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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 홍지만 원내대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 홍지만 원내대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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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의원이 지난해 10월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된 직후 전화를 걸어와 만난 자리에서 내가 아는 대로 다 구두보고를 드렸다. 김 본부장은 부산 유세 전에 그 발언(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관련 발언)을 유세에 써도 법적 문제가 없느냐고 확인을 요청해오기도 했다."

지난 달 28일 <서울신문>이 보도한 정문헌 의원의 발언입니다. 정 의원은 이명박정부에서 통일비서관으로 재직했고, 대통령의 비서 신분으로 2009년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일독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신문> 보도내용을 재인용하면 이렇습니다.

"10·4 정상회담 1주년에 즈음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하자,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록을 가져와 보라고 국정원에 지시했다고 들었다. 이때 NLL발언 등이 담긴 발췌록 보고서가 올라갔다. 작성 시점은 대화록이 2급 비밀 공공기록물로 낮춰진 시점을 고려하면 2009년인 것 같다. 내용을 보고 노한 이 대통령이 원본을 요청했고 보고에 앞서 비서관 신분으로 일독했다. 이후 2010년에도 이 대통령이 발췌록 보고서를 재요청했고, 그 과정에서 나는 내용보고를 들어 숙지했다."

이 인터뷰의 행간을 읽다보면 몇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우선, 대통령 지정 기록물은 1급 기밀에 해당합니다. 1급 기밀의 취급권자는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이 비서실장이나 청와대 수석들에게 취급권한을 인가해주면 1급 기밀을 2급 기밀로 낮춰 분류한 뒤 열람은 가능하지만, 열람을 했더라도 그것을 공개하는 것은 기밀누설에 해당됩니다.

정문헌 의원의 회의록 일독, 대통령 허락 없이 가능했을까

정문헌 의원이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의 보고에 앞서 비서관 신분으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일독했다면 그것은 당연히 이 대통령의 재가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만약 정 의원이 이 대통령의 재가 없이 무단으로 봤다면 그것은 불법이겠지요? 그러나 아마도 정 의원은 무턱대도 그런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검찰이 이 내용을 수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 없어 답답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라도 나서서 해명을 좀 해주시면 국민들이 속이 시원할 텐데 말이지요.

둘째, 청와대 비서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전에 대통령 지정 기록물을 열람하고 민감한 대선 시기에 특정정당의 선대위 총괄본부장에게 유출했다면 그 자체로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무력화하는 시도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문헌 의원이 당시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서 기밀문서를 일독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민감한 대통령선거 시기에 김무성 새누리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에게 보고한 것은 법률적으로 문제있는 행동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14조(무단파기·반출 등의 금지)에 따르면,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파기·손상·은닉·멸실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같은 법 제19조(대통령지정기록물의 누설 등의 금지)에는 대통령기록물 관리업무를 담당하거나 담당하였던 자 또는 대통령기록물에 접근·열람하였던 자는 그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 및 보호기간 중인 대통령지정기록물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을 어기면 처벌을 받게 됩니다. 무단유출의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누설을 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지지요. 

정 의원이 청와대 비서관 신분으로 취득한 기밀을 지난해 10월 김무성 총괄본부장에게 보고했다면 그것은 기밀 누설에 해당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입니다. 선대위 체계 안에서는 보고하고 보고받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는 성립된다 해도 법률적으로는 위법한 행위에 해당된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인 것이지요.

선거에 영향을 줬을 사안... 검찰은 왜 수사하다 말았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11월 30일 오전 부산 사상구 서부버스터미널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이 박 후보 뒤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11월 30일 오전 부산 사상구 서부버스터미널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이 박 후보 뒤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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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드는 의문점은 검찰의 부실수사입니다. 검찰은 올 2월 민주당으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정문헌 의원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당시에도 검찰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에 근거한 NLL 발언은 사실에 부합한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정 의원이 비밀누설을 금지한 공공기록물 관리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지정 기록물을 열람한 뒤 김무성 의원에게 전해서 그것이 부산유세 등을 통해 유포된 것은 어쩌면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을 수 있는 사안인데도 검찰은 이를 공직선거법 위반 문제로 볼지 말지 판단을 유보한 것입니다. 검찰은 왜 수사를 하다 말았을까요? 국민적 의혹이 드는 건 당연지사입니다.

민주당은 이처럼 MB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얻은 기밀을 정권연장을 위해 선거에 이용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민주당은 이번 사건에서 정문헌 전 비서관과 김무성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공범이라고 주장합니다.

특히 김무성 의원은 당시 여당의 선거책임자였을 뿐 청와대 기밀을 보고받을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정문헌 의원이 보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 하나뿐이고, 설령 보고를 한 뒤에도 밖으로 유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혹자는 정문헌 의원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조만간 이 사건과 관련해 김무성 의원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압니다. 대화록 유출과 관련해 상당한 국민적 의혹이 있지만 검찰이 아무것도 밝혀낸 게 없기 때문에 관련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지요.

민주당, 정문헌·김무성·권영세 전부 조사대상

또한 민주당은 정상회담 대화록과 관련한 최초의 유출 열람과 관계된 인물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누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가장 먼저 보고, 그것을 새누리당에 유출해서 대선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는가 그 열쇳말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만약 최초의 유출자가 정문헌 의원이라면 그가 자백한 대로 김무성 의원 이외에 또 어떤 새누리당 선대위 관계자들과 공유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10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가 집권하게 되면 NLL발언을 까면 되고"라고 말한 권영세 당시 종합상황실장은 공유하지 않았을까 보고 있는 것이지요. 문건을 쥐지 않고 그렇게 정확하게 부산유세에서 김무성 의원이 A4용지에 적힌 내용을 읽을 수 있었을까, 또 권영세 실장이 그런 발언을 쉽게 할 수 있었을까, 전부 조사대상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실제 민주당은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녹음파일과 김무성 의원의 발언을 볼 때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 국정원 등이 대통령기록물인 대화록을 사전에 공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남재준 국정원장이 지난 달 24일 무단으로 대화록 공개를 허락했는데 이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 없이 가능했을까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어쩌면 남재준 원장의 공개 결정도 여권의 치밀한 시나리오에 따라 이뤄진 공작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관련한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지요.

박근혜 대통령, 국정원 게이트 관련 입장 내놔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09년 5월 25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역사박물관에 마련된 고 노무현 대통령 국민장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09년 5월 25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역사박물관에 마련된 고 노무현 대통령 국민장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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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무수한 의혹들이 일파만파 국민적 머릿속에 남아 있을진대 과연 지난 대선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을지 답답해하는 국민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미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할 시간은 지났습니다. 그리고 민주당은 이번 건을 계기로 당선무효운동으로 가지 않는다고 확고히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적 의혹에 대해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의무는 갖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밝혀낸 것이 진실이라면 과연 이 선거가 정당했었나 국민적 심판도 필요한 것은 아닐까 의문입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 또 "대통령이 뭘 잘 해서 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말해 선거중립의무 위반혐의로 탄핵소추를 당했습니다.

한데, 이명박정권에서 그리고 박근혜정권으로 이어지면서 그 선거의 정당성에 여러 가지로 의문부호가 찍히는 일들이 무수히 터지고 있는데 현직 대통령이, 또 전직 대통령이 일언반구 말이 없다는 게 이해가 될까요?

상식과 원칙, 법이 바로 서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늘 강조했던 박근혜 대통령. 이제는 국정원 게이트에 대한 소견과 입장을 내놓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태그:#김무성, #정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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