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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당시 군경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 희생자들이 묻혀있는 공주 왕촌 살구쟁이 현장.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지난 2009년 이곳에서317구의 희생자 유해를 수습했다.
 한국전쟁당시 군경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 희생자들이 묻혀있는 공주 왕촌 살구쟁이 현장.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지난 2009년 이곳에서317구의 희생자 유해를 수습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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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가 공주시 상왕동 살구쟁이에 묻혀 있는 미발굴 유해 100여 구를 수습하도록 조치했다. 지난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는 이곳에서 수백여 구의 희생자 유해를 발굴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나머지 100여 구는 수습하지 못했다.

충남도는 최근 추경예산에 공주 왕촌 살구쟁이에 남아 있는 유해 수습비용으로 3000만 원을 확보하고 공주시를 통해 집행하도록 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큰 비가 내릴 경우 야산에 묻혀 있는 유해가 유실될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돼 추경예산에 유해발굴 예산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발굴을 맡은 충북대 중원문화연구소는 내달경 발굴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1950년 7월에 공주형무소 수감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원 500~700여 명이 국군과 경찰에 의해 집단 총살됐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009년 이곳에서 317구의 희생자 유해를 수습했다. 하지만 발굴 도중 인근에서 추가 발견된 약 100여 구의 유해에 대해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수습하지 않았다. 이후 5년 가까이 유해가 방치돼 왔다.

늦게나마 유해발굴 예산이 지원된 데는 담당부서인 충남도 자치행정과는 물론 안희정 충남지사의 의지가 반영됐다.

안 지사는 지난 6월 공주지역 민간인 희생자합동위령제에 보낸 추도사를 통해 "좌우익이 무엇인지, 보도연맹이 무엇인지 모른 채 형무소에 수감된 사람들이 좌익 극렬분자로 몰려 군경에 의해 무자비하게 집단학살 당했다"며 "희생되신 영령들과 유가족들의 아픔이 다소나마 위로받고 치유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주왕촌에 발견된 지 5년 여 동안 수습되지 않고 있는 유해매장지. 약 80∼90여 구의 유해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주왕촌에 발견된 지 5년 여 동안 수습되지 않고 있는 유해매장지. 약 80∼90여 구의 유해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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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근 공주유족회장은 "남아 있는 유해를 수습하지 못해 그동안 하루도 마음이 편치 못했다"며 "늦었지만 안 지사가 유해발굴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한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주시와 충북대 중원문화연구소는 9월 중순 이후 유해발굴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유해발굴 책임을 맡은 박선주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는 "그동안 조사지역 밖에서 추가로 발견된 유해를 발굴하지 못해 마음의 짐을 안고 있었다"며 "유해를 잘 수습해 진실규명과 사회적 통합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난 2009년에도 이 곳 살구쟁이 유해발굴단장을 맡아 조사사업을 진두진휘했다.

한편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010년 공주 상왕동 살구쟁이에서 1950년 7월 9일께 공주형무소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원 등 최소 400여 명을 공주 CIC분견대, 공주파견헌병대, 공주지역 경찰 등이 집단학살한 일은 '진실'이며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 희생자 위령제 봉행 및 위령비 건립 등 위령사업 지원 ▲ 유해발굴과 유해안치장소 설치 지원 등을 권고했다. 


#충남도#공주 왕촌#살구쟁이#유해발굴#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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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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