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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의 파업, 햇수로 3년째 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이는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
 6번의 파업, 햇수로 3년째 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이는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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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수로만 3년, 지난 2011년 5월 노조를 결성해 민주노총 비정규직노조인 '평등지부'에 가입한 뒤 여섯 번의 파업과 50일 동안의 단식농성(자세한 투쟁일지는 기사 하단 박스 참고)을 벌였던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이 지난 5월 29일부터 전주대 정문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청소노동자 노조 인정', '임금 노동조건 개선' 등의 요구가 담긴 단체협약 체결이 바로 그것.

기간 이들이 벌인 농성도 세 번 이상이나 된다. 6차 파업 당시에는 전주대 총장실을 점거하고 '민주노조 인정', '성실교섭' 등을 요구하며 이태식 평등지부장이 학생회관 앞에서 50여 일 동안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이 요구한 민주노조 인정 문제는 청소용역을 맡은 ㈜온누리(이전에는 온리원)가 단체협약만 체결하면 해결되는 문제였다. 지난해 7월 6차 파업을 70여 일간 벌이고 업무복귀를 결정할 당시에는 사측이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런데 1년이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청소노동자들과 사측은 단체협약 체결을 두고 평행선을 걷고 있다.

전주대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14일째 접어든 지난 11일, 이들을 만나봤다. 이들은 이날 정문에 연대하러 온 학생,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작은 노래자랑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파업과 투쟁, 업무복귀를 반복해 지칠 법도 한데 저마다 웃음꽃이 입가에 가득하다.

"사측이 애간장 태워도 우리는 강해진다"

햇수로 3년이 지나고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에게 민중가요는 익숙한 노래가 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노동자들이 부르고 있다.
 햇수로 3년이 지나고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에게 민중가요는 익숙한 노래가 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노동자들이 부르고 있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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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도 얼고, 녹고, 또 얼기를 반복하면 단단해진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사측이 우리의 애간장을 태우는 만큼 우리도 강해진다. 이제는 포기라는 단어는 잊었다. 아줌마에서 이제 노동자 투사가 됐다."

한 청소노동자의 말처럼, 2011년 5월 전주대 본관 계단에서 어색하게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배우던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은 이제 당당하게 팔을 치켜올리며 이 노래를 부른다. 해맑던 미소조차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때는 그 자취를 감춘다.

이태식 평등지부장과 오윤임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에게 지난 기간 동안의 투쟁 과정과 최근 현황을 직접 들어봤다.

"전주대 법인이 잠정합의안 용납하지 않는 것"

11일 열린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의 작은 노래자랑.
 11일 열린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의 작은 노래자랑.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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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동안 단체협약과 노조인정을 두고 투쟁을 벌이고 있다. 소회를 말해달라.
오윤임 전주대·비전대 현장대표(이하 오 대표) : "지난해 여름 6차 파업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지난해에 마무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또다시 투쟁을 해야 된다는 현실이 마음을 착잡하게 한다. 빨리 투쟁이 끝나면 좋겠다."

- 노조가 천막농성에 들어가고 나서 지난 4일 교섭을 통해 잠정합의안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태식 평등지부장(이하 이 지부장) : "조합활동 보장과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내용의 합의를 봤다. 2013년 임금도 최저임금에서 60원 인상하는 것으로, 노사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내용이다. 교섭 요청은 수차례 했지만, 올해 처음 만난 자리에서 2시간 만에 정리했다. 청소노동자들의 요구가 미약하기에 사실 오랜 시간이 걸릴 문제는 아니었다. 결국 마음가짐이다. 사측이 노조를 인정하겠다는 것인데, 햇수로 3년이 걸렸다."

오 대표 : "조율을 하면서 뜻밖에 쉽게 풀리는 것을 볼 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서로 대화하면 풀릴 일인데 이렇게 긴 시간이 필요했을까. 더 빨리 끝날 수 있는 문제였다."

- 잠정합의 후 도장을 찍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 지부장 : "㈜온누리의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전주대 법인 신동아학원이다. 학교법인은 제3자라며 항변하고 있지만, 결국 ㈜온누리의 정책 결정에 최대 주주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학교법인이 용납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노조가 생기고, 천시받는다는 생각 안 해요"

11일 열린 작은 노래자랑에서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이 나와 합창을 했다.
 11일 열린 작은 노래자랑에서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이 나와 합창을 했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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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5월 노조가 생기기 전과 지금은 무엇이 다른가?
오 대표 : "과거에는 우리가 천시받는다는 느낌이 강했다. 실제로 회사가 무리한 요구를 해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청소하면서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이의를 제기한다. 현장에서 있다 보면 정말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 그동안 청소노동자를 자주 봐왔는데, 이들의 처지는 어떤가?
이 지부장 : "과거 이들의 휴식 공간은 주로 계단 밑 창고 같은 곳이었다. 한마디로 유령이라고 볼 수 있다. 학교를 깨끗하게 만드는 존재지만, 그들이 학교에서 보이면 안 됐다. 그리고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노동 강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임금을 줄여왔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이 사회에서 가장 약한 계층인 중년 여성들이 희생됐다. 또한 수도권과 비교하면 임금 격차도 큰 수준이었다."

- 노조가 생기고 임금이 과거보다 올랐다. 살림살이는 좀 좋아졌나?
오 대표 : "전에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쳤지만, 지금은 그나마 최저임금은 받고 있다. 그런데 최저임금 받고 윤택하게 사는 노동자가 이 땅에 있나? 물가도 오르고 경제적인 부분은 여전히 어려운 것이 청소노동자다."

- 파업 동안은 임금 보전도 받지 못하면서 힘들게 투쟁했다. 어떻게 버텼나.
오 대표 : "우리 조합원 중에는 전주대·비전대 직원 소개로 들어온 분들이 많다. 가족보다는 이런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조합원이 많았다. 한 직원은 우리 조합원에게 '나 그만두면 당신이 책임 질거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힘들어하는 조합원들이 더 열심히 투쟁했다. 투쟁하면서 우리는 동지라는 생각이 강해져서 그런 것 같다."

"슈퍼 갑 횡포, 노동 존중되는 세상 만들어야 막을 수 있어"

11일 전주대 정문 앞 천막농성장에서는 작은 노래자랑이 열렸다. 이태식 평등지부장이 조합원들과 즐겁게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11일 전주대 정문 앞 천막농성장에서는 작은 노래자랑이 열렸다. 이태식 평등지부장이 조합원들과 즐겁게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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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막을 친 것도 사측이 교섭에 나오지 않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 이번 잠정 합의를 투쟁의 마무리로 봐도 되나?
이 지부장 : "단체협약 내용은 아까도 말했지만 어려운 게 아니다. 진정성 문제다. 진정성이 있다면 체결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진행해야 할 것 같은데, 미온적인 것으로 볼 때는 시간 끌기인 것 같기도 하다. 아직 긴장을 늦추기는 부족하다."

- 청소노동자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렇게 고통받는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 지부장 : "'대기업' '슈퍼 갑'들의 횡포가 과연 지금 사회에서 바뀔 수 있겠나? 시장경제가 존재하는 한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것이다. 비정규직·저임금 문제는 항상 있을 것이다. 노동이 존중되는 경제구조로 변화돼야 한다. 반드시."

2012년 7월, 6차 파업을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은 같은 해 12월 학교가 방학을 하면서 나서 조금 생긴 시간을 이용해 전국의 투쟁사업장을 방문했다. 최근에는 평등지부 내 다른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격월로 투쟁사업장 순회 방문을 하고 있다.

오 대표는 "유성기업·택시 등 다른 노동자를 찾아 힘도 주고 용기도 얻으려 했지만, 오히려 마음이 아파 힘들었다"며 "우리보다 그분들이 더 빨리 현장에 복귀하면 좋겠다 마음이 들었다"고 순회 방문 소감을 전했다.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 투쟁일지
노조를 만들고 2011년 8월 첫 파업까지 이들에게 투쟁은 낯선 것이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8월 첫 파업에 나선 뒤 전주대 본관 앞 집회에 참가한 청소노동자들의 모습이다.
 노조를 만들고 2011년 8월 첫 파업까지 이들에게 투쟁은 낯선 것이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8월 첫 파업에 나선 뒤 전주대 본관 앞 집회에 참가한 청소노동자들의 모습이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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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은 2011년 5월 노동조합을 결성한 이래로 '노동조합 인정' '단체협약 체결'이라는 노동자의 기본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만 2년 1개월 동안 파업만 여섯 차례. 파업 일수는 140여 일. 이 과정에서 평등노조 전북지부 이태식 지부장이 50여 일 단식하기도 했고, 전주대 총장실 점거, 삼보일배 투쟁도 벌였다. 그간 현장에는 작고 큰 변화들이 생겼고, 여성노동자들은 더욱 단단해졌다. 그리고 오늘도 노동기본권을 위해 싸우고 있다.

2011년 5월. 노동조합 결성.
2011년 7월 21일. 투쟁선포식
2011년 8월 19일 ~ 8월 25일 1차 파업
2011년 8월 30일 ~ 9월 26일 2차 파업
2011년 12월 22일 ~ 23일 3차 파업.
2012년 1월 4일 ~ 30일 4차 파업
2012년 3월 8일 ~ 3월 9일 5차 파업
2012년 5월 7일 ~ 7월 16일 6차 파업. 이태식 지부장 단식농성 49일.
2013년 5월 29일 ~ 천막농성돌입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청소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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