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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인3종 삼총사>표지
<철인3종 삼총사>표지 ⓒ 미래인
이 시대의 청소년, 우리들은 다른 세대보다 많은 고민과 문제를 안고 있는 듯하다. 지치지 않는 학교폭력, 청소년들의 자살…. 일일이 열거할 수 없다. 어떤 학생이 친어머니를 살해한 사건까지 일어났다. 그러나 이들의 원인은 해결되지 않은 채 폭력은 반복되고, 지금도 우리의 마음은 조금씩 멍들어가고 있다.

축구유망주였던 초등학교 시절, 코치의 실책으로 무릎 부상을 입어 삶의 의욕을 잃은 유타, 은둔형 외톨이 홀아버지를 둔 공주, 초등학생 때 공주 패거리에게 따돌림을 받고 지금도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고 있는 음매지로. 다들 하나씩 아픈 기억을 안고 있는 중2 사춘기 아이들에게 우가진 선생님은 학교의 이름을 걸고 철인3종경기(수영, 달리기, 자전거 세 종목 수십 km를 뛰는 경기)를 뛰게 한다.

공주는 아버지에 대한 분풀이로 음매지로를 따돌렸었다. 그리고 집에서 받지 못한 사랑을 여자친구 미즈키에게 받으려고 하고, 미즈키는 공주를 좋아하지만 어릴 적 성폭행을 당할 뻔한 기억에 공주를 부담스러워 한다.

"우리는 약하고 삐뚤어진 어른들의 뒤틀린 세계를 어느 틈엔가 강요당하고 있다."(225p)

사회는 많은 문제의 책임을 학생 개인에게 돌린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게임, 만화 때문이라며 이들을 규제한다. 그런데 우리가 왜 게임을 하게 되는지에 사회가 정말 '관심'을 가지고는 있는 걸까?

너무나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대학 가고 취직하는 그 길밖에 없는 것만 같은 우리의 삶을 위해 밤을 밝히며 공부에 올인해야 하는 현실이 우리 앞에 있다. 오죽하면 10시 이후에 학원을 닫게 했을까. 친구를 사귀면 성적이 떨어진다는 광고가 버젓이 나온다.

사회는 우리에게 다른 색깔을 받아들이는 포용보다는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는 잔혹함을 보여주고, 유치원에서조차 벤츠를 타는 그룹과 경차를 타는 그룹이 나뉘는데, 우리들 마음 그 어디에 미래에 대한 낙관이 있을까. 교육은 보는 대로 배운다는데, 위장전입, 병역면제, 부동산 투기, 불법증여를 한 사람이 장관 후보자로 나오고, 후보가 당선된 후 공약을 지키지 않는데 과연 아이들에게 순진하게 살라 착한 생활을 해라 했을 때 아이들이 곧이곧대로 믿을까.

"우리는… 말과 행동이 맞지 않는 어른이 아니라 우리가 본받고 싶은 어른이 옆에서 이끌어주기만 하면 반드시 바뀔 수 있다."(226p)

셋은 훈련으로 땀을 흘리며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유타는 무릎 부상을 핑계로 달리지 않았던 걸 후회하고 다시금 희망을 품고, 공주는 친구를 따돌리거나 여자친구 미즈키에게 기대는 방식이 아니라 친구들과 고독을 나누기 시작한다.

"우리는 병들지 않았다. 어른들이 강요한 뒤틀린 세계를 견디지 못하는 아이들이 생겨났을 뿐이다. 마음속 어둠 따윈 없다. 우리는 조금 더 깊이 생각할 힘이 필요할 뿐이다."(226p)

악기를 다루다 보면 갑자기 소리가 이상해지고, 손가락이 굳으면서 '내가 이것밖에 안 되나' 좌절하는 시기가 있다. 그런데, 이 고비를 잘 넘기면 실력이 눈에 띄게 늘기 시작한다. 이처럼 정체된 듯 초조하고, 아프고 힘든 청소년기는 내가 더 성장하는 시간이 아닐지. 책은 이 시기를 지나고 나면 자신이 더 성장할 거라며 위로해준다.

물론 '다 지나가리라'며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노력'은 우리들에게 이미 식상한 말이지만, 우리를 더 진보시키는 것은 결국 꾸준한 노력에 있지 않던가.

"자신의 괴로움과 고통만 파고들어봤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우리는 더 높이 뛰어올라 파란 하늘에 손을 뻗어, 삐뚤어진 어른들이 잡지 못했던 삶의 즐거움을 붙잡아야 한다."(226p)

상처를 입은 청소년들이 훌륭한 어른과 좋은 계기를 통해 우정을 쌓고, 차츰 치유해간다는 어쩌면 상투적인 분홍빛 이야기.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이런 이야기에 감동을 받는다. 한 명 한 명의 깊은 아픔과 솔직한 고민이 우리 마음의 공감을 일으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 <철인3종 삼총사> 세키구치 히사시 씀, 백수정 옮김, 미래인 펴냄, 2013년 1월, 331쪽, 1만800원
* 류옥하다 기자는 열여섯 살 학생기자입니다.



철인3종 삼총사 - 제22회 쓰보타 죠지 문학상 수상작

세키구치 히사시 지음, 백수정 옮김,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2013)


#철인 3종 삼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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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산골에서 일하는 일차, 방문, 응급 의료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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