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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지성호우, 좌측 강물은 온통 흙탕물인데 가운데 쪽 강물은 맑기만 하다. 마치 뽀샵을 한 것처럼 보인다.
국지성호우, 좌측 강물은 온통 흙탕물인데 가운데 쪽 강물은 맑기만 하다. 마치 뽀샵을 한 것처럼 보인다. ⓒ 신광태

"갑자기 왜 흙탕물이 내려오지?"

8월 10일 아침 9시. 강원도 화천 피니쉬 타워 회의실에서는 '쪽배축제 추진상황 보고회'가 열리고 있었다. 회의실에서 무심코 내려다 본 강변. 엄청난 양의 흙탕물이 내려오는 것이 목격됐다. 축제가 열리고 있는 읍내엔 이른 새벽에 빗방울이 약간 떨어지는 정도였다. 흙탕물을 동반한 물길이 세차게 흐를 이유가 없다. 잠시후 관광객 편의를 위해 캠핑촌과 붕어섬을 연결한 통통다리 마저 끊어졌다. 엄청난 위력이다.

"금강산댐을 방류한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금강산댐을 방류할 경우 상당히 많은 물량이 평화의 댐을 거쳐 파로호로 유입된다. 이어 화천댐은 수문개방과 동시에 일제히 많은 물을 하류로 내려 보낸다. 연쇄적으로 춘천댐 방류가 시작된다. 이렇게 되면 축제장 앞 강의 유속은 상당히 빨라진다.

상황이 이렇게 될 경우 사전에 한강수력원자력발전소(한수원)로부터 통보가 온다. 그러나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국지성호우로 축제장을 연결하는 통통다리(위)가 끊겼다. 이에 군은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황포돛배(아래)로 대체했다.
국지성호우로 축제장을 연결하는 통통다리(위)가 끊겼다. 이에 군은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황포돛배(아래)로 대체했다. ⓒ 신광태

10일 아침 7시경 화천군 상서면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렸다. 화천군 면적은 909㎢. 그다지 크지도 않은 지역 중 어느 곳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 어느 지역은 집중호우가 내렸다는 것이 이상했다. 그것도 한시간여동안 85㎜나 내렸단다. 전에 없던 일이다.

회의가 끝나길 기다려 상서면 지역과 연결된 둔치로 향했다. 엄청난 량의 물은 마을과 마을을 연결한 교량을 범람할 기세다. 2000년대 초 서울경기 일원과 강원도에 내렸던 장맛비가 연상될 정도다.

화천댐과 연결된 지류의 강물은 푸른색을 띠는데 반해 상서면 지역에서 세차게 내려오는 물은 진한 황토색을 띠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까지 했다.

 좌측 강은 흘탕물로 뒤 범벅인데, 우측 강은 맑기만 하다. 국지성호우 때문이다.
좌측 강은 흘탕물로 뒤 범벅인데, 우측 강은 맑기만 하다. 국지성호우 때문이다. ⓒ 신광태

상서면 지역 계곡을 찾은 관광객들의 안전이 걱정됐다. 화천군재해대책 본부에 확인했다. 다행히 사전에 모두 피신해 특별한 피해는 없단다. 어떻게 (일부지역에 일시에 많은 비가 내리는)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을까. 화천군 재난관리 부서 반종철 주무관에게 물었다.

초보 캠핑족들을 위한 조언

- 비가 내린다는 예보도 없었다. 그런데 엄청난 집중호우가 내렸다.
"국지성 호우라고 한다. 특정지역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뜻이다. 장마가 그친 후 폭염이 이어진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국지성 호우는 크게 남쪽에서 유입되는 열대기단과 북쪽에서 내려오는 한대기단의 충돌할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요즘은 대형 구름대 속의 호우세포가 습한 공기를 빨아들이면서 그 세력이 강력해져 특정지역에 집중적으로 호우가 내리는 경우가 많다."

- 상서면 지역은 짧은 시간 동안 85mm나 내렸다. 집중호우의 범위는 어느 정도로 보나
"범위는 대략 3~5km 정도 된다고 하지만, 이보다 작은 경우도 있다. 다시 말해서 반경 3~5㎞범위에 집중호우를 퍼붓는데, 그곳을 제외하고 인접한 다른 곳은 비가 전혀 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호우세포의 수명은 한 시간에서 세 시간 정도이다. 즉 그 짧은 시간동안 집중적으로 내린다는 말이다. 이 때는 비가 내린다는 말보다 양동이로 퍼붓는다는 표현이 적합할지 모르겠다."

- (호우가 어느 곳에 집중될지 잘 모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집중호우가 내리는 계곡에 피서지를 정한 사람들을 위해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알려 달라.
"보통 높은 산이 많은 지역 또는 협곡에 국지성 호우 발생빈도가 높은데, 꼭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도 염두에 두기 바란다. 일단 시커먼 먹구름이 집중적으로 형성되면서 천둥번개가 동반된다면 집중호우를 예견하는 것이 좋다. 이럴 땐 개울가나 강변에서 무조건 벗어나는 것이 좋다. '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괜찮겠지' 하는 생각은 금물이다. 왜냐면 국지성 호우는 산사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무조건 산위나 높은 곳으로 오르는 것이 좋다. 천둥번개가 심할 땐 나무 밑에 있거나 우산 등 쇠붙이를 들고 있는 것 또한 삼가 주길 바란다."

평평한 강변에 텐트를 치는 것도 자제해 달라. (텐트를 친 곳에는)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국지성 호우가 내린 곳으로부터 갑자기 많은 수량이 밀어닥칠 경우 대단히 위험하기 때문이다."

- 요즘 캠핑이 대세다. 초보자들도 많다. 이들에게 해 줄 조언이 있다면.
"장비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거론하지 않겠다. 캠핑 장소 중 피해야 할 곳은 강물 또는 계곡물이 갈라져 작은 섬이 형성된 곳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양쪽으로 물이 흐르기 때문에 시원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 곳에 텐트를 설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갑작스런 호우로 물이 늘게 되면 고립되거나 한꺼번에 쓸려 내려갈 수 있다. 너무 일기예보에 의존하지마라. 국지성 호우는 갑자기 이루어지기 때문에 예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국지성 호우가)감지되면 인근 사람들에게 피할 것을 독려하고, SNS 등을 통해 널리 알려주기를 권한다."

 집중호우에 의해 떠 내려온 쓰레기. 쓰레기를 계곡에 버리는 행위를 삼가해 달라고 반종철 주무관을 말했다.
집중호우에 의해 떠 내려온 쓰레기. 쓰레기를 계곡에 버리는 행위를 삼가해 달라고 반종철 주무관을 말했다. ⓒ 신광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관광기획 담당입니다.



#국지성호우#화천#반종철#쪽배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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