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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보행로 차단으로부터 시작된 충돌로 이날 집회는 경찰의 삼엄한 감시 속에 진행됐다.
 장애인 보행로 차단으로부터 시작된 충돌로 이날 집회는 경찰의 삼엄한 감시 속에 진행됐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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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상대로 하는 인권탄압, 강제노역, 성폭력 등 시설비리가 전북지역에서 계속되는 가운데, 전국의 장애인 인권활동가들이 전북도청을 상대로 본격 투쟁에 나섰다.

24일 전북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장차연)와 전국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인권활동가 100여 명이 전북도청 앞에서 '전북 비리시설 척결 및 탈시설·자립생활 권리보장 전국 집중 결의대회'를 열고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장차연은 "수년간 전북 장애인 거주시설 내 성폭력, 학대, 폭력, 갈취 사건 등 온갖 비리와 장애인 인권유린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음에도 전북 내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임을 가진 전북도에서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문제가 발생한 시설의 장애인을 다른 시설로의 전원조치 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가 되고 있는 시설에 대한 폐쇄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탈시설 장애인에 대한 자립지원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또한 재발방지 대책과 함께 김완주 도지사 면담도 요구했다.

 24일 열린 '전북 비리시설 척결 및 탈시설, 자립생활 권리 보장을 위한 전국집중 결의대회' 현장.
 24일 열린 '전북 비리시설 척결 및 탈시설, 자립생활 권리 보장을 위한 전국집중 결의대회' 현장.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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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시설인권유린에 전라북도 책임론 대두

2012년 말부터 최근까지 장차연 등 시민단체가 제기한 전북도 내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벌어진 인권침해는 ▲자림복지재단 내 성폭력 ▲전북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강제노역 및 인권유린 ▲예수보육원 아동 방치 및 사망 등이다.

이들 시설비리 및 인권침해에 대해 전북도청이 내놓은 대안은 시설점검 강화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건 발생 뒤 피해 장애인들은 전원조치가 됐지만, 이후 지자체의 지원은 전무한 상태. 전북 장애인권익옹호센터 김병용씨는 "자림 피해자 11명과 전북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피해자 30명이 현재 전원조치가 됐지만, 이후 대책이 없다"면서 "최근 연구소 피해자 중 4명이 옮긴 시설의 사정상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등 전라북도의 대책 부재로 방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도청은 최근 계속되는 시설비리와 관련하여 6월부터 도내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시설점검을 집중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설점검을 통해 시설비리 및 인권유린을 잡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지난 6월 전주시 관계자는 기자에게 "세심하게 점검을 하겠지만, 아무리 감시해도 시설 내 비리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전북 장차연은 올 초부터 '자립생활 지원 및 장애인 인권보장을 위한 조례' 제정을 촉구하고 있지만, 조례 제정은 요원한 상황이다. 전북 장차연 관계자는 "조례를 통해 사회복지시설 점검에 시민단체 등이 상시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자립을 원하는 장애인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설 내 인권유린을 방지하고 피해 장애인에 대한 적극적인 구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전라북도가 '제2의 도가니'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날 전국의 장애인 인권활동가들이 전북에 모인 것도 이와 같은 우려 때문이다.

장차연 "전북은 현재 제2의 도가니"

이날 집회에서 박경석 전국 장차연 대표는 "지금도 백주대낮에 장애인들에게 보호와 사랑을 말하면서 시설에 가둬두고, 성추행하며 그것은 사랑이었다고 말하는 시설들이 많다"면서 "이런 것을 바꾸기 위해 우리 모두가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 인화학교와 같이 성추행과 인권유린을 자행한 법인은 해체돼야 한다"면서 "긴 투쟁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질기게 투쟁하자"고 말했다.   

광주 장애인부모연대 박정선 대표는 "자폐성 장애인을 아들로 둔 엄마로서 최근 전북지역에서 발생한 시설 장애인 인권유린을 보면서 충격을 감출 수가 없었다"면 "익산 예수보육원의 7살 아동이 6개월 동안 병든 몸을 끌어안고 울면서 죽었을 생각을 하면 전북도청에 분노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는 전북에서 아이를 키울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죽은 아동도 그런 상황에서 버려졌고, 감시도 없는 시설에서 죽어간 것이다, 부모로서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이제 시작이다"라며 강하게 투쟁사를 밝혔다.

경찰의 장애인 보행로 차단, 장애인 공분... "비열한 방식"

 경찰이 정문으로 통하는 장애인 보행로를 차단막을 활용하여 막았다. 이를 뒤늦게 발견한 장애인들이 크게 분노했다.
 경찰이 정문으로 통하는 장애인 보행로를 차단막을 활용하여 막았다. 이를 뒤늦게 발견한 장애인들이 크게 분노했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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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에 모인 참가자들은 박경석 대표와 박정선 대표의 분노에 공감한 듯 보였다. 집회 중간에 전북도청 정문 앞에서 참가자들과 경찰의 심각한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충돌의 발단은 전북도청 정문을 갈 수 있는 장애인 보행로(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경찰이 차단막으로 완전히 막았기 때문. 그동안 전북도청 앞에서 집회 및 기자회견이 벌어졌을 때 경찰이 이곳을 막은 사례는 거의 없었다.

장애인 인권활동가들이 집회 도중 보행로가 막힌 것을 보고 강하게 반발하며 충돌이 시작됐다. 박경석 대표는 "장애인들이 화장실도 이용해야 하는데, 얼마나 비열한 방식이냐"면서 경찰의 장애인 보행로를 막은 것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경찰 정보계 관계자는 "전북도청이 시설보호 요청을 하면 협의를 통해 통제선 등을 설치한다"면서 "경찰의 자의적 판단으로 보행로를 막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북도청 청사관리 담당자는 "장애인 보행로를 막아달라고 요청한 사실은 없다"면서 "경찰에 시설보호 요청을 하면 경찰이 알아서 해준다"고 말했다. 서로 장애인 인권활동가의 공분을 산 장애인 보행로 차단에 대해 책임을 떠넘기는 꼴이 되어 버렸다.

 경찰은 장애인 휠체어 이동을 막을 수 있는 차량방지턱을 준비해 저항하는 장애인들을 막아 공분을 샀다.
 경찰은 장애인 휠체어 이동을 막을 수 있는 차량방지턱을 준비해 저항하는 장애인들을 막아 공분을 샀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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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보행로 차단 문제는 집회가 마무리된 4시 이후에도 충돌의 이유가 됐다. 일부 장애인 인권활동가들이 보행로를 차단한 것에 강하게 항의하면서 정문을 통해 전북도청 화장실에 가겠다고 나섰다. 이를 경찰이 또다시 제지하면서 문제는 더욱 커졌다.

뇌병변 장애인 1급 김아무개(34)씨는 강하게 분노하며 저항했고, 경찰과 충돌과정에서 실신해 119를 통해 병원에 후송됐다. 경찰은 저항이 계속되자 서울의 인권활동가 이아무개(31)씨를 긴급 연행했다. 이씨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연행돼 경찰서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전북도청 정문 출입과 화장실 이용을 요구하며 저항한 김모씨가 경찰과 충돌과정에서 실시해 쓰러져있다.
 전북도청 정문 출입과 화장실 이용을 요구하며 저항한 김모씨가 경찰과 충돌과정에서 실시해 쓰러져있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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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병변 장애인 김모씨가 실신하여 119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뇌병변 장애인 김모씨가 실신하여 119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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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의 연행 소식에 장애인 인권활동가들은 더 크게 반발했다. 이씨는 4시경 연행된 후 장애인들의 강한 항의에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신명환 전북 장차연 집행위원장은 "장애인 보행로를 차단막으로 막은 것을 보고 장애인 인권활동가들이 전라북도의 장애인 인권유린과 이를 바라보는 행정기관의 실태를 확인하고 분노했다"면서 "집회 도중 강하게 항의를 한 것을 보고 경찰과 전북도청은 최소한 장애인 보행로의 차단막을 치웠어야 했다, 충돌의 원인은 경찰과 전북도청이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전북도청이 장애인들의 분노에 대응한다면 천막농성은 아주 길어지게 될 것"이라면서 "각오를 하고 천막농성을 시작한 만큼 절대 먼저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앞서 경찰과 전북도청은 집회 시작 전부터 전북도청 입구를 봉쇄하면서 저항의 빌미를 제공했다. 경찰은 병력(3개 중대, 200여 명)을 동원했고, 전북도청도 공무원 50여 명을 동원해 입구를 봉쇄했다. 기자도 몇 차례 정문 출입을 시도했지만, 공무원들의 제지로 들어갈 수 없었다.

화장실 이용 및 정문 출입을 요구하는 장애인 인권활동가들의 강한 반발은 24일 오후 9시 30분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경찰도 불법집회라고 경고방송을 하는 등 강하게 대응하고 있어 정문 출입 및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지 않는 한 사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남원의료원 정상화를 촉구하는 민주노총의 집단 1080배가 진행됐다.
 이날 남원의료원 정상화를 촉구하는 민주노총의 집단 1080배가 진행됐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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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장애인 인권활동가들과 경찰이 충돌한 4시께에는 남원의료원 정상화를 촉구하는 민주노총의 집단 1080배가 도청 광장에서 진행됐다. 이날은 공공운수노조 소속 조합원 등 100여 명이 1080배를 진행했다. 앞서 오전에는 시민사회단체들의 김완주 지사 '봉쇄행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24일 하루는 전북도청의 '봉쇄'로 노동자·장애인·시민사회가 공분한 하루였다.

 남원의료원 정상화를 촉구하는 민주노총의 1080배
 남원의료원 정상화를 촉구하는 민주노총의 108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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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권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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