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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의 한 초등학교. 이 학교 교장은 교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운동장을 인조잔디로 설치하려고 하고 있다.
 경북 경주시의 한 초등학교. 이 학교 교장은 교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운동장을 인조잔디로 설치하려고 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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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 이 학교 교장은 학교 교직원들의 반대와 경북교육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설치하려 하고 있다.
 경북 경주시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 이 학교 교장은 학교 교직원들의 반대와 경북교육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설치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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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의 한 초등학교가 다양한 학교운동장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학생들의 건강을 우려하는 교사와 교직원, 학부모들의 반대에도 학교장이 절차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인조잔디 조성사업을 강행하려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다양한 학교운동장 조성사업은 교육부가 주축이 되어 지난 2005년 인조잔디 운동장 조성계획에 따라 시행되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008년 3월 초·중·고등학교 공교육에서 건강관리와 체육에 제도적 지원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하면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총 1000개 학교에 5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확대됐다.

이후 선정된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 운동장이 인조잔디로 조성되면서 유해물질 검출로 인한 학생들의 건강 우려 등의 문제가 제기되자 대부분의 교육청이 인조잔디 운동장 조성사업을 중단시키고 천연잔디 또는 마사토를 이용한 친환경 운동장 조성사업으로 전환토록 했다.

경주시 구황동에 위치한 H초등학교도 지난 2011년 다양한 학교운동장 조성사업에 선정돼 지자체 지원금 1억5000만 원과 교육부 지원금 6850만 원, 경북교육청 지원금 2억8150만 원 등 총 5억 원의 예산을 배정받았지만 사업을 진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아무개 교장이 지난 3월 부임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 교장이 부임한 후 여러 인조잔디 관련 업체들이 학교에 드나들었고, 이 교장은 인조잔디 운동장을 추진하겠다며 교사와 운영위원들을 설득했다.

이 교장은 또 최아무개 전 행정실장을 시켜 인조잔디 조성을 위한 설문과 안내자료를 만들도록 지시했다. 최 실장이 설문지를 만들면서 천연잔디, 인조잔디, 마사토 등을 선택하도록 했으나 이 교장은 근무평가를 들먹이며 자신의 뜻에 따르도록 부당한 지시를 하기도 했다.

급기야 최 실장이 교장의 지시를 듣지 않고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자 이 교장은 설문지의 항목을 인조잔디 설치 찬성, 반대, 기타 의견으로 임의로 바꾸어 4월 19일 학부모와 교직원, 운영위원, 학교주변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77.3%의 인조잔디 설치 찬성 의견을 받아냈다. 설문지에는 모두 실명을 적도록 해 반대한 교사들은 교장실로 불러 회유하기도 했다.

경북 경주시 H초등학교는 다양한 운동장 조성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지난 4월 19일 학부모와 교직원, 학교운영위원, 학교인근 주민, 동창회 등을 상대로 설문을 실시해 77.3%가 인조잔디 구장 설치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양한 운동장 사업은 천연잔디, 인조잔디, 마사토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ㅎ해야 하지만 이 학교 교장은 의도적으로 인조잔디 설치와 반대만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경북 경주시 H초등학교는 다양한 운동장 조성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지난 4월 19일 학부모와 교직원, 학교운영위원, 학교인근 주민, 동창회 등을 상대로 설문을 실시해 77.3%가 인조잔디 구장 설치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양한 운동장 사업은 천연잔디, 인조잔디, 마사토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ㅎ해야 하지만 이 학교 교장은 의도적으로 인조잔디 설치와 반대만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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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의 한 초등학교 행정실에 비치된 일반출입증 관리대장. 학교를 방문한 방문자는 출입자 기재란에 이름과 소속, 방문목적 등을 적도록 하고 있으나 인조잔디 영업직원은 이 장부에 이름을 적지 않고 곧바로 교장실에서 교장을 만났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경북 경주시의 한 초등학교 행정실에 비치된 일반출입증 관리대장. 학교를 방문한 방문자는 출입자 기재란에 이름과 소속, 방문목적 등을 적도록 하고 있으나 인조잔디 영업직원은 이 장부에 이름을 적지 않고 곧바로 교장실에서 교장을 만났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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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업자들은 방문증 없이 교장실을 들락거리기도 했고 이 교장은 수시로 업자들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H초등학교 교직원들은 이 교장이 업자와 수시로 통화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 교장은 지난 7월 31일 교직원들에게 잔디구장 조성에 대한 의견을 듣겠다며 전체회의를 소집했고, 이날 이 교장이 마음에 두고 있는 업체 직원이 인조잔디에 대한 설명을 하겠다고 했으나 어떤 이유인지 설명하지는 않았다. 교장은 이날 인조잔디에 대한 당위성만 강조했다.

결국 인조잔디에 대한 유해성 논란과 학생들의 건강을 우려한 교직원들은 지난 2일 모임을 갖고 "다양한 운동장 조성사업을 왜곡한 학교장의 일방적인 인조잔디 조성 사업 추진을 철회하고 친환경 운동장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며 서명을 했다.

하지만 이 교장은 일방적으로 인조잔디 운동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새로 학교에 부임한 강아무개 행정실장을 불러 인조잔디 사업을 추진하도록 압력을 넣고 강 실장이 허리디스크로 인해 병가를 내자 전화를 걸어 병가를 반려하겠다며 학교에 출근하도록 종용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장은 지난 6일 강 실장에게 "자동차 사고가 나서 다쳐도 급한 일이 있으면 나와야 한다"며 "학교에 나와 3억5000만 원에 달하는 인조잔디 자재의 입찰건을 진행하라"고 요구하고 듣지 않을 경우 가만두지 안겠다는 협박도 했다.

강 실장은 "허리가 아파 30분도 앉아있을 수 없을 지경인데도 학교장이 전화를 해 병가를 반려하겠다며 학교에 나오도록 종용한다"며 "말을 듣지 않으면 근무평가 점수를 나쁘게 주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들은 이 교장이 이미 특정업체와 결탁하고 내부적으로 선정한 뒤 형식적인 입찰 절차를 거치려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의시간에 특정업체를 들먹이고 이 업체의 제품이 좋다는 말을 수시로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기자가 지난 23일 전화를 걸어 학교에 방문하겠다고 하자 학교장의 허락 없이는 방문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취재를 거부하기도 했다. 이 교장은 "하루종일 학교에서 할 업무가 많기 때문에 인터뷰할 시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자가 학교를 찾았을 때 이 교장은 컴퓨터만 켜놓고 앉아 있었다.

경북교육청에서 지난 7월 25일 경주의 한 초등학교에 내려보낸 협조 공문. 경북교육청은 다양한 운동장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이 학교 교장이 추진중인 인조잔디 설치를 지양하고 천연잔디 또는 마사토를 이용한 운동장 정비사업을 요구했지만 학교장은 자신이 결정권자라며 바꿀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경북교육청에서 지난 7월 25일 경주의 한 초등학교에 내려보낸 협조 공문. 경북교육청은 다양한 운동장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이 학교 교장이 추진중인 인조잔디 설치를 지양하고 천연잔디 또는 마사토를 이용한 운동장 정비사업을 요구했지만 학교장은 자신이 결정권자라며 바꿀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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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북교육청은 지난 7월 25일 H초등학교에 공문을 보내 인조잔디 조성사업을 진행하지 말도록 종용했다. 교육청 담당자는 "인조잔디 운동장은 내구연한이 도래한 후 개보수 비용이 발생하고 학생의 안전사고와 여름철 표면온도 상승으로 인한 화상사고, 유해물질 검출로 인한 학생들의 건강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대구시교육청도 지난 7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인조잔디 조성사업을 중단하고 친환경 천연잔디 또는 마사토를 깔아 학생들이 흙과 생활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고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교장은 자신의 주장을 꺾지 않고 있다. "인조잔디 조성사업은 이미 2011년 결정됐고 자신이 올해 3월 부임했지만 진행하는데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인조잔디 찬성률이 70%를 넘어 절대다수가 찬성하기 때문에 인조잔디 조성을 어떤 경우에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이 학교의 한 교사는 "교장이 이권에 개입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경찰의 수사 필요성을 제기하고 "아이들이 친환경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교육청이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다양한 학교운동장 조성사업, #인조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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