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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박 4일간의 중국 국빈방문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에 올라 환송인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3박 4일간의 중국 국빈방문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에 올라 환송인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나흘간의 중국 국빈방문을 위해 출국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방중 기간 동안 중국 베이징과 시안을 방문합니다. 방중 첫날 베이징에서는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합니다.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정상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공동 노력과 양국 관계의 미래비전을 담은 공동성명도 채택할 예정입니다.

청와대는 이번 방중에 적지 않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수교 21년을 돌아보고 향후 20년간 양국 관계의 획기적 도약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입니다.

박 대통령은 출국 전날인 26일 중국 관영 영자지 <차아나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번 방중에서 시진핑 주석과 함께 앞으로 20년을 더  내다보는 한중 공영의 새로운 청사진을 그려나가고자 한다"며 "특히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할 수 있는 방안,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협조 방안과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방안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정원 파문 뒤로 하고 방중 길 오른 박 대통령

특히 이번 한중정상 회담을 통해 북한 압박을 위한 한중 공조 강화도 바라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번 방중에서 양국 공조를 더욱 내실화하고 북한의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한중 간 협력과 공조를 다져서 북한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발언에서는 정상 외교의 성과를 통해 복잡하게 꼬여있는 국내 정치적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바람도 엿보입니다. 청와대는 '윤창중 성추행 파문'과 같은 돌발 사고로 정상 외교의 성과가 묻히는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도 철저히 했습니다. 지난 방미 때 수행 물품에 포함됐던 팩소주는 아예 금지 물품이 됐고, 방중 수행단에 대한 사전 교육도 철저히 했습니다. 발마사지 금지·유흥업소 출입 금지 등 지침서도 마련했죠.

하지만 청와대의 바람이 현실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청와대가 배후 조정했거나, 적어도 묵인·방조한 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가 몰고 온 정치적 파장 때문입니다. 

국정원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로 공개는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정치 공작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캠프'의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대선 때 이미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입수했다는 '셀프 폭로'가 나왔고, "집권하면 (NLL 대화록을) 까겠다"는 권영세 주중대사(대선 당시 종합상황실장)의 발언도 민주당이 공개하면서입니다.

국정원은 이미 국제적 망신거리로 전락했습니다. 미국의 보수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인터넷판에 '한국에선 정보기관이 누설자(Leaker)'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국제적 망신 산 국정원... 불신 프로세스 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이 신문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국정원을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과 비교하면서 실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이 신문은 "스노든이 누구보다 더 잘 알겠지만, 정보기관은 일반적으로 비밀을 폭로하기보다는 잘 지키는 것이 일"이라며 "그런데 한국에서는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기밀문서로 분류된 대화록을 공개해 정치적 대립의 방아쇠를 당겼다"고 평가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남북 간 불신의 골이 더 깊어졌다는 점입니다.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 후 침묵해 오던 북한은 한중 정상회담을 불과 몇 시간 앞둔 이날 새벽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을 통해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조평통은 회의록 공개에 대해 "최고 존엄에 대한 우롱이고 대화상대방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담화록 공개가 청와대의 현 당국자의 직접적인 승인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며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죠. 당분간 남북 대화는 열리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청와대는 이번 방중 표어로 '심신지려', 즉 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는 여정으로 정했습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가 불신 프로세스가 돼버린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과 어떻게 신뢰를 쌓고 북한 비핵화를 위한 공조 방안을 설득해 낼지 의문입니다. 한국은 정상 간의 비밀 대화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 공개할 수 있는 나라라는 낙인이 찍힌 상태에서 말입니다.

박 대통령, 시진핑과 '심신지려' 가능할까

박 대통령이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어떤 성과를 거두고 오든 돌아와서 맞닥뜨릴 국내 정치 상황은 만만치 안습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단단히 벼르고 있습니다.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 사건은 물론 김무성 의원의 '셀프 폭로'의 사실 여부, 당시 기밀이었던 회의록의 입수 경위 등을 밝혀내겠다는 것이죠. 새누리당도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방중 이후에도 청와대가 '우리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뒷짐을 지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야의 극한 대립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만약 대선 과정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관련한 새누리당의 불법이 확인된다면 박 대통령도 그 파장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가게 되겠죠.

그래서입니다. '제2의 윤창중 파문'이 이번 방중에서도 반복되지는 않겠지만 박 대통령이 귀국 길에 어떤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든 스스로 자초한 정치적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짙어 보입니다.


#박근혜#청와대#윤창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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