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후 전국의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절도, 폭력)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국 시군구 지자체별 5대 범죄 발생 빈도는 얼마인지, 그에 따른 치안 대책은 마련돼 있는지 궁금하다. <오마이뉴스>는 유대운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으로부터 범죄 통계자료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한눈에 보는 전국 범죄 지도를 작성하고 그에 맞는 대응 방안을 살펴봤다. 첫 번째로 전국 범죄 지도와 10만명당 5대 범죄 통계를 공개한다. [편집자말] |
전국의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절도, 폭력) 발생 건수는 2008년 54만9644건에서 2012년 62만4965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강간·강제추행 등 성범죄는 1만5021건에서 1만9619건으로 증가했다. 이에 반해 5대 범죄 전체 검거율은 75.0%에서 61.2%로 13.8%나 감소했다.
<오마이뉴스>는 전국의 경찰서 250 곳과 행정구역 전국 230개 시·군·구를 216개 지역으로 분류해 인구 10만 명 당 5대 범죄 발생 건수를 분석했다.
통상 인구가 많은 지역은 범죄 발생 건수도 많다는 점에서 인구 대비 범죄 발생 건수로 비교했다. 2013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5대 범죄 발생 건수를 지역별 인구로 나눈 후 10만을 곱해 10만 명 당 5대 범죄수를 구했다.
유동인구 많은 도심, 5대 범죄 비율 높아
전국이 230개 시군구인데 왜 216개 통계? |
이번 통계에서 부산 수영, 울산 북구, 경기 화성·오산, 충북 청주·청원, 경남 창원은 경찰관할과 행정관할이 일치하지 않아 행정구역별 통계를 내는 게 불가능했다. 경기 화성동부경찰서가 화성시 일부에다 오산시 전체를 담당하고, 경기 화성서부경찰서가 화성시의 나머지를 담당하고 있는 식이다.
또 1곳의 경찰서가 관할 행정구역이 2, 3개 인 대전 서구·유성구, 전남 목포시·신안군, 인천 중구·동구·옹진군, 충남 서산시·태안군, 충남 논산시·계룡시, 충북 괴산군·증평군은 행정구역별 통계가 산출되지 않아 구역을 통합한 자료를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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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올해 상반기 전국에서 10만명 당 5대 범죄가 가장 많이 일어난 곳은 대구 중구(2293.0건)-서울 중구(1878.9건)-부산 중구(1814.3건)-서울 종로(1494.9건)-광주 동구(1488.4건) 순이다. 부산 동구(969.2건)-대구 서구(931.0건)-부산 부산진(929.7건)-제주 제주시(893.7건)-울산 남구(874.0건)가 그 뒤를 이었다.
10만 명 당 5대 범죄가 가장 적은 지역은 인구수가 적은 농어촌 지역이다. 강원 인제(52.4건)-대구 달성(123.8건)-강원 화천(144.3건)-전북 장수(146.6건)-전북 진안(148.4건)순이다.
상위 지역들은 주로 대도시의 도심이다. 거주 인구(10만 명 내외로)는 적지만 유동인구가 많아 범죄 발생 빈도가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 부산, 대구 3대 도시의 중심가인 중구가 10만 명 당 5대 범죄 수 1, 2, 3위를 차지해 눈길을 끈다.
대구 중구는 '대구의 명동'으로 불리는 동성로가 자리잡고 있다.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반월당역이 지나고 인근에 대구시청과 대구교대, 계명대 등이 위치해 인구 밀집 지역이다.
서울 중구에는 종로와 을지로 등에 대기업 본사 등의 업무 빌딩이 많고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다. 부산 중구는 자갈치 시장, 국제 시장이 위치해 유동인구가 많다. 또 부산국제여객터미널, 용두산공원 등 관광객 수요가 많다.
도심은 검거율도 낮아... "상인들과 경찰의 치안 협력 활동 필요"
범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일어나지만 검거율은 낮았다. 이들 도심 지역의 평균 검거율은 전국 평균 69.9%에 비해 8.4%포인트 낮은 61.5%를 기록했다. 대구 중구(72.2%)와 부산 동구(72.0%)만 전국 평균 이상을 기록했고, 광주 동구(68.8%), 서울 종로(64.5%), 서울 중구(61.8%)는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도심 지역 가운데 부산 부산진이 52.6%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도심은 인구 공동화 현상이 특징이다. 주간에는 인구밀도가 높지만 야간에는 인구밀도가 떨어져 새벽에는 치안이 불안하다. 또 도심에는 술집,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다. 또한 이들 지역은 거주 인구가 아닌 유동 인구에 의한 범죄가 많아 사건 발생 후 피의자 신병 확보가 어려워 검거율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도심 특성에 맞는 치안 대책을 주문했다.
박경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에서 범죄가 많다는 것은 시민들 사이의 비공식적인 감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며 "도심은 경찰 병력과 시민의 감시로도 메울 수 없는 치안 공백 지역이 다수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연구위원은 "도심에서 경찰은 인구 밀집 시간대와 치안 취약 시간에 일정 구역을 도보 순찰하거나 주요 인구 밀집 지역에 목검문소를 설치해 도심의 치안 공백을 메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상점의 24시간 영업 증가로 야간이 대낮같이 밝아지고 인구 공동화 현상이 약해져 범죄 발생 환경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곽 교수는 "도심 발생 범죄를 가장 가까이에서 발견하는 유흥업소 종사자와 상인들과의 협력 활동이 중요하다"며 "경찰이 범죄 발생 빈도가 높은 유흥업소, 상가 상인회를 지정해 치안 예방 협력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광객 몰리는 제주도, 5대 범죄 꾸준히 증가대도시와 다르게 제주특별자치도의 제주시가 인구 10만 명 당 5대 범죄 발생건수 10위 안에 들어온 게 눈에 띈다.
서귀포시도 766.2건(전국 19위)으로 전국 평균 580.4건에 비해 높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구성된 제주도는 지난 2008년에 10만 명 당 5대 범죄수가 1603.9건이었는데, 2012년에는 1733.7건으로 증가해 8.1%가 높아졌다. 2013년 상반기에만 893.7건으로,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5대 범죄 중에서도 절도가 2008년 664.1건에서 2012년 874.6건으로 31%가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절도는 456.8건을 기록했다.
제주도의 범죄율 증가는 중국, 일본 혹은 국내 관광객의 유입과 관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제주도의 전체 관광객은 117만5651명으로 종전 최고기록인 올해 7월의 105만7328명보다 11.1%(11만8323명)가 증가했다. 올해 들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외부 관광객들의 소지품 분실·도난과 관광객 사이의 폭력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며 "관광객이 많은 여름철에는 특별 대책반을 가동해 사전 예방활동을 전개하고 검거율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