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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지 하나 없는 청정 만리포 해수욕장은 눈에 드러나지 않는 자원봉사자들의 구슬땀 덕분입니다.
 휴지 하나 없는 청정 만리포 해수욕장은 눈에 드러나지 않는 자원봉사자들의 구슬땀 덕분입니다.
ⓒ 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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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올해처럼 지독스레 무덥고 습기까지 마치 폭군처럼 창궐했던 여름이 또 있었던가요? 그래서 사람들은 너도나도 바다와 계곡 등지로 피서를 떠났습니다. 하지만 저와 같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생활하는 직장인으로선 그 같은 피서가 그림의 떡일 따름이었죠.

그러던 중, 참으로 반가운 낭보가 전해졌는데 그건 바로 고향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만리포로 늦휴가를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기에 꾀를 냈습니다. 정상적 근무로 치자면 하는 수 없었지만 다른 직원에게 저의 대근(代勤)을 부탁하면 하루의 휴가가 보장되는 때문이었지요.

그 얘길 했더니 흔쾌히 응해주기에 지난 주 토요일에 충남 태안을 향해 출발했던 것입니다.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던 천안의 동창들과 인사를 나눈 뒤 곧장 만리포해수욕장에 들어가 맘껏 물놀이를 즐겼지요.

이어 오후엔 근방의 모항항 수산시장을 찾아 싱싱한 회를 먹고 꽃게도 한보따리 사가지고 숙소로 와 맘껏 쪄먹었습니다. 이튿날 새벽까지 통음을 하느라 늦잠에 빠진 다른 친구들과 달리 자정 무렵 잠이 든 저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오전 6시 즈음에 기상했지요.

그리곤 정적의 바다를 구경할 요량으로 만리포해수욕장의 백사장을 걸었습니다. 일부러 맨발로 걸었는데 그러자 만리포 백사장 특유의 고운 입자 모래가 제 발가락 사이로 끼어들면서 마구 앙탈을 부리더군요.

이따 아침을 먹으면 떠날 터였기에 만리포의 아름다운 풍경을 하나라도 더 눈에 담을 욕심에 만리포해수욕장 기념비가 세워진 곳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문득 흡사 산더미만큼이나 쌓여있는 쓰레기를 보게 되었지요.

아울러 그 쓰레기들을 치우느라 땀을 뻘뻘 흘리시는 아주머니 한 분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아이구~ 수고 많으십니다!"라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놀러 오셨군요?" 저의 인사에 곧장 공손히 인사를 하시기에 내처 여쭈었지요.

"보아하니 연세도 꽤 되셨는데 이 힘든 일을 혼자 하세요?"

그러자 그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시길, 자신은 올해 연세가 칠순이며 성함은 국희열 여사님이라고 하셨습니다. 아울러 충남 태안군 소원면 적십자 회장이자, 모항3구 부녀회장까지 맡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피서철엔 만날 새벽 4시부터 나와서 이렇게 자원봉사를 하고 있지유."
"옳아~ 그래서 덕분에만리포가 이처럼 항상 깨끗하군요!"

만리포해수욕장 기념비 바로 옆엔 수년 전 태안바다를 고통과 시름의 나락으로 빠뜨렸던 서해안 기름 유출사고의 비극이 사진으로 생생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것 하나만을 보더라도 청정(淸淨) 바다를 보고자 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본능이자 이심전심이죠. 하지만 그러한 바람을 실현하자면 바다를 찾은 피서객인 내가 먼저 쓰레기 투기를 삼가야 하는 것 아닐까요?

피서객의 발길이 끊일 때까지 국희열 부녀회장님의 자원봉사는 계속된다고 했습니다. 그럴 즈음 동창회장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딨는 겨? 밥 다 지었으니께 언능 와~!"

국 회장님의 그와 같은 노고에 박수를 드리면서 제 발길은 서둘러 숙소로 향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없음



#만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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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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