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각종 선거에 매번 사용하는 '보고용 PC'의 법적 근거가 없음이 정보공개 청구로 드러났다. 지난 7월 30일, 중앙선관위에 "개표시 사용하는 보고용 PC의 법적 근거와 18대 대선에 사용된 보고용 PC의 제품 규격"을 밝혀달라고 정보공개 청구했다.

이에 중앙선관위 기록물관리과 원상연 주무관이 12일 연락해 "정보공개 청구한 내용은 공개할 관련 문서가 없고 민원에 해당하므로 구두로 통보하고자 연락했다"고 하였다. "정보공개 청구에 해당되지 않아 민원으로 처리한다고 해도 중앙선관위 공식 답변을 원하므로 회신은 문서로 해 달라"고 그에게 요청했다. 몇 시간 뒤 원 주무관은 간략한 회신을 해왔으나 전화로 통보한 사실을 다 적시하진 않았다.

중앙선관위 회신 보고용 PC 사용 법적 근거와 제품 규격에 대한 선관위의 답변
▲ 중앙선관위 회신 보고용 PC 사용 법적 근거와 제품 규격에 대한 선관위의 답변
ⓒ 정병진

관련사진보기


그는 선관위가 '보고용 PC' 사용하는 것은 "내부 규정에 의한 것"이지 "법적 근거가 있는 건 아니다"고 했다. 내부 규정이란 선관위 사무편람 '개표결과의 보고'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원 주무관이 전해준 그 내용은 이렇다.

"일선 사무국·과장은 선거별 또는 선거구별로 모든 읍면동 투표구의 개표가 종료되는 즉시 개표 상황표와 후보자의 득표수와 무효투표수를 대조확인해서 보고 책임자가 상급 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여기에는 보고 해야 한다고 돼 있을 뿐 '보고용 PC'에 대한 언급은 없다. 사무편람 지침만 놓고 보면 개표 데이터 보고를 '보고용 PC'가 아닌 팩스 같은 다른 형태로 해도 별 문제는 없다. 더욱이 사무편람은 선관위 내부 규정이라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맹점이 있다. 

보고용 PC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개표장 사무총장 뒤에 보고용 PC가 보인다.
▲ 보고용 PC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개표장 사무총장 뒤에 보고용 PC가 보인다.
ⓒ 안단테사랑 제공

관련사진보기


요컨대 원 주무관에 따르면 선관위가 개표시 사용하는 '보고용 PC' 사용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다. 보고용 PC는 각 지역 선관위가 상급기관에 '개표상황 보고'의 행정업무를 하기 위해 사용하는 장비일 뿐이다. 때문에 "제품 규격이 정해져 있지 않아 각 지역선관위마다 사용하는 '보고용 PC'가 다 다르다"고.

보고용 PC로 데스크 탑을 쓰든 노트북을 쓰든, 선관위 자체 PC를 활용하든 임차해서 쓰든 그건 각 지역 선관위 형편과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선관위는 2002년 대선 이전부터 줄곧 '보고용 PC'를 사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긴 세월 개표의 중요 기능을 담당하는 장비로 활용해 왔음에도 법령상 사용 근거를 마련하지 않은 점은 선뜻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보고용 PC'는 개표 데이터를 중앙선관위 서버에 실시간 보고할 때 사용하는 기기다. 개표장에 설치된 PC 가운데 유일하게 인터넷 전용망에 연결돼 있다. 해킹이나 프로그램 조작, 바이러스 따위의 위험이 있기에 전자개표기(투표지분류기) 못지않게 '보안, 안전성' 확보가 절실한 장비다. 그럼에도 '보고용 PC'는 사용의 법적 근거가 없고 제품 규격마저 통일돼 있지 않아 향후 적지 않은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보고용 PC 운용 사진 오른쪽 사무총장 뒤에 세 명의 여직원이 보고용 PC 주변에 있다.
▲ 보고용 PC 운용 사진 오른쪽 사무총장 뒤에 세 명의 여직원이 보고용 PC 주변에 있다.
ⓒ 안단테사랑 제공

관련사진보기


한편 선관위의 전자개표기(투표지분류기) 사용을 둘러싼 논란이 10년 넘게 계속되는 중이다. 위법성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은 공직선거법 부칙 5조 위반이라 주장한다. 부칙 5조에 의하면 전산조직에 해당하는 전자개표기는 "보궐선거 등"에만 사용하도록 제한돼 있음에도 선관위가 이를 무시하고 대선, 총선 같은 선거에 사용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

반면 중앙선관위는 투표지분류기 사용의 법적 근거를 178조(개표의 진행) 4항에 따른 중앙선관위 규칙 99조 3항에 의해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전자개표기(투표지분류기) 사용을 놓고 이렇게 치열한 공방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번에 선관위의 '보고용 PC' 사용이 법적 근거가 없음이 드러남으로써 논란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용 PC#중앙선관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