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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영 민주당 박병석 국회부의장 공보비서관이 8일 오후 민주당대전시당에서 과학벨트 수정안과 관련, "염홍철 대전시장이 먼저 제안했다"는 이상목 미래부 차관의 발언 녹취파일을 공개하고 있다.
 김희영 민주당 박병석 국회부의장 공보비서관이 8일 오후 민주당대전시당에서 과학벨트 수정안과 관련, "염홍철 대전시장이 먼저 제안했다"는 이상목 미래부 차관의 발언 녹취파일을 공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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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 핵심시설인 IBS(기초과학연구원)를 대전 둔곡지구에서 대전엑스포과학공원에 건립하는 이른바 '과학벨트 수정안'은 '대전시가 먼저 제안했다'는 이상목 미래부차관의 발언이 담긴 '녹취파일'이 공개됐다.

김희영 민주당 박병석 국회부의장 공보비서관은 8일 오후 민주당대전시당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달 19일 국회부의장실에서 있었던 이상목 미래부 제1차관의 '과학벨트' 관련 업무보고 '녹취파일'과 '녹취록 발췌본'을 공개했다.

과학벨트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약속했고, 이명박 정부에서 특별법을 만들어 추진해왔다. 하지만, 그 부지매입비를 놓고 '국책사업'임에도 지자체(대전시) 일부 부담을 주장하는 정부와 전액국비부담을 주장하는 대전시가 의견이 맞서왔다.

그러던 중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차질 없는 추진'은 물론 '선국고 지원'을 약속하면서 새정부에서는 이 문제가 무리없이 풀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새정부에서 출범한 미래부는 지난 정권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했고, 결국 지난달 '수정안'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전액국고부담'을 주장하던 대전시는 4가지 전제조건을 내세웠고, 미래부가 이 조건을 수용키로 하면서 지난 3일 전격적인 대전시와 미래부의 업무협약이 맺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지난 1일 이러한 '수정안'은 미래부가 아닌 대전시가 먼저 제안했다는 보고를 정부로부터 받았다는 박병석 국회 부의장이 폭로가 나오면서 새로운 논란이 일기 시작한 것.

"염홍철 대전시장이 먼저 수정안 제안" 새로운 논란의 시작점

미래부 이상목 차관이 지난달 19일 박 부의장실을 찾아와 '과학벨트 수정안'에 대해 설명하면서 '염홍철 대전시장이 (수정안을) 먼저 제안했다'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발언이 사실일 경우, 염홍철 대전시장은 대전시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 앞에서는 '부지매입비 전액국고부담'과 '원안사수'를 주장하면서 뒤에서는 미래부에 '수정안'을 제안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미래부와 주고받을 것을 이미 다 협의해 놓고, 마치 겉으로는 미래부의 제안에 4가지 조건을 걸어 이를 수용할 경우 '합의할 수 있다'는 식의 '쇼'를 했다는 비난도 면키 어렵게 된다.

또한 염 시장이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 사업으로 야심차게 추진했던 '롯데테마파크 조성사업'이 어렵게 되자 국가 미래전략사업인 과학벨트를 끌어들여 자신의 치적사업처럼 꿰맞추려 했다는 의혹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

이같은 만만치 않은 비난이 예상되는 내용의 '폭로'에 대전시와 염홍철 대전시장, 그리고 미래부까지 나서서 이 발언은 '사실무근'이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미래부는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고, 대전시와 염홍철 시장은 보도자료와 전화통화를 통해 '그런 사실이 없음'을 강조했다.

이상목 미래부 차관이 지난 5일 박병석 부의장에게 작성해 준 사과문.
 이상목 미래부 차관이 지난 5일 박병석 부의장에게 작성해 준 사과문.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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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대전시와 미래부의 강력한 부인에 박 부의장은 '녹취파일'과 '녹취록'이 있다는 점을 공개했고, 이를 확인한 미래부 이상목 차관은 결국, 지난 5일 '자신이 잘못 보고했다'는 사과문을 박 부의장에게 보냈다.

박 부의장이 이같은 '사과문'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이번 논란은 이상목 차관의 '거짓보고'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새누리당대전시당이 이 논란에 기름을 끼얹고 나섰다. 박 부의장에게 '녹취록을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

이에 발끈한 박 부의장은 김희영 공보비서관을 통해 8일 녹음파일을 모두 공개하고 나섰다. 그 내용은 당초 주장대로 '염홍철 대전시장이 IBS의 엑스포과학공원 유치를 먼저 제안했다'는 내용이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박 부의장과 김 공보비서관은 자신이 들은 내용을 3번이나 다시 확인을 요청했고, 이 차관과 함께 배석한 김성수 미래부 과학벨트과장은 이를 확인했다. 총 4번이나 '대전시 먼저 제안'을 언급한 것.

공개된 녹음파일의 '발췌본'에 따르면 이상목 차관은 다음과 같이 발언한다.

"지난 1년간 하여간 논의를 하다가 문제가 풀린 게 어떻게 풀리기 시작했느냐 하면 염 시장께서, 대전시에서, 이 부지를 기초과학연구원 부지를 여기다 하지 말고 이거는 국고 부담해서 사라, 대신 산업단지가 부족하다고 그래요. 대전시 쪽이. 그러니까 다른 용도로 바꾸고, 대전엑스포 지역의 8만평, 7만 8000평 정도를 IBS를 유치하겠다. 유치하겠다. 그러면 어떤 현상이 생기냐하면 정부입장에서는 7200억 부담하는 것 중에서 위에 중이온가속기에 들어가는 게 한 3600억 정도면 될 거 같습니다. 그러면 반 정도는 기초과학연구원 부지를 국고 부담을 안 해도 되니까 문제가 이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저희가 대전시하고 그 문제를 구체적으로 좀 논의를 하기 시작했고요."

이 발언에 따르면, 이 차관은 분명히 염홍철 대전시장이 먼저 엑스포과학공원 부지에 IBS를 유치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같은 이 차관의 발언에 대해 김희영 비서관이 재차 "염 시장님이 유치하셨다는 표현을 쓰셨는데, 그것은 확인해 주실 필요가 있다"고 요청하자 이 차관은 다시 한 번 "그렇죠"라고 답변한다.

한참 후에 김 공보비서관은 또 다시 "이번에 IBS 입지를 엑스포과학공원으로 하면 어떻겠느냐 하는 유치 신청을 염 시장님이 하셨다라고 확인 하신거죠"라고 물었고, 이 차관은 다시 "예, 예"라고 반복해서 답변한다. 또한 배석해 있던 김성수 미래부 과학벨트 과장도 "예 유치신청..."라면서도 이 차관의 대답을 확인했다.

또 다시 김 비서관이 "그러니까 IBS가 과학공원으로 오면 어떻겠느냐 하는 것을 염 시장께서 제시를 하셨다는 말씀이시잖아요?"라고 물었고, 이 차관은 "그렇죠, 유치하신 걸로 보시면 됩니다"라고 답한다.

따라서 이 차관이 '염홍철 대전시장이 먼저 IBS 엑스포과학공원 유치를 제안했다'고 발언한 것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왜 이상목 차관은 자신의 보고에 '사과문'까지 냈을까?

지난 달 19일 이상목 미래부 차관이 박병석 부의장실을 찾아와 과학벨트 수정안과 관련, "염홍철 대전시장이 먼저 제안했다"는 내용의 발언 녹취록 발췌본.
 지난 달 19일 이상목 미래부 차관이 박병석 부의장실을 찾아와 과학벨트 수정안과 관련, "염홍철 대전시장이 먼저 제안했다"는 내용의 발언 녹취록 발췌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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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19일 이상목 미래부 차관이 박병석 부의장실을 찾아와 과학벨트 수정안과 관련, "염홍철 대전시장이 먼저 제안했다"는 내용의 발언 녹취록 발췌본.
 지난 달 19일 이상목 미래부 차관이 박병석 부의장실을 찾아와 과학벨트 수정안과 관련, "염홍철 대전시장이 먼저 제안했다"는 내용의 발언 녹취록 발췌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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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왜 이 차관은 이러한 '보고'를 했고, 이후 문제가 될 것 같자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다가 '자신이 잘못 알고 보고했다'고 '사과문'까지 냈는가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차관이 내용도 모르면서 국회부의장에게 허위 보고를 하고, 심지어 담당과장이 옆에서 이를 거들기까지 했는데도, '사실무근'이라고 발뺌으로 일관하다가 녹취록이 공개되자 '사과문'을 낸 사건을 단순히 '해프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것.

이와 관련 기자회견을 지켜 본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IBS입주를 대전시가 먼저 제안했다는 이 차관의 발언은 사실인 것으로 명백하게 밝혀졌다"며 "이제 이번 논란의 공은 이 차관과 대전시로 넘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차관은 이번 일을 '착오보고'라고 그냥 얼렁뚱땅 넘길 일이 아니다, 다시 한 번 자신의 발언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고 대전시에 대해서도 "이번 논란은 과학벨트 수정논란의 핵심 중 하나다, 그렇기에 결코 진실을 숨긴 채 넘어갈 수 없다"면서 "따라서 대전시도 이번 협상의 과정과 내용을 모두 공개해 시민들의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대전시 관계자는 "이 차관이 자신이 잘못 알고 보고했다고 확인서까지 쓰고, 사과까지 했기 때문에 (먼저 제안한 적 없다는) 대전시의 입장은 더욱 분명해 진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과학벨트 수정안, #이상목, #염홍철, #박병석, #김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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