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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스핑크스 살펴보기

 쿠푸왕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한 스핑크스
 쿠푸왕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한 스핑크스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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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라왕 피라미드 내부를 보고 난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스핑크스를 보러 내려간다. 중간에 태양의 배(Solar Boat)를 볼 수 있는 박물관이 있는데 생략한다.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꽤나 급하다. 이 길을 걸어서 내려가는 사람들도 여럿 있다. 사실 천천히 걸어가면서 피라미드를 돌아보는 것도 멋이 있을 것 같다. 중간쯤에서 나는 세 개의 피라미드를 다시 한 번 살펴본다. 차는 이제 스핑크스 옆을 지나 스핑크스 신전 주차장에 멈춘다. 여기서 우리는 시간을 갖고 카프라 계곡신전과 스핑크스를 자세히 살펴볼 곳이다.

스핑크스 주변에는 흙벽이 쳐져 가까이 들어가 볼 수 없다. 그리고 스핑크스 앞의 스핑크스 신전도 철문으로 막혀 있다. 나는 스핑크스 신전 앞에서 스핑크스의 정면을 오랫동안 쳐다본다. 그리고 카프라 계곡신전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우리는 카프라 계곡신전을 지나 카프라 장제전으로 이어지는 길(Causeway)을 따라 가면서 스핑크스를 관람할 예정이다. 그러므로 피라미드의 정면보다는 옆면을 자세히 볼 수 있다.

 계곡신전의 기둥과 벽
 계곡신전의 기둥과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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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먼저 카프라 계곡신전으로 들어간다. 신전은 상당 부분 훼손되었지만, 화강암 석주와 그 위에 얹힌 지붕돌은 아직도 그대로다. 그동안 이집트에서 보아온 신전과 마찬가지로 대칭을 이루고 있다. 가장자리 석주 안쪽으로 두 줄의 기둥이 있고, 그 사이로 이동할 수 있다. 중간 중간 파라오의 조소상이 있고, 벽면에는 부조가 새겨졌을 것이나 지금은 이들을 찾을 수 없다. 바닥면에서 대리석 모자이크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또한 옛 우물도 확인할 수 있다.

계곡신전 건물의 오른쪽으로 길이 나 있으며 이것은 카프라 장제전까지 이어진다. 사람 두 명이 비켜갈 수 있을 정도의 통로를 따라 경사면을 올라가면 스핑크스 옆의 벽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장제전 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며 스핑크스의 옆면을 살펴볼 수 있다. 나는 먼저 스핑크스의 머리 부분을 주시한다. 두건을 좌우로 늘어뜨린 사람의 얼굴이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파라오의 모습이다. 미라를 감싸고 있는 황금마스크나 벽화에서 자주 본 형상이다.

 스핑크스의 얼굴과 머리
 스핑크스의 얼굴과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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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핑크스의 꼬리
 스핑크스의 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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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코가 상당 부분 훼손되었고, 이마보다 턱부분이 앞으로 나와 원숭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귀부분에 색깔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얼굴과 두건에 채색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몸은 사자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몸통, 네 다리, 꼬리가 표현되어 있다. 뒷다리 오른쪽 위로 치켜 올라간 꼬리의 모습이 참 재미있다. 몸통은 석회암을 이용해 만들고 표면에 벽돌을 쌓아올렸다. 몸통 아랫부분의 벽돌이 크고 위로 가면 작아진다. 그리고 다리와 꼬리 부분에는 더 작은 벽돌을 사용했다.

스핑크스와 관련이 있는 파라오는?

스핑크스는 높이가 20.2m, 길이가 73.5m다. 그 중 앞다리가 긴 편으로 15.5m나 된다. 얼굴은 4m고 두건까지 포함하면 6m다. 그런데 이 스핑크스가 지키고 있는 피라미드가 어느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지금까지는 카프라왕 피라미드를 지키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카이로 고고학연구소에서 연구하는 독일 학자들이 쿠푸왕 피라미드를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두건과 수염의 모습이 쿠푸왕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둘째 카프라 장제전으로 이르는 길이 기존의 구조물 위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란다.

그럼 스핑크스라는 명칭은 언제부터 사용되었을까? 고왕국 시대 기록에는 스핑크스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신왕국 시대 기록에 처음으로 호렘 아케트(Hor-em-akhet) 라는 이름이 나온다. 이것은 지상의 호루스(Horus of the Horizon)라는 뜻이다. 투트모스 4세가 왕자 시절 이곳을 여행하다 호렘 아케트 그늘 아래 쉬다 잠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꿈에 신의 형상을 한 사람이 나타나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내 아들 투트모스야. 내 말을 잘 들어라. 나는 네 아버지 호렘아케트 카프라 아툼(Horemakhet-Khepri-Ra-Atum)이다. 네게 왕권을 줄 것이니 나를 뒤덮고 있는 모래를 치워다오. 그 모래가 내 사지를 꼼짝 못하게 하는구나."

 스핑크스
 스핑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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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깨어난 투트모스는 모래를 치웠고, 그 때문에 왕이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투트모스 4세의 왕위계승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꿈의 비명(Dream Stele)이라는 석판으로 남아 있다. 스핑크스라는 명칭은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사용되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사자의 몸에 여성의 얼굴을 하고 독수리의 날개를 가진 스핑크스라는 짐승이 있다. 이 짐승은 사람에게 수수께끼를 내서 그것을 알아맞히지 못하면 그의 목을 졸라 죽였다고 한다.     

스핑크스에서 느끼는 감회

나는 스핑크스를 머리에서 꼬리까지 살펴보고, 역으로 꼬리에서 머리까지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본다. 스핑크스는 외형적 크기라든지, 그에 얽힌 전설과 스토리텔링의 차원이 모든 인물과 동물 구조물을 능가한다. 정교함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가장 우수하다고 할 수 없지만, 스케일의 측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금부터 4500년 전 이 건조한 사막지역에서 이렇게 대단한 역사와 문명을 이룩한 이집트인들에게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스핑크스 앞의 관광객들
 스핑크스 앞의 관광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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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그곳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학자와 예술가들을 매료시켰던가? 이시스, 오시리스, 오벨리스크, 람세스 2세, 카르나크 신전과 룩소르 신전,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로 대변되는 이집트 문명은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르네상스 문화의 원류가 되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집트로 가 연구를 하고 그 내용을 자국에 알렸고 또 세상에 전파했다. 베르디의 <아이다>에 나오는 개선행진곡을 들으면 이집트의 신전이 생각나고, 파피루스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 왕가의 계곡에 있는 파라오의 무덤 벽화가 생각난다. 그리고 로버트(David Robert)가 그린 스핑크스와 피라미드 그림을 보면 모래에 덮인 스핑크스의 과거를 알 수 있다. 

이곳 기자의 파리미드 지역에는 이집트 내국인 관광객이 상당히 많이 보인다. 그것은 카이로에 가까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들의 눈에도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특별한 볼거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스핑크스 사진을 가능한 많이 찍는다. 피라미드보다는 훨씬 예술적인 구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장사하는 사람과 관광객을 전경으로 넣어 작품을 만들어 본다. 그리고는 조금씩 스핑크스로부터 멀어진다. 스핑크스 좌우로 쿠푸왕 피라미드와 카프리왕 피라미드가 보디가드처럼 서 있다.

스핑크스를 떠나며

 스핑크스와 피라미드
 스핑크스와 피라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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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곡신전과 스핑크스 신전 앞에 펼쳐진 모래사장을 지나 주차장을 향해 나간다. 그런데 이집트 사람들이 운집해 있어 무슨 일인가 들여다본다. 논쟁을 벌이는 것 같기도 하고 흥정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말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정확한 사정은 알 수가 없다. 그 상황이 특이해서 사진을 한 장 찍었더니 한 두 사람이 달려들며 사진기를 뺏으려 한다. 이집트에 와서 처음으로 긴장된 순간을 맞았다. 나는 몸을 돌려 그곳을 빠져 나온다. 다행히 그들을 제지하는 사람이 있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집트는 지금 정정이 불안하고 치안이 완전하지 못하다. 그래서 카이로 시내 관광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여기서도 잠시 머리가 쭈삣하는 순간을 맞이했던 것이다.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우리 일행이 만나기로 한 장소로 간다. 다들 먼저 와 기다리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은 내가 항상 제일 늦게 나타나는 편이었다. 버스에 도착하니 오후 4시다. 이제 저녁을 먹고 공항으로 가는 일만 남았다.  

 문명교류연구팀의 즐거운 저녁
 문명교류연구팀의 즐거운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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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기자 지역에서 나일강을 건너 카이로 지역으로 간다. 이집트 마지막 날이어서 저녁을 한식당에 먹기로 되어 있다.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오후 5시부터 저녁을 먹는다. 비행기 시간이 밤 9시 10분이니까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우리는 여유 있게 대화를 나무며 술도 한 잔씩 한다. 양재혁 교수가 농담 삼아 마누라 사진만 찍지 말고 단체 사진도 한 장 찍으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14일 동안 함께 동고동락한 여행 동료들이다. 나이에 비해 건강한 편이고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라 여행이 더 재미있을 수 있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이다. 한국문명교류연구소의 실크로드 답사 프로그램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특히 나처럼 문화와 예술을 즐기는 사람에게 잘 맞는 편이다. 두 번째로 함께 하는 사람들과 마음이 맞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팀은 나이에 비해 상당히 스마트하고 여유 있는 사람들이었다. 세 번째로 중요한 것이 날씨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을 다니며 정말 날씨가 좋았다. 이집트 날씨가 그렇게 덥지 않았고, 이스라엘 날씨는 시원하기까지 해 정말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행은 멜로디, 화음, 리듬이 잘 어우러진 이집트-이스라엘 교향곡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태그:#스핑크스, #카프라 계곡신전, #호렘 아케트, #투트모스 4세, #이집트 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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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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