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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체로 일컬어지는 자암의 글씨. 자암은 자신의 글씨를 중국인들이 사간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붓을 꺾어 남은 작품이 드물다고 알려져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인수체로 일컬어지는 자암의 글씨. 자암은 자신의 글씨를 중국인들이 사간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붓을 꺾어 남은 작품이 드물다고 알려져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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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지역에서 자암 김구(1488~1534)의 학문과 예술을 기리는 사업이 시작된다. 자암 김구는 조선 중종 때의 유학자이자 서예가로 안평대군·양사언·한호(석봉)와 함께 조선 전기 4대 명필로 꼽혔던 인물이다. 예산에서 나고, 예산에 묻힌 그는 추사 김정희(1786~1856)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그동안에도 향토사학가 사이에서 자암 김구에 대한 조명의 필요성이 제기되긴 했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다.

예산문화원(원장 김시운)과 자암기념사업회(회장 김충희)는 올 가을 자암 김구의 이름을 걸고 서예대전과 학술대회·전시회 등 문화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추진할 운영위원회도 구성됐다. 김시운 예산문화원장과 김충희 자암기념사업회 회장을 비롯해 김창수(홍성문화원 강사)·신은숙(세명대학교 교수)·이상온(대전대 교수, 추사휘호대회 초대작가)·오윤선(예산문화원 간사)·이완(추사체연구회 회장)·박세진(예산문화원 사무국장, 운영위원회 간사)씨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는 지난 9일 예산문화원에서 첫 번째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마련했다.

자암 김구는 누구?
조선 전기 4대 서예가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자암은 일찍부터 주자학 연구에 전념해 학문이 조광조·김식과 견줘졌으며, 음률에도 뛰어나 악정에 임명된 적도 있다. 조광조, 김정 등과 함께 삼암(三庵)으로 불리면서 개혁정치에 앞장서 중종 14년(1519년) 32세의 나이로 홍문관 부제학에 올랐다. 그러나 중종반정의 공신들로부터 반감을 사 남해에서 13년 동안 유배살이를 했다.

유배가 끝나고 고향인 예산으로 돌아온 자암은 유배 중에 돌아가신 부모님 산소 옆에서 시묘살이를 했다. 이 때 자암이 흘린 눈물 때문에 묘 근처의 풀이 다 마를 정도였다고 하며, 그 역시 병을 얻어 이듬해 세상을 떠나 효자로도 이름이 나 있다. 신암면 종경리에 그의 묘소와 신도비가 있다.

자암은 수많은 시문을 남겼는데 대부분 유실돼 <자암집>(사진)을 통해 전하는 것은 국문시조 5수와 경기체가인 화전별곡 뿐이다. 독특한 서체의 명필인 그의 글씨는 서울 인수방(仁壽坊)에 살았다 하여 '인수체'라고 일컬어진다. 작품으로 <이겸인묘비> <자암필첩> <우주영허첩> 등을 남겼다.
계획안에 따르면 10월 14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될 '제1회 자암김구 전국서예대전'은 일반부를 대상으로 한글과 한문, 문인화 부분에 대한 공모전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심사를 거친 수상작들은 11월 중 자암 선생의 유물들과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이와 때를 같이해 학술세미나도 열릴 예정이다. 운영위원회는 자암선생의 유품을 보유하고 있는 충청남도역사박물관과 협의해 유품전시를 하는 한편 선생의 학문과 사상·서예예술사에 대한 학술세미나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2년여 전부터 자암기념사업회와 함께 공감대를 형성해온 김시운 예산문화원장은 "또 한 분의 예산 출신 서성 자암 김구 선생의 서예 예술 업적을 기리고, 충청남도와 예산군을 서예예술의 본향으로서 전국적인 관심과 위상 확립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하는 행사"라고 의미를 설명한 뒤 "첫 행사여서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그동안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자암 선생 기념사업의 첫 발을 내딛는다는데 의미를 둔다"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자암 선생의 16대 후손이자 자암기념사업회를 이끌고 있는 김충희 회장은 "감회가 새롭다, 1988년까지는 '자암 김구 추모 시조경창대회'가 열리기도 했지만, 이후 명맥이 끊겨 후손으로서 송구하고 안타까웠다"면서 "2008년 신암면지 발간을 계기로 자암 선생을 너무 모르는 현실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기념사업회를 꾸리고 오늘까지 오게 됐다, 올해 행사는 결실이 아닌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첫 단추를 잘 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많은 분들의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지역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자암 김구, #인수체,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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