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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은행사이트를 만들어 개인정보를 빼내는 '파밍'에서 더 진화한 형태의 신종 '피싱'이 등장해 주의가 요구된다." -28일 <연합뉴스> "오류인 줄 알았더니" 은행사이트에서도 '피싱'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가짜 은행사이트가 아니라 정상 은행사이트에서 인터넷뱅킹을 했는데도 '보안카드 인증번호 오류'가 몇 번 뜬 후, 300만 원이 모르는 계좌로 빠져나가는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정부는 29일 피싱, 파밍, 스미싱 등 신·변종 금융사로 국민의 피해가 커지자 전자금융사기 합동 경보를 발령했습니다. 정말, 이제는 은행에 직접 가서 창구 거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옛날에는 집전화와 휴대전화를 통한 '보이스피싱'이 많았는데 요즘은 최첨단 기법을 동원한 금융사기가 많습니다. 저 역시 완벽하게 보이스피싱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08년 3월 17일 "김동수씨가 '3억7천만 원 사기사건'에 연루됐다"는 전화를 받고, 정신을 잃어버렸습니다. 은행창구까지 갔습니다.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지 않는 이유는 입출식 통장이 아니라 적금통장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생생한 장면을 <오마이뉴스> 기사에 썼습니다. (관련기사: 완벽하게 당할 뻔 한 공무원 사칭 금융사기)

그 일이 생각날 때마다 '나는 참 바보다', '나는 참 멍청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다시 그런 전화를 받으면 '내가 사기를 쳐 줄 것'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망상'에 불과했습니다. 어제(29일) 오후 2시쯤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발신지는 서울이었습니다.

전화번호는 없는 전화번호였다. 무려 13분 41초 동안 통화를 해도 금융사기 전화인지 알아채지 못했다.
 전화번호는 없는 전화번호였다. 무려 13분 41초 동안 통화를 해도 금융사기 전화인지 알아채지 못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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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씨, 맞지요?"
"네."
"저희는 '000'(업체 이름은 생각 안남)"
"그런데요?"
"김동수씨가 2007년 7월에 저희가 하는 서비스에 가입했습니다. 한 달에 5만 원을 내면 자동차 서비스, '00마트' 할인, '000놀인공원' 할인 그리고 외식 서비스도 가능했습니다."
"저는 그런 기억이 전혀 없는데요?"
"2007년이라 기억이 안 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저희 직원과 통화한 내역이 녹취되어 있습니다."
"그 녹취록 들어볼 수 있을까요?"
"아뇨, 녹취는 저희 본사를 직접 방문하셔서 들어야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서비스에 가입한 적이 없습니다. 매월 5만 원씩 나갔는데 그것을 모를 리가 없잖아요."
"네. 2007년 7월부터 2008년 7월까지 1년간 만 요금을 내셨다가, 그 이후에는 요금을 내지 않았네요."

이 정도면 금융사기임을 알아 차려야 했지만, 난 이미 넘어가 버렸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서비스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저희도 이상합니다. 한 달에 5만 원씩 결재하면서 왜 단 한 번도 서비스를 받은 적이 없는지. 그런데 어제 신용정보회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왜요?"

"왜, 김동수씨가 결재한 280만 원을 입금시켜주지 않느냐. 그 사람이 카드를 폐기시켰기 때문에 우리가 대신 결재를 해주었다. 280만 원을 당신들이 물어주라고 했습니다."
"그래서요?"
"이제 합의를 봐야 합니다. 280만 원을 김동수씨가 다 물어줄 필요 없도록 저희가 대행해 줄 수 있습니다."
"얼마까지 가능한데요?"
"예, 280만 원 중 40만 원 정도는 저희가 깎아주고, 나머지는 매달 분납하면 됩니다."

이쯤되면 완벽한 금융사기입니다. 하지만 저는 점점 통화 속으로 빠져들어갔습니다.

"아니 왜 제가 가입도 하지 않은 서비스 요금을 내야 하나요"
"분명 가입하셨기 때문에 제가 전화를 드리는 것입니다. 주소가 경기도 동두천시 000 000 맞나요?"
"아니요?"(이 때 전화를 완벽하게 끊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함)
"아, 아래 주소이군요. 경남 진주시 000 00번지 맞지요?"
"네."
"전화번호도 이 번호가 맞구요."
"네. 그런데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한 달에 5만 원씩 서비스 요금에 가입한 적이 없습니다. 당시 자료를 모두 보내주세요. 그런 후 생각해보겠습니다. 자료를 확인하지 않고는 요금을 낼 수가 없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참고로 이 전화는 '녹취'되고 있습니다. 이 전화번호로 전화가 오면 끊지 마세요."
"알았습니다."

전화를 끊고, 아무리 생각해도 안심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휴대전화 이동통신사 누리 집에 들어가 2007년 7월 이후 요금 내역을 확인해 달라는 민원을 넣었습니다. 그런데 아차 내가 다시 전화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화번호를 그대로 눌렸더니 들려오는 음성은 "이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였습니다. 또 한 번도 걸었습니다. "이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라는 목소리만 귀에 울렸습니다. 머리를 스치는 생각 '또 당했구나'. 이동통신사와 상담을 했습니다.

"방금 발신지가 서울로 찍힌 전화를 받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금융사기인 것 같습니다."
"예, 그렇셨군요. 혹시 피해를 보셨나요?"
"아니요. 요즘은 전화를 받으면 결제가 되는 사기도 있는데 혹시 제 휴대전화 요금이 결제되지 않았나요?"
"확인을 해보니 결제된 금액은 없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럼 앞으로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소액결제를 차단해드릴까요?"
"예, 그렇게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옆에 있던 막둥이가 서울에서 걸려왔던 번호로 전화하니 역시 같은 소리가 울렸습니다. 그리고 막둥이 하는 말 "아빠 없는 번호래요"였습니다. 요즘은 전화번호로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습니다. 역시 네이버와 다음에서 해당 전화번호로 검색하자 검색되지 않았습니다. 해당번호를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정말 왜 이렇게 살까요? 비록 금융사기를 당한 것은 아니지만, 또 속아 넘어갔습니다. 왜 이렇게 살까요.

정부는 공공기관, 금융사, 통신사를 사칭한 공갈에 속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피해 발생 시 경찰청 또는 금융사에 즉시 지급 정지를 요청하고 악성 코드 탐지 및 제거 등 컴퓨터 보안 점검을 생활해 달라고 했습니다. 보안카드보다 안전성이 높은 OTP(일회용 비밀번호 발생기)를 사용하고 전자금융사기 예방서비스에 반드시 가입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정말, 단 한 순간 실수로 피와 땀이 묻은 돈이 나쁜 사람들 통장으로 들어갑니다. 모두가 조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쁜 사람들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


태그:#금융사기, #보이스피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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