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 종로구 종로5길 국세청 본청.
 서울 종로구 종로5길 국세청 본청.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검찰의 씨제이(CJ)그룹 비자금 수사가 국세청에 대한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으로 확산되고 있다.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이 CJ로부터 3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데 이어 전군표 전 청장까지 뇌물수수 연루 의혹을 받고 있어 파장은 더 커지고 있다. 검찰은 전씨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하고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CJ 비자금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에 따르면 CJ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은 2006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주)CJ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조사4국은 일반적인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기획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대체로 탈세 제보나 세금 탈루 의혹이 짙은 기업을 상대로 비정기적인 조사를 진행한다. '국세청의 중수부'라고 불릴 정도로 조사 강도가 센 곳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국세청 조사팀은 이재현 회장의 주식이동 과정을 추적한 결과 3560억 원의 탈세 정황을 확인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CJ쪽에 단 한푼도 세금을 추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국세청에 대한 CJ쪽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가 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일보>는 28일 CJ그룹 재무팀에서 당시 학연과 지연 등을 동원해 전방위 로비 전략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이 회장의 자금담당이던 신동기 부사장(구속 수감중)은 자신의 고려대 동문인 당시 허병익 국세청 전 차장(당시 법인납세국장)을 맡았고, 그를 통해 세무조사 무마에 적극 나섰다는 것이다. 허 전 차장은 강원도 출신으로 전군표 전 청장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인물이다.

검찰 조사에서 신 부사장은 허 전 차장에게 2006년 7월께 서울 남산의 자신 사무실에서 미화 30만달러가 든 검은 가방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CJ와 국세청 고위층의 회동이 이어졌다. 장소는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 식당에서 이재현 회장과 신 부사장, 전군표 전 청장과 허 전 차장 등 4명이 만났다.

식사가 끝난 후 이 회장과 전 전 청장이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고 신 부사장이 "회장님의 선물"이라며 고급 명품 시계 2점을 허 전 차장에게 전달했다는 것. 신 부사장이 건넨 쇼핑백에는 한 개당 수천 만 원에 달하는 까르띠에와 프랭크 뮬러 등 시계 2개가 들어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 전직 청장과 차장의 뇌물 진실 공방

허병익 전 차장은 CJ쪽으로부터 이같은 금품을 받은 것은 인정했다. 대신 자신은 시계 1개만을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신 부사장에게 받은 30만 달러가 든 가방은 전 전 청장의 사무실 책상에 갖다 놨으며, 시계 1개도 전달했다는 것.

전군표 전 국세청장.
 전군표 전 국세청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이에 대해 전군표 전 청장은 뇌물수수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전씨는 이날 <연합뉴스>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30만달러와 시계를 받았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전에도 내가 그런 비슷한 일을 한 번 겪지 않았느냐"면서, 세무조사 무마 의혹 등에 대해 "(검찰이든) 해명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전 전 청장쪽은 별도의 변호인을 선임한 상태다. 전씨 변호인쪽에선 허 전 차장의 진술에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CJ 이재현 회장 등과의 4인 회동 여부에 대해서도 전씨쪽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씨쪽의 이같은 반박으로 세무조사 무마를 둘러싼 전직 국세청 고위층의 금품수수 의혹은 진실공방이 불가피하게 됐다.

검찰은 또 허씨가 국세청 주요보직에 있었던 당시에 추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CJ가 지난 2008년 이 회장의 거액 차명 재산이 드러난 후 국세청에 1700억 원의 세금을 자진 납부하는 과정에서도 허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도 들여다 보고 있다.

검찰쪽에선 이 회장쪽에서 자진 납부한 세금 상당수가 차명계좌를 통한 주식매각대금 양도차익에 따른 소득세인데다, 포탈 금액 자체도 컸던 점을 주시하고 있다. 국세청이 이 회장 등을 조세포탈혐의로 검찰에 고발 하지 않은 이유가 CJ쪽의 로비 때문이 아닌가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CJ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우리도 검찰 수사를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시 터진 세무비리 의혹에 국세청 '당혹'

국세청은 또 다시 터진 세무비리 의혹에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현 정부들어 김덕중 국세청장이 내부 부패와의 전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직 국세청장과 차장의 거액 금품수수 의혹이 터지자 난감해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미 오래 전 일이며, 당시에 연루됐던 사람들은 현직에 있지 않다"면서 "검찰에서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잊혀질 만하면 툭하고 터져 나오는 비리 사건으로 힘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게다가 최고위층에서 재벌 기업과 불미스러운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국세청의 신뢰가 무너질지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번에 또 다시 비리에 연루된 전군표 전 청장은 이미 지난 2007년에 현직청장으로선 처음 구속되기도 했다. 이어 이주성 전 청장도 수뢰혐의로 구속됐었다. 지난 4월에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직원들의 뇌물 수수 사실이 대거 적발되기도 했다.

이에 김덕중 신임 청장은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내부 청렴과 부조리 근절을 위한 본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월 세무조사 감찰 태스크포스팀을 출범시켰고, 한 번이라도 금품수수가 적발되면 조사 분야에서 일 할 수 없도록 했다. 6월에는 개청 이래 처음으로 검사출신 외부 인사를 감사관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내부 비리 척결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는 와중에 전직 고위층의 비리 의혹이 나와 아쉬울 뿐"이라며 "그럼에도 내부 부패와의 전쟁은 그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국세청, #CJ 비자금, #전군표, #허병익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