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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는 이제 보수-진보를 떠나 우리가 함께 꾸는 '꿈'이 되었습니다. 진보정의당 진보정의연구소는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유럽의 보편적 복지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유럽 복지국가 대사 특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복지국가'란 꿈을 나누기 위해, 5월 22일과 6월 4일 각각 진행된 주한스웨덴 대사와 독일대사에 이어 제롬 파스키에 주한 프랑스 대사의 강연을 전합니다. 이어 독일 사회민주당의 에버트 재단 한국소장의 강연도 소개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지난 27일 오후 진보정의당이 주최한 강연회에서 파스키에 주한 프랑스 대사가 강연을 앞두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진보정의당이 주최한 강연회에서 파스키에 주한 프랑스 대사가 강연을 앞두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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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랑드 대통령의 부유세는 한해 100만 유로(약 14억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진정한 부자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다. 세금을 계산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어서 위헌 판결이 내려졌지만 적절한 방법을 찾아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지난해 사회당의 올랑드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프랑스 사회는 크게 요동쳤다. 그가 제시한 '부유세 75%' 공약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초 이 공약의 시행은 잠정 중단됐다. 프랑스 헌법위원회가 개인에게 부과되는 부유세의 책정 방식이 위헌이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연소득 100만 유로 이상의 고소득자들에게 부과되는 세금'이라는 조세취지는 문제가 없었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도 이 공약을 포기하지 않았다. 세율을 다소 낮추거나 세금을 개인이 아닌 기업에게 부담시키는 방법으로 다시 추진 중이다. 이는 앞선 제롬 파스키에 주한 프랑스 대사의 말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27일 오후 파스키에 대사는 진보정의당이 국회에서 연 '유럽 복지국가 대사 초청 연속강연회'에 참석해 '프랑스의 복지정책과 사회당의 정치전략'로 강연했다. 그는 복지국가로서의 '프랑스 모델'과 현 프랑스 정부의 주요 정책들을 소개하고 청중들과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무엇보다 이날 강연의 관심사는 17년 만에 들어선 사회당 좌파정권의 복지정책과 향후 프랑스 사회의 전망이었다. 이 자리에서 파스키에 대사는 프랑스의 오래된 행정조직과 자유·평등·박애 등 프랑스 혁명으로 통해 형성된 사회 의식을 "우파와 좌파를 넘어서는 프랑스적 가치"라고 강조했다.

"공공장소에서 특정종교 전파 금지"

파스키에 대사는 최근 프랑스에서 이슈가 됐던 인종차별 문제, 공공장소에서 특정종교 복장을 할 수 없게 한 법안 관련 논쟁, 동성결혼합법화 관련한 논쟁을 예로 들며 프랑스 사회의 특성을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는 국가 역할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나라"라며 "또 다른 특징은 프랑스 혁명으로 얻어진 자유·평등·박애 정신에 있다. 그 가운데서도 '박애'가 다른 국가와 비교되는 프랑스만의 특징적인 정신"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박애'의 정신을 가진 '인권의 나라'라는 칭호를 듣는다. 프랑스인들 대부분은 공동의 권리보다 개인의 권리가 중요하고 각각의 인권을 중요시 생각한다. 여기서 개인의 권리는 중요하지만 그 개인이 모여 형성한 그룹의 권리는 인정하고 있지 않다. 특히 인종적인 부분이 그렇다. 돈이 적은 사람보다 많은 사람이 사회적인 기여를 더 많이 해야 하고, 아픈 사람은 아프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아랍인이기 때문에, 한국인이기 때문에 도움을 더 받거나 덜 받아서는 안 된다.

프랑스는 인종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일부 국가에서는 자기 사회 구성원을 인종별로 확인하기 위해 통계를 내는 경우가 있다. 프랑스는 이러한 통계를 내는 것 자체가 법으로 금지돼 있다. 누가 어디 출신이라는 것을 공표하는 것도 금지할 만큼 사람을 구분하지 않는 것이다. 프랑스의 다민족주의는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고 각자의 희망에 따라 전통과 역사를 간직할 수 있다. 또 각자가 자신의 전통과 종교를 간직할 수 있지만, 그것을 다른 구성원에게 강요할 수 없는 것 또한 프랑스 다민족주의의 특징이다."

프랑스가 최근 공공장소에서 이슬람 여성의 종교 복장 착용을 금지한 법안을 재정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지난 2010년 프랑스는 이슬람 여성의 복장 가운데 눈만 보이고 전신을 검은 천으로 뒤덮는 '부르카'와 '니캅'을 공공장소에서는 입을 수 없게 만들었다. 당시부터 프랑스 내 많은 이슬람인들의 반발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지만 프랑스 정부는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이 같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종교 복장을 하는 것은 특정종교를 표시하고 이를 전파하기 위한 행동"이며 "전신을 가리는 복장은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고, 신원을 파악할 수 없어 치안에도 문제가 된다"는 게 파스키에 대사의 설명이다.

이러한 법 제도 시행이 특정 종교에 대한 탄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에 파스키에 대사는 "물론 이 법이 만들어졌을 때는 이슬람교와 관련된 것이지만 그것만을 대상으로 하는 건 아니다"라며 "어떤 종교집단에도 같은 법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법이 시행되고 논란이 있었지만 재판까지 갈 정도로 복장 착용의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다"며 "이슬람교에만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최근 천주교가 적극 반대한 동성애결혼합법화가 이뤄진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종교인들이 시위를 한고 반대할 수도 있지만 사회적인 문제는 교회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집단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출산율 다른 유럽과 비교 안 된다, 한국은 더더욱 안 된다"

파스키에 대사는 최근 유럽의 경제위기와 관련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유럽 일부와 미국 언론에서 프랑스의 경제위기를 심각하게 진단한 것에 "신문을 있는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프랑스가 채택하고 있는 '관대한 사회'의 모델이 결국 프랑스의 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마도 프랑스 사회가 경제적 어려움에 있다고 비판한 기사들은 프랑스의 '관대한 사회' 모델에 원인이 있다고 진단할지도 모른다. 물론 프랑스 사회는 원칙적으로 관대한 사회다. 의료시스템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수준이고, 누구나 치료받을 수 있다. 덕분에 프랑스의 국민들의 수명도 높다. 또 다양한 형태의 사회수당을 지급하는데, 특히 여성의 출산을 지원하는 시스템·육아지원정책, 또 출산 후 직장 복귀를 돕는 많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여기서 얻는 사회적 결과가 바로 출산율이다. 프랑스는 약 2명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다른 어떤 유럽국가도 비교가 안 되고, 한국은 더더욱 안 된다.

또한 프랑스는 연금과 실업급여에서도 앞서나가는 나라다. 이런 제도로 인해 재정적 부담이 되지만 덕분에 위기에도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 이러한 연금이나 실업급여는 위기라고 할 수 있는 시기에 직장을 잃은 사람을 도와준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소한의 소비를 유지시키기는 것으로 경제를 활성화 효과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프랑스는 개혁이 필요하다. 하지만 개혁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좌파·우파 정치에 상관없이 모두가 합의하는 것은 프랑스식 사회 모델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파스키에 대사는 이어 최근 사회연금제도 개혁을 위해 프랑스가 진행 중인 사회협약의 과정을 설명했다. 프랑스는 현재 사회연금제도 개혁을 위해 노동조합들과 사회협약을 논의 중에 있다. 그는 "정리해고나 실업수당 등 정부와 노조가 사회협약을 맺은 것처럼 이번 개혁도 여러 가지 사회협약 안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랑드 대통령은 의사결정을 내릴 때 관련자들과 협의를 통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다"며 "관련된 집단의 대표를 모두 한 자리에 모아 협의를 하고, 합의가 되면 법으로 제정하는 새로운 전통"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우리가 사회구성원 모두의 전반적인 합의를 이뤄낸다면 여러 가지 반대의견이 있었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다"며 "그런 점에서 어떤 다른 국가모델보다 위기에 강한 게 프랑스 모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진 청중과 질의응답에서 프랑스의 핵발전 정책을 비판하는 의견에 대해 "현재 75%인 원전 의존율을 2025년까지 50%로 낮춘다는 것인 현 정부의 정책인데, 이것은 프랑스의 발전 정책의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랑드 대통령의 생각은 한 가지 에너지원에 높은 의존도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차츰 원전의 비중을 줄여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배출가스 문제로 인한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는 원전이 가지는 이득도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감축 의견을 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프랑스, #올랑드, #파스키에, #진보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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