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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교조 충북지부는 6월 17일 일제고사 파행사례를 발표하고 일제고사를 폐지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습니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6월 17일 일제고사 파행사례를 발표하고 일제고사를 폐지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습니다. ⓒ 전교조 충북지부

올해 들어선 박근혜정부가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고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을 한다'며 초등 일제고사를 폐지했다. 하지만 중고등학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는 그대로 두어서 각종 파행 사례과 반인권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명박정권 내내 초등학생들에게 보충수업과 문제풀이 수업을 시킨 교육과정 파행(관련기사 : 공부 못하는 학생 필요없어요, 전학가시죠?)이 중고등학교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오는 25일 치러지는 일제고사를 앞두고 설문조사(중고교 총 32개교)를 진행했다. 이외에도 전화 제보와 사례 수집 등을 통해 얻어낸 일제고사 대비 교육과정 파행 현상을 17일 발표했다. 파행 사례를 발표한 전교조는 이날 일제고사 폐지를 주장하는 1인 시위, 농성, 민원 투쟁에 들어갔다.

그럼 일제고사를 앞두고 충북교육계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먼저 설문조사에 응한 32개교 중 대다수가 시험을 보는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0교시 문제풀이나 8, 9교시 보충수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많은 학교들이 다른 교과목 교사에게도 국영수 문제풀이를 하도록 지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월에 미리 국영수 담당 교사를 불러 회식을 한 교육청도 있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32개교 중 수업시간에 문제풀이를 하는 학교의 비율도 1/3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일부 학교들은 일제고사 기출문제집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풀게 하는 등 전체적으로 교육과정 파행이 이뤄지고 있었다.

학습부진학생들의 수업시간이나 휴일을 뺏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6~8교시 수업 시간에 부진학생들만 따로 빼서 수업을 하려다 학부모들 항의로 그만둔 학교가 있었다. 또 모의고사 점수가 좋지 않거나 점수가 낮게 나올 것 같은 학생들은 8, 9교시에 남겨 보충수업을 하는 학교가 많았다. 심지어 기초 미달이 예상되는 학생들을 토요일에 등교시켜 문제풀이를 하라고 한 학교가 중고등학교 모두 5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학교에선 재량휴업일에도 학습 부진 학생들을 등교하게 했다.  

너 때문에 지원비 못받아? 학생 협박하는 학교

 전교조는 6월 12일 일제고사 파행사례 발표 및 일제고사폐지, 학교성과급, 학교평가를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전교조는 6월 12일 일제고사 파행사례 발표 및 일제고사폐지, 학교성과급, 학교평가를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 전교조

교육과정 파행 자체도 문제지만, 금품경쟁까지 벌이는 학교들이 있어 비교육적이라는 비판이 높다. 한 학교는 옆 학교보다 시험 점수가 높으면 놀이공원에 보내준다했고, 한 학생은 반 전체에 기초학력 미달학생이 없으면 교사 돈까지 걷어 90만 원을 준다고 하여 물의를 일으켰다.

이 자체만으로도 성장기 학생들에게 상처가 되는 일인데, 대놓고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학습부진 학생에게 매일 2시간 보충학습을 강요하고 토요일에도 국영수 보충수업을 시키던 한 학교는 토요일에 빠진 학생들에겐 평일 11교시 자습을 시켰다.

한 학교에선 기초미달반을 따로 운영했는데, 평일과 토요일까지 스파르타 야간학습을 받던 한 학생이 이를 못 견뎌 무단으로 나간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 학교 교장은 결국 그 학생을 찾아내 "너 때문에 우리 학교가 지원비를 못받는다"며 윽박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학생은 울면서 담임에게 "기초미달되면 퇴학당하냐"고까지 물었다고 한다.

2009년 충북 제천의 한 초등학교에선 교장이 자체시험에서 점수가 안 나온 학생들을 불러 '부모가 누구냐'는 등의 모욕을 준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유사한 일이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 조사에 따르면 시험 잘 보는 요령을 가르치는 학교도 20%나 있었다. 이는 자칫하면 시험부정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이다. 이미 2010년 충북 제천에선 시험부정사건이 있었고 2012년에도 중학교 학생들이 시험부정사건을 외부에 알려 전국적으로 망신을 당했다(관련기사 : 불국사 묻는 질문에 "국어책에 불나면?" 힌트둘 중 하나 고르는데 힌트만 줬다구요?). 그럼에도 당장 시험점수 올리기에 올인하다보니 여전히 시험요령이나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일제고사-학교성과급-학교평가, 반교육 트라이앵글 구축하나?

교육부는 이런 교육과정 파행에 대해 문제가 드러나면 불이익을 준다고 공문까지 내려보냈지만, 대체 왜 이런 일들이 이어질까? 이는 교육부가 일제고사 성적으로 전국 학교를 줄세우고 기초학력자 미달 비율 등의 결과를 시도교육청 평가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도교육청은 일제고사점수나 기초학력미달자 비율을 학교성과급과 학교평가에 반영한다. 순식간에 '시도교육청-교육지원청-학교'의 공생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국 교육감의 정치적 입지 때문에 학생들이 희생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또 학교를 경쟁시켜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일제고사는 학생들을 문제풀이의 늪에 빠트리고 시험에 나올 것만 가르치는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평가지표에 들어가는 항목의 성과만 만들어내기 때문에 결국 교육 파괴로 이어진다.

교육부 홈페이지에는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 그러나 일제고사를 폐지하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는 일이다. 교육부는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하루 빨리 일제고사를 폐지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 기사에서는 초등일제고사 폐지 후 학교현장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일제고사#충북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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