활까지 추적하여 캐묻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날 송아무개 할머니의 딸이 살고 있는 집에 남자 2명이 찾아와 5분 동안 계속 문을 두드렸고, 조용해진 후 딸이 밖으로 나가보니 주인집 할머니가 "남자 2명이 와서 집 주변 등을 사진 찍고 갔다"고 얘기했다는 것.
보건의료노조는 "주인 할머니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얘기해 주었다"며 "주인집 할머니가 '남의 집 앞에서 뭐하는 거냐?'라고 물으니 '2층에 누구가 살고 있느냐? 몇 명이 사느냐? 전세는 얼마고 월세는 얼마냐? 몇 시에 들어오냐?' 꼬치꼬치 물어보았다"고 밝혔다.
이어 "남자 2명은 '그 집 누구가 오빠와 성이 다르더라,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고, '우리가 왔다 갔다는 말 하지 말고, 이런 거 물어보고 갔다는 말도 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에 주인집 할머니가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었더니 '우편물이 자꾸 반송되어 가져왔다'고 대답했다"고 덧붙였다.
보건의료노조는 "우편물을 받지 않은 것이 없고, 모두 받아 반송될 우편물이 없는 상태였고, 5월 31일에는 우체국에서도 오고, 경상남도에서도 우편물을 가지고 왔다"며 "5월 31일 도착한 우편물은 '퇴원하지 않으면 6월 3일부터 하루 50만 원씩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같은 정황을 볼 때 경남도에서 파견한 공무원들이 우체국 직원인 것처럼 가장한 채 진주의료원에 입원해 있는 송 할머니 가족인 딸의 가정집을 방문하여 퇴원을 종용·협박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환자 가족은 경남도에서 가정집으로 찾아오는 것에 대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이들이 찾아와 사적인 사항들을 꼬치꼬치 캐묻고, 가정사까지 타인에게 알려주고 간 것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남도, 환자 2명에 진료비 청구소송 압박경남도는 남아 있는 두 환자의 퇴원을 위해 보호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경남도는 폐업 뒤에도 입원해 있는 환자 보호자(연대보증인)를 대상으로 진료비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경남도는 하루 45~50만 원의 진료비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전에 환자들은 하루 10만 원 안쪽의 진료비를 부담해 왔다.
정장수 경남도 공보특보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폐업에도 의료원에 남은 환자의 보호자를 대상으로 진료비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3일 오후 퇴원한 정아무개 환자에 대해서는 소를 취하하기로 했다"면서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휴업을 발표한 4월 2일 이전 체납 진료비와 4월 3일 이후 지난달 말까지 순수 진료비를 청구하고 이달 이후 진료비도 별도로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남도는 두 환자의 경우 각각 1050만 원과 633만 원의 진료비를 체납한 상태라 보고 있다. 정장수 공보특보는 "이들이 순수 진료 목적으로 본인의 뜻에 따라 입원 중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진료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100일간 투쟁해 왔고, 꼭 승리할 것"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지부 조합원들은 의료원 로비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진주의료원에는 경찰이 배치되어 있고, 경남도청 공무원 수십명이 하루 2교대로 의료원 현관 앞에 배치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진주의료원 탄압에 불법적인 공무원 동원을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는데, 진주의료원 현관에는 성명서 전문이 붙어 있다.
5일 오후 진주의료원 로비에서는 '결의대회'가 열렸다. 보건의료노조 전국 지부장들도 참석했다. 유지현 위원장은 "진주의료원 정상화와 재개원 투쟁을 하고 있는데 6월 들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며 "우리는 100일 동안 삭발식, 단발식, 철탑농성, 노숙단식투쟁 등 너무 많은 투쟁을 해왔는데, 꼭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남도는 의료원 폐업 발표를 한 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해고 통보를 한 뒤, 조합원들이 받지 않았다고 하니까 다음 날 '일일특급 우편'으로 보냈더라"며 "의료원을 지키고 있는 조합원에 대해 강제이행금을 물리겠다고 하니, 아직 법원에서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지만 우리는 불안하지만 끝까지 투쟁하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국회에서 여야가 '광우병 쇠고기 파동' 이후 5년만에 처음으로 진주의료원 사태와 관련해 국정조사에 합의를 했는데, 제대로 된 국정조사가 되어 폐업의 부당성이 밝혀지고, 강성귀족노조로 매도된 명예가 회복되어야 할 것"이라며 "그래서 홍준표 지사를 심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숙 보건의료노조 경희의료원지부장은 "우리는 2002년 119일 파업 투쟁을 했던 적이 있다"며 "엊그제 총장이 참석한 속에 '노사 합동 연찬회'를 하는데, 진주의료원 사태가 언급되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안외택 보건의료노조 울산경남본부장은 "103년을 지켜온 진주의료원을 한 사람(홍준표) 때문에 모두가 힘들어 하고 있다"며 "100일을 달려오면서 힘들었고, 일희일비 하기도 했지만, 무슨 일이 있다라도 우리는 승리하기 위해 투쟁하고 꼭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해고자에 대해 90일분의 평균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노동법에는 해고할 경우 1개월 전에 사전통보하도록 규정해 놓았는데, 경남도는 이를 지키지 않고 지난 5월 29일 폐업 발표와 함께 해고 통보한 것이다.
진주의료원 노사 단체협약에는 사전 해고통보를 하지 않았을 경우 90일분의 평균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해놓았다. 그런데 경남도는 이같은 단체협약을 인정하지 않고 30일분의 통상임금을 해고 수당으로 지급하겠다고 했다가 고용노동부 진주지청으로부터 '단체협약이 우선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야당 진주시의원 "이창희 진주시장 입장 촉구"진주시의회 통합진보당·무소속 류재수·강민아·김미영·김경애·서은애 의원은 진주의료원 사태에 대한 이창희 진주시장의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의원들은 5일 오후 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주의료원에서 일하던 많은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있는 이 심각하고 절박한 상황에 진주시장은 아직도 침묵 중이다"고 밝혔다.
이들은 "홍준표 지사의 강성노조 해방구라는 어이없는 거짓말로 폐업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 경남도의회를 찾아가 정상화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뜻을 전하고, 진주의료원에서 경남도청까지 도보행진을 하고 진주의료원 정상화 촉구 결의문까지 만장일치로 채택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의원들은 "긴급현안질문, 5분 발언, 시정 질문을 통해 진주의료원 문제에 진주시장이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며 "당리당략을 떠나 진주시민의 건강권과 진주시의 자산을 지키는 것이 진주시장의 책무라고 여겼기 때문에 그때마다 진주시장은 묵묵부답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또 의원들은 "진주시 보건소장은 진주의료원 이사회에 참여해서 휴·폐업에 동의하고 복지부의 진주의료원의 폐업신고를 신중하게 처리하라는 지침을 무시하고 폐업신고 한시간여만에 일사천리로 수리해서 진주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진주시는 이미 4월 9일 폐업 신고 처리절차에 대해 복지부에 질의했고 두 차례에 걸쳐 답변을 받았고, 이 모든 사실을 하급 공무원이 보고하지 않아 몰랐다면 심각한 행정체계의 문제이고 진주의료원 문제를 과장선에서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다면 진주시장의 안이한 상황인식에 어이가 없다"고 밝혔다.
이창희 진주시장에 대해, 의원들은 "시의원들과 만남의 자리에서 약속했듯이 진주의료원이 재개원 할 수 있도록 경남도의회에서 해산조례안 만큼은 막아달라고 간곡히 호소하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창희 시장은 홍준표 지사와 같은 새누리당 소속이다.
8~9일 진주의료원 앞 '생명텐트촌' 설치보건의료노조는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를 내걸고 다양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제대로 된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8일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전국 생명버스'가 운행된다. 전국에서 1000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데, 서울에서는 8일 오전 8시 양재역에서 버스가 출발한다.
'진주의료원 지키기 생명텐트촌'이 8~9일 사이 진주의료원 앞에서 만들어진다. 이미 보건의료노조와 민주노총 경남본부, 시민사회단체들은 진주의료원 지키기를 위해 지난 1일부터 의료원 앞에서 '텐트촌'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오는 11일 오후 1시, 18일 오후 1시 경남도의회 앞에서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 폐기, 진주의료원 정상화 결의대회"를 연다. 경남도의회는 6월 11~18일부터 임시회를 여는데, 첫날과 마지막날 본회의를 연다.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은 지난 5월 임시회 때 상정해 놓았고, 6월 임시회 때 심의하기로 했던 것이다.
또 보건의료노조는 진주의료원에서 '강제 퇴원' 환자 실태조사를 벌이고, 남아 있는 환자들에 대한 '손해배상금 해결을 위한 범국민적 모금운동'을 전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