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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6일 경상남도(도지사 홍준표)는 103년 역사를 가진 진주의료원 폐업 선언을 했습니다. 자고나니 영웅이 됐다는 말처럼, 진주성과 촉석루 그리고 논개가 있는 동네로만 생각하는 진주가 하루아침에 온 나라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받는 동네가 되었습니다. 전화를 하지 않던 사람도 "진주의료원 어떻게 될 것 같냐"는 안부 전화까지 했습니다. 서울 사람들이 진주에 오면 "진주의료원, 진주의료원" 했습니다.

홍준표 지사가 지난 다섯 달 동안 보여준 발언과 행보는 '홍도저'에 비유하는 것으로 끝내고 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진주의료원을 살리기 위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진주의료원에는 환자가 1명도 없습니다. 지난 25일 진주의료원은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송아무개(83·여)씨가 보호자와 함께 퇴원 수속을 밟고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고 밝혀 환자 '0명'입니다. 

진주의료원 환자 '0명'...간판 철거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경남도는 입원 환자의 퇴원과 전원(병원을 옮김)을 위해 환자(가족)를 상대로 압박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 박석용 지부장은 "오늘 남아 있던 환자가 마지막으로 퇴원했는데, 기분은 씁쓸하다"고 말했습니다. 박 지부장은 "경남도청 공무원들이 하도 퇴원하라고 압박을 하고, 집에 내용증명까지 보내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나가게 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2월 26일 폐업을 선언할 때 진주의료원에는 노인병원 95명, 급성기 102명, 호스피스완화센터 6명 등 총 203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었으니 149일만에 환자가 한 명도 남지 않은 것입니다. 진주의료원은 환자만 없는 것이 아닙니다. 진주의료원임을 알리는 간판까지 떼어냈습니다. 지난 23일부터 시작된 본관 건물 간판 철거도 이틀만인 24일 끝냈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진주의료원' 간판은 선명했다. 해당 사진은 지난 6월 8일 진주의료원에서 열렸던 생명텐트 입촌식 모습
 며칠 전까지만 해도 '진주의료원' 간판은 선명했다. 해당 사진은 지난 6월 8일 진주의료원에서 열렸던 생명텐트 입촌식 모습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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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는 진주의료원임을 알리는 간판을 떼어냈다.
 경남도는 진주의료원임을 알리는 간판을 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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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사람인데도 진주의료원 살리기에 한 일이 없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지난 6월 8일 진주의료원 '생명텐트' 입촌식에 다녀온 후 26일 가보았습니다. 참 쓸쓸했습니다.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진주의료원 모습을 보면서 참 쓸쓸했습니다. 수많은 환자들이 치료받기 위해 들락거렸던 정문에는 지난 23일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이 고시한 진주의료원에 집회·시위 금지 결정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농성·시위하고 공무원 출입 방해하면...1회당 100만원

고시 내용을 보면 "유인물을 배포·부착하거나 플래카드·피켓을 게시하면서 구호를 제창하는 방법으로 농성·시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와 "채권자의 직원 및 채권자에 파견된 공무원에 대해 위 건물(진주의료원)에 출입을 저지하는 등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와 채권자의 직원 및 공무원들을 위 건물로부터 퇴거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반할 경우 1회당 100만 원씩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은 진주의료원에 집회·시위 금지 결정문를 고시했다. 내용은 "유인물을 배포·부착하거나 플래카드·피켓을 게시하면서 구호를 제창하는 방법으로 농성·시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따위다.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은 진주의료원에 집회·시위 금지 결정문를 고시했다. 내용은 "유인물을 배포·부착하거나 플래카드·피켓을 게시하면서 구호를 제창하는 방법으로 농성·시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따위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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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고 없고, 간판도 없는 진주의료원은 풀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진료받는 환자들이 있어야 할 곳이 풀만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씁쓸했습니다. 200여 명의 환자는 다 어디로 갔을까요? 어떤 이는 세상을 떠났고, 어떤 이는 다른 병원으로 이원했습니다.

풀만 무성해 가는 진주의료원....비둘기와 나눈 가상 대화

 환자들이 병실에 나와 맑은 공기를 마셨던 휴식처도 풀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환자들이 병실에 나와 맑은 공기를 마셨던 휴식처도 풀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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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는 25일 진주의료원 입구에 있는 표지석을 천막으로 가려버렸다
 경남도는 25일 진주의료원 입구에 있는 표지석을 천막으로 가려버렸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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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더운 날 진주의료원 표직은 천막으로 가렸습니다. 환자 한 명 없는 진주의료원을 보면서 가슴이 답답했는 데 천막으로 가려진 표지석을 보고 가슴이 더 답답했습니다. 진주의료원임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었던 표지석도 답답할 것입니다. 이 더운 여름에 천막으로 자신을 가렸으니 얼마나 덥겠습니까? 그 때 비둘기 두 마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와 마음 속으로 '가상대화'를 해봤습니다.

"너희들 이곳이 어딘 줄 아니?"
"진주의료원이에요."
"진주의료원이 무엇하는 곳인지도 알아?"
"그럼요. 서민들을 위한 공공의료기관이잖아요. 그런데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폐업을 시켜버렸어요."

"이제 진주의료원 간판도 떼어냈고, 표지석도 천막으로 가려버렸다."
"저희들도 다 알아요. 간판을 떼어 낼 때 마음이 아팠어요. 이곳에 계셨던 분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지 몰라요. 이제 어디론가 다 떠났어요."
"환자가 한 명도 없어."
"그러게요. 진주의료원이 빨리 재개원하면 좋겠어요."
"나도 너희들과 같은 생각이야."

 더 이상 '진주의료원'이란 간판을 볼 수 없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서민을 위핸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을 폐업시켰다.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두 마라는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을 폐업시킨 것을 알고 있을까?
 더 이상 '진주의료원'이란 간판을 볼 수 없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서민을 위핸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을 폐업시켰다.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두 마라는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을 폐업시킨 것을 알고 있을까?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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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사람으로서 가슴이 먹먹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2일 "경남도청 공무원들이 환자들에게 퇴원과 병원을 옮기도록 강요한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결정했지만, 진주의료원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사람 기본권 중 기본권인 생명권까지 위협한 것입니다. 경남도는 7월 15일부터 2개월 동안 진주의료원 채권 신고를 받고 있습니다.

그 큰 건물에 사람 한 사람없고, 풀만 무성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진주사람 가장 먹먹합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막지 못하는 홍준표식 '마이웨이' 과연 그 끝은 언제쯤일까요? 내년 6월엔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진주의료원#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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