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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을 "현대조선소 경비원의 아들"로, "고리사채로 머리채를 잡혀 길거리를 끌려다니던 어머니의 아들"이라고 했다. 이런 삶은 새누리당 다른 구성원들과는 달랐다. 고백하면 새누리당 정치인 중 그를 거의 유일하게 신뢰했다.

지난 2011년 7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가 되었을 때 "한나라당 지지자는 아니지만 한나라당이 실패하는 것보다는 성공해 내년 총선과 대선이 남탓 선거가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진검승부를 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그가 이끄는 한나라당호가 성공 하기를 바랐다.

조선소 경비원 아들인 '그'를 신뢰했는데...

그리고 지난해 4월 총선에서 패배한 후 "30년 공직생활을 마감합니다. 이제 자유인으로 비아냥 받지 않고, 공약으로부터도 해방되는 자유를 얻었습니다"라는 글을 남기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을 때 아쉬웠다.

하지만 그는 돌아왔다. 지난해 12월 19일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른 경남지사 보궐선거에서 비록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취임사에서 "앞으로 벼랑 끝에 놓인 대다수 서민의 삶, 소외된 사람들부터 꼼꼼히 챙기고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서민 도지사가 되겠다. 가지지 못하고 힘 없는 사람의 편에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정의로운 도지사가 되겠다"고 약속할 때 박수를 보냈고, 믿었다.

 진주의료원
 진주의료원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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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믿음은 두 달 만에 깡끄리 무너졌다. 지난 2월 26일 103년 역사를 가진 진주의료원 폐업을 선언하더니 "강성노조", "노조해방구", "잡음·비난 있어도 기차는 간다", "공공의료는 박정희 대통령 때 의료보험이 도입되면서 출발한 좌파정책"이라는 숱한 말을 쏟아내면서 끝내 진주의료원 폐업을 관철시켰다.

한때 '홍반장'으로 불렸던 그는 이제 '홍도저'로 불린다. 진짜 이름은 '홍준표'다. 홍 지사가 아무리 진주의료원 폐업을 밀어붙이고 싶어도 경남도의회가 거부하면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경남도의회는 홍 지사 편이었다. 경남도의원은 총 58명이다. 그 중 새누리당이 40명이다. 아무리 야당이 반대해도 '쪽수'가 안 된다. 도의회는 지난 11일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날치기 강행처리했다.

2010년 홍준표 "1996년 노동법 날리기 몰락 신호탄"

홍 지사와 날치기 처리한 새누리당 도의원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홍 지사가 한나라당 최고위원 때인 지난 2010년 12월 13일 최고위원회에서 "8일 본회의장 의장석의 몸싸움을 보면서 지난 1996년 노동법 기습처리를 생각했다. 당시 우리는 승리했다고 축배를 들었지만 그것이 YS정권 몰락의 신호탄이었다. 바로 한보사건, IMF사태가 터지면서 50년 보수정권을 진보정권에 내줬다"고 말했다. 그 해 이명박 정권은 2011년도 새해예산안을 날치기 강행처리했었다.

지난 11일 새누리당 도의원들이 날치기 강행처리 후 웃는 모습을 보았다. 지금 당장은 승리했다는 생각을 할지 모른다. 물론 홍 지사와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믿는 구석이 있다. 1996년 노동법 날치기 통과와 2013년 진주의료원 해산안 날치기 처리는 환경 자체가 다르다고. 경남은 '새누리당 텃밭'이니 걱정할 것 없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지 홍 지사는 '독불장군'처럼 행동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13일 경남도에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 재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거부 의사를 밝혔다. 홍 지사는 "도지사에게 귀속되지 않고 조례를 공포하는 것은 도지사 권한"이라며 "재의 요구의 근거인 법령 위반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고 <오마이뉴스>는 13일 보도했다.

홍준표는 '홍도저', MB보다 더 불통

이뿐 아니라 국회 국정조사에 대해 "지방 고유사무는 국정조사나 국정감사 대상이 아니다"며 반발하고 있다. 여야가 홍 지사를 증인으로 채택하자 "증인이 될 의무도 없고, 참고인이 될 의무도 없다,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합법적이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중앙정부 재의요구와 국회 국정조사마저 거부하는 데 시민사회진영이 추진하려는 '진주의료원 해산 무효 주민투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안하무인'도 이런 안하무인이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불통이라고 했는데 MB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정도다. MB는 촛불이 거세지자 사과하는 '척'이라도 했다. 하지만 홍 지사에게 사과는 사전에서 아예 없는 단어다. 하기사 내가 홍준표 지사를 보는 눈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가 그동안 한 발언들을 보면 얼마나 '천상천하 유아독존'인지 알 수 있다. 유난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난한 발언이 많았다.

"전직 대통령 지금 살고 있는 현황을 보세요. 지금 노무현처럼 아방궁 지어 살고 있는 사람이 없다." - 2008.10.14 국감점검회의
"검찰이 노무현 정부하 '비리저수지'라는 '박연차 리스트'에서 물을 빼다보면 큰 고기도 있을 수 있고 작은 고기도 있을 수 있어." - 2009.03.27 주요당직자회의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2004년도에 가장 깨끗한 대통령으로 자임하면서 한나라당을 부패집단으로 몰고 갔다. 자신은 재임 중 깨끗한 대통령이었는지 가족공동체가 저지른 비리에 대해 자신은 해방된 대통령이었는지 자문할 때" - 2009.0.3.31 원내대책회의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돈을 받아 정치하는 데 많이 사용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개인적 사익이나 가족의 이익을 위해서 뇌물 받은 것이다. 전·노 전직 대통령 돈의 성격보다 더 나쁘다"면서"아들 집 사주고 투자하는데 썼으니,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보다 더 나쁘다" - 2009.05년 5월 9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 인터뷰
"그 사람이 자기 정치하다가 자기 성깔에 못이겨 그렇게 가신 분. 노무현 대통령 이후로 이상하게 개나 소나 다 대선에 나오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쉽게 대통령이 된 사람이 아니다. 내공이 있는 사람" - 2011.06.19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출마 기자회견후 가진 기자들과의 오찬

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을 넘어 거의 조롱하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2011년 8 24일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면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밀어붙였지만 투표율이 25.7%에 머물러 개함 기준인 33.3%에 미치지 못해 뚜껑도 열지 못한 것을 두고 "사실상의 승리"라고 했다. 이때문에 "파리도 사실상 새"와 같은 패러디물로 봇물을 이루었다. 

노무현을 향한 끝없는 망언

특히 그는 같은 해 10월 18일 서울지역 당협위원장 회의에서 "사실 2002년 전과자 김대업을 내세워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네거티브 선거를 한 게 대한민국 헌정사상 가장 악랄한 네거티브"라며 "노무현 정부는 어떻게 보면 정권을 탈취한 것"(<경향신문> "노무현 정부는 정권 탈취" 홍준표 대표 발언 파장)이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또 같은 해 10월 26일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하루 앞둔 25일 때 박원순 무소속 후보에 대해 "이런 후보에게 서울을 맡기면 좌파 시민단체에 끌려 다니다가 서울시 행정이 마비될 것"이라며 "서울의 상징인 광화문 광장은 반미 집회 아지트가 되고, 무엇보다 휴전선으로부터 30km 떨어져 있는 서울의 안보가 무너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색깔론을 제기했다.

나경원 후보가 패배하자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모두 이겼다는 의미에서)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도 했었다. 한 신문사 여성기자에게 "맞는 수가 있다. 진짜 나한테 이러기냐. 너 그러다 맞는 수가 있어"라고 했고, "모 기자랑 내기를 했다. (한미FTA)11월 안에 통과 못하면 내가 100만 원을 주기로 했다. 내가 이기면 국회 본청 앞에서 그 기자 안경을 벗기고 아구통을 한 대 날리기로 했다"라는 말을 한 적도 있다.

"TK는 주류"... 민심은 천심임을 잊지 말아야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도 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12월 16일 '홍준표 후보, 지난해 3월 "TK가 이 나라의 주인" 발언' 제목 기사에서 "지난해(2011년) 3월 3일 대구 서구지역 당원 교육 강연에서 "이 나라의 주류세력이고, 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대한민국을 이끌어오신 TK들이 내 몫을 찾겠다고 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이 전두환에게 받은 6억 원도 꺼낸 적이 있다. 지난 2007년 8월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경선 후보 부산 유세에서 "(박근혜 후보)가 전두환으로부터 6억 원을 받았다고 한다. 여러분 이건 조의금이다. 아버지 죽어서 받은 조의금인데 세금 내는 미친 놈 봤냐. 그 조의금이 지금 300억"이라고 했다.

정말 화려한 어록을 가졌다. 그리고 당당하고, 꿋꿋하게 진주의료원 해산을 밀어붙이고 있다. 자신 앞에 걸릴돔을 다 치우고 앞으로만 나가겠다는 투다. 하지만 알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독불장군을 반드시 거부한다는 사실을. 민주주의는 독재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무리 경남이 새누리당 텃밭이라고 해도. 민심은 천심이다.

 '홍준표 퇴진'과 '진주의료원'
 '홍준표 퇴진'과 '진주의료원'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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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오블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홍준표#진주의료원#경남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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