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전국 중·고교에서 일제히 학업성취도평가가 실시된 가운데, 학교마다 일제고사를 대비하는 과정에서 파행을 저질렀다는 게 밝혀졌다. 전교조 경남지부를 비롯한 '교육시장화저지를위한 경남교육연대'는 이날 경남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행 사례를 공개했다.

거제 한 고교에서는 일제고사 대비 모의고사가 치러지고 교과학습 부진학생을 대상으로 방과후학교를 강제 실시했으며, 한 중학교는 아침 재량활동 시간에 일제고사 대비 문제풀이와 방송 수업을 실시했다. 또 다른 중학교에서는 아침에 운영하는 담임 대령 교육활동이나 독서활동 시간에 일제고사 대비 문제풀이 수업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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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의 한 중학교에서는 8교시 보충수업이 강제 실시됐고, 한 여중학교에서는 월·수·금요일 7교시 교과 보충수업이 실시됐으며, 다른 한 중학교에서는 월·화·목·금요일 8교시 수업이 진행됐다.

또 상당수 학교에서 0교시 수업을 진행했으며, 문제풀이 수업을 실시, 전원 방과후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일제고사 결과로 등수를 매겨 학급별·학생별로 5만 원과 10만 원의 상금을 시상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성적 하위자를 모아 8~9교시 연장수업을 하는 학교도 있었다.

일제고사에 성실히 응하면 야간자율학습에서 제외시켜 준다는 학교도 있었고, 국어·영어·수학 문제풀이 수업이 진행된 학교도 있었다. 또 등교 시각은 오전 8시 30분에서 8시 15분으로 앞당겨져 기출 문제지를 배부해 방송으로 문제풀이를 하는 학교도 있었다.

경남교육연대, "학교등급화 중단하라" 촉구

경남교육연대는 이날 회견문을 통해 "학생 간 경쟁조장-학교 간 경쟁조장 일제고사 전면 폐지하고, 학교등급화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일제고사는 전국적으로 표집으로 진행되던 학업성취도 평가가 2008년 이명박 정부들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동일한 시험지로 전국의 모든 학생을 평가를 하겠다고 해 문제가 시작됐다"며 "일제고사 실시에 대한 거부로 10여 명의 교사가 해임됐으며, 이후 해임의 부당함에 사법부가 손을 들어주면서 일제고사 실시의 부당성이 증명되기도 했던 시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제고사를 앞두고 그간 학교에서 일어난 파행들은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며 "아침 0교시를 만들어 아이들을 일찍 등교시켜 일제고사 대비 문제풀이를 시키고, 일제고사 결과로 등수를 매겨 학급별·학생별로 5만 원·10만 원 상금을 지급하는 학교도 여럿이며, 강제보충·강제 방과후학교를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남교육연대는 "온갖 파행 사례가 일어나고 있음에도 교육청은 수수방관하고 있으며, 성취도평가 기초미달 학생의 비율을 학교성과급과 학교평가 지표에 반영하고,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기준으로 학력향상 우수학교를 선정해 지원금 및 승진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사실상 교육청이 교육과정 파행을 적극 조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학교성과급에 따른 학교등급화도 마찬가지"라며 "학업성취도 평가향상도를 비롯하여 전시행정교육이라 비판받고 있는 도교육청 추진 특색사업을 등급지표에 반영해 학교별로 사실상 강제하고 있으며, 자율적으로 실시해야 할 방과후학교 참여를 강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남교육연대는 "학생·학부모·교사 의식 조사를 실시해 일제고사 반대의 입장을 확인했으며, 이후 학교 성과급 등급 배정 결과 학부모 정보공개청구 투쟁, 학교성과급에 대해 국가권익위 제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일제고사를 폐기하고, 표집평가로 전환할 것"과 "교육청은 일제고사 파행사례를 조사하여 특단의 조치를 내릴 것", "학교성과급, 학교평가 등 학교를 줄 세우는 학교등급화 정책을 전면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