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이제라도 시작해서 다행이다."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한 시민 박영호(59)씨의 평이다. 그는 "민주당이 어떻게 해서라도 국민들의 요구사항을 이뤄내야 한다"며 "이제라도 민주당이 각성하고 시민들의 손을 잡는다면 시민들은 결코 민주당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의 장외투쟁 '진지'인 서울광장 천막을 찾은 시민들은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호응을 보냈다.
민주당은 1일 오전 서울광장에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 천막을 치고 장외투쟁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광장 의원총회'는 지나가던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시민들은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 발언에 "옳소"라고 외치고 박수를 보냈다. 의원총회 뒤 민주당 의원들이 서울광장 일대에서 홍보전단 배포에 나서자, 시민들은 악수를 청하는 등 격려를 보냈다.
또한 시민들은 오후 8시께 '민주당 천막' 앞에 자유발언대를 만들기도 했다. 시민 50여 명은 자발적으로 천막 앞에 모여앉아 새누리당의 태도를 비판했다. 한 시민이 "촛불을 들자"고 목소리를 높여 강조하자, 주변 시민들은 박수를 보내며 호응했다.
시민들 "국정조사 정상화 지지"... "조금 더 빨랐다면" 아쉬움도
김한길 대표도 지하철 시청역 5번 출구에 서서 홍보 전단을 배포했다. 그러자 많은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시민들은 홍보전단을 받아들며 김한길 대표에게 "수고하신다"고 먼저 악수를 청했다. 김 대표가 시청 일대를 돌며 전단을 나눠주자 시민들은 반갑게 인사했다. 그들 중 일부는 스마트폰으로 김 대표를 찍었다.
많은 시민들은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다만, '국정조사 정상화'를 통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전제를 거론했다. 대구에서 휴가 차 서울에 올라왔다가 민주당의 장외투쟁 현장에 들렀다는 박민제(37)씨는 "우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전혀 몰랐다는 것부터 납득할 수 없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지금도 자꾸 다른 사건에 가려지는 것이 답답하다, 밝혀질 것들이 명확하게 밝혀져야 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국정조사 정상화를 위해 투쟁하는 민주당의 행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아무개(35)씨는 "기본적으로 민주당의 행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정조사가 시작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이 최선만을 택해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래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지지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민주당에서 나눠준 홍보물을 받아든 김봉현(75)씨는 민주당에 큰 지지를 표하면서 "(민주당은) 원외 투쟁에 '올인'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증인을 채택하는 단계에서부터 새누리당의 태도가 잘못됐다"며 "반드시 증언이 필요한 사람들을 숨기면, 국정조사가 제대로 될 리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환영하지만, 그 시기와 효과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신원기(32)씨는 "기본적으로 (장외투쟁이) 때늦은 감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의 태도를 보면 우습기도 하고 화도 나지만, 민주당의 대응이 너무 늦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전면 원외투쟁도 아닌 원내외 병행 투쟁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다 빨갱이"... "국회 일을 왜 원외로 가지고 오나"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시민도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50대 남성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일을 바깥으로까지 가지고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역시 이름을 밝히지 않은 50대 남성은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손을 내저으며 "다 빨갱이다"고 말했다. 그는 "빨갱이들 몇 명이나 왔나 세 보려고 온 것"이라며 더 이상의 취재를 거부했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지지하는 시민들과 반대하는 시민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망치부인'으로 유명한 이경선씨가 민주당 천막 옆에서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인터넷 방송을 하자, 몇몇 시민들은 이에 항의했다. 결국 시민들 간에 말싸움으로 번졌다. 60대 남성 2명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언론 비판도 거세... "종편·MBC 다 나가!"
시민들 중에는 언론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일부 시민은 "국정원 국정조사를 전혀 알지 못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들은 기자에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라면, 왜 TV에는 잘 나오지 않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길정(23)씨는 "국정을 제대로 하기 위한 투쟁이라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기본적으로 사건을 잘 알지 못한다"며 "주로 TV로 뉴스를 접하는데, TV에는 이 문제에 관련된 보도가 거의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나오더라도 별로 비중이 없어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민주당 천막' 옆에 설치된 '기자단 천막'에 직접 항의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이날 오전 민주당 장외 투쟁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을 보던 한 남성이 "기껏 취재하면 뭐하나, 뉴스 보면 자막으로만 나오던데"라며 고함을 내질렀다.
오후 7시께 취재진과 시민들 사이에 큰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몇몇 시민이 "종편 방송과 MBC는 전부 여기서 나가라"며 기자단 천막 안으로 진입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사진기로 지상파·종편 기자들의 사진을 찍으면서 "제대로 보도도 안 할 거면서 무엇 하러 여기 앉아 있느냐" "너희는 기자가 아니다"라고 거칠게 항의했다. 이들은 경찰과 당직자들이 나서 10여 분을 말린 끝에 되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