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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주차장의 출입 차량 관리도  주 업무 중 하나다.
▲ 지하 주차장의 출입 차량 관리도 주 업무 중 하나다.
ⓒ 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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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내가 일어난 시각은 새벽 4시 30분.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오늘 하루를 일하자면 아무리 밥맛이 없더라도 아침밥을 먹어야 한다. 냉장고를 뒤져 엊저녁 아내가 만들어놓은 된장찌개를 데웠다.

밥통에서 밥을 푸고 김치 등의 부수적 반찬을 상에 차려 식사를 시작했다. 내가 밥을 먹는 소리를 들었는지 아내가 주방으로 들어섰다.

"일어난 겨?"
"응, 당신도 같지 먹지 그랴?"
"아녀, 난 이따 먹을 텨."

우리 부부 둘 다 충청도 사람인지라 사투리 역시도 똑같이 사용한다. 아침을 먹은 뒤 목욕을 시작했다. 양치질에 이어 머리를 감고 면도를 했다. 향기가 좋은 비누로 전신을 씻어내니 기분이 날아갈 듯 상쾌했다.

그럴 즈음 스마트폰에 설정해 둔 알람이 다섯 시가 되었다며 마구 울기 시작했다. '미안하다! 오늘도 내가 너보다 먼저 일어났구나.'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며, 또한 습관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운명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다소 거창한 비유가 어울리진 않지만 하여간 나의 아침 습관은 늘 이렇다. 이어 다섯 시엔 뉴스를 보면서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머릿속에 입력한다. 그리곤 다섯 시 반 전에 집을 나서 5시 40분에 시내버스에 오른다.

회사에 도착하면 6시 15~20분이 된다. 내가 출근해야만 비로소 퇴근이 '성립되는' 동료 경비원은 벌써부터 가방을 싸놓고 나의 출현을 쌍수를 들어 반겼다.

"야근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어서 퇴근하세요!"

2인1조로 6명이 일하면서 하루는 주간근무, 이튿날엔 야간근무의 업무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게 바로 내가 일하는 직장의 경비원 직무 매뉴얼이다. 나와 업무 인수인계를 마친 경비원은 자신의 동료, 즉 짝꿍 경비원보다 한 시간 먼저 퇴근한다.

왜냐면 오전 7시 30분까지 출근하여도 되는 것을 나는 늘 그렇게 한 시간이나 일찍 출근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습관은 야근의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오후 5시 40분까지 출근하면 되건만 난 오후 4시 30분이면 벌써 출근하여 교대를 해주니 말이다.

처음엔 이로 인해 오해와 시기, 그리고 말도 많았지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늘 습관으로 그리 하니까 이젠 나의 조기출근에 대하여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럼 왜 나는 1년 이상을 이 같이 일찍 출근하게 됐을까.

30년 가까이 출판과 언론사에서 밥을 먹다가 재작년에 그만 두고 경비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건 바로 작년 초부터이다. 비록 이 직종에서의 경험은 전무했지만 이 직업을 시작하면서부터 다부진 각오로써 스스로에게 약속을 하였다.

첫째, 남들보다 한 시간 먼저 출근한다. 둘째, 누구에게든 내가 먼저 웃으며 인사한다. 셋째, 책임감을 가지고 주인의식으로 일한다. 평소 술을 물 마시듯 하는 나와 달리 나와 업무교대를 하는 직원은 한 방울의 술도 못 한다.

하지만 오늘도 그 직원은 내게 소주를 한 병 주었다. 자주 가는 산악회에서 나온 술인데 내 생각이 나서 챙겨왔다며. 약속(約束)이란 비단 다른 사람과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정하여 둠에 국한(局限)하지 않는다.

또한 약속은 연속성(連續性)이 관건이자 생명이다. 내일도 나는 한 시간 이른 행보를 변함없이 계속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없음



#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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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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