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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수산식품공사의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를 성토하는 시위가 지난 9월 2일 공사 앞 대로변에서 열렸다
 농수산식품공사의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를 성토하는 시위가 지난 9월 2일 공사 앞 대로변에서 열렸다
ⓒ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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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외발산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이하 식품공사) 강서지사 앞 대로변에서는 30여 명의 슈퍼마켓 점주들이 생업을 중단한 채 식품공사의 부당한 처사에 성토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는 서울남서부슈퍼마켓협동조합(이하 남서부조합)이 회원들에게 농산물과 공산품을 공급하기 위해 강서(농수산물도매시장)시장 내 지하 주차시설에 마련한 (주)하나가유통에 대한 강서지사의 일방적인 단전조치로 빚어졌다.

이번 단전으로 하나가유통은 냉장보관이 필요한 청과야채나 신선식품을 더 이상 취급할 수 없게 됐으며, 이곳을 통해 상품을 공급받던 회원들 역시 생업에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특히 하나가유통은 그동안 남서부조합뿐 아니라 멀리는 김포슈퍼조합, 부천슈퍼조합, 고양슈퍼조합의 회원들에게까지 상품을 공급해온 상황이어서, 이번 시위는 자칫 수도권으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지역의 한 슈마켓 점주는 "현재 이 지역에는 공산품 물류센터가 없기에, 그동안 하나가유통이 물류센터로서 제 몫을 해왔다"며 "식품공사가 일방적으로 단전조치를 취한다면, 우리는 이제 어떻게 장사를 하겠느냐"며 하소연했다. 이어 "서울시의 공기업인 식품공사가 단전조치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이제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점주들의 요구도 단 하나였다. 농산물과 공산품을 예전처럼 구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강서지사는 이번 단전조치와 관련해 법적으로 하자 없는 적법한 조치라고 항변하고 있다.
강서지사의 한 관계자는 "하나가유통은 입주할 당시부터 농산물보다 공산품을 주로 취급해왔다"며 "왜 농수산물보다 공산품을 주로 취급하느냐는 중도매인들의 민원이 끊이질 않아 수차례 시정조치를 내렸는데, 하나가유통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까지 영업을 해온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난해 12월 31일자로 계약이 만료된 이후,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건물을 비워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무단점유 상태에서 영업을 계속하기에 지난 8월 초 단전조치를 취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강서지사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남서부조합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애당초 불법시설임을 알면서도 용도변경을 하지 않은 채 계약을 체결했다"라는 것이 남서부조합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조합의 한 관계자는 "자신들의 잘못은 뒤로하고, 우리를 무단점유자로 매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며 "이는 자신들의 원초적 잘못을 교묘히 덮기 위한 술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자신들(식품공사)의 잘못이 강서구청의 직권조사로 드러나자, 이를 덮고 무마하기 위해 우리를(남서부조합) 마치 불법의 온상으로 매도하는 형국이라고 힐난했다.

 단전조치로 불이 꺼진 하나가유통 내부 모습
 단전조치로 불이 꺼진 하나가유통 내부 모습
ⓒ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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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식품공사가 임대한 장소는 주차시설로 허가를 받은 공간인데다, 올 초 서울 강서구청으로부터 '원상복구' 시정명령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지하 주차시설은 그 어떤 경우에도 임대를 할 수 없는 공간이었지만, 식품공사가 이를 속이고 계약을 체결했다는 게 남서부조합의 주장이다. 조합은 또 "펜스로 눈가림을 하고선 아무런 의심을 갖지 않고 계약을 하도록 만들었다"라고 격분했다. 

이와 관련, 식품공사 측은 "임대한 공간은 애당초 상온지하창고로 활용할 목적으로 펜스를 쳤다"며 "또 하나가유통이 경매를 통해 낙찰 받은 농수산물을 주로 보관해야 되지만, 이를 어기고 공산품을 지속적으로 취급했기에 계약해지 통보까지 하게 됐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용도변경을 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계약 당사자인 (주)서부청과에 확인할 사안"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서부청과는 "우리 역시 이 공간을 처음 임대받을 때 상온저장창고로만 알았으며, 지난해 3월 남서부조합과 전대(재임대)계약을 체결하게 됐다"며 "올 초 식품공사로부터 불법시설이라는 통보를 받고서야 알 게 됐다"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관리감독을 게을리 한 서울시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사태가 지난해 말부터 불거졌지만, 최근에서야 '단전조치' 관련 보고만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의 한 담당 공무원은 지난 2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단전과 관련된 보고만을 받았을 뿐, 계약과 해지 등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선 보고받은 것이 없다"며 "이번 사안과 관련해 남서울조합에게 행정처분을 내린 것은 현재로선 없는 상황이며, 다만 농안법(농수산물유통가격안정법) 저촉여부에 대해 검토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중도매법인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선 매달 6500만 원의 경매실적을 올려야 하며, 이를 3개월간 지속할 경우 허가 취소 조건이 된다"며 "하나가유통의 경우 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계약이나 해지, 단전조치 등의 업무는 식품공사의 권한이며, 서울시에서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서울시가 건립하는 농수산물도매시장의 관리·운영, 도매시장 내 도매시장법인, 중도매인 및 기타 시장 관계자에 대한 지도·감독, 도매시장의 거래질서 유지,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 유통전문 인력의 양성(교육 및 훈련), 농수산물 유통 정보의 조사 및 분석과 전파, 상품의 규격화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서울시#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수퍼조합#하나가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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