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후, 전국의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절도, 폭력)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국의 시군구 지자체별, 5대 범죄 숫자는 얼마인지, 그에 따른 치안 대책은 어떻게 마련돼 있는지 궁금하다. <오마이뉴스>는 유대운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으로부터 범죄 통계자료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한눈에 보는 전국 범죄 지도를 작성하고 그에 맞는 대응 방안을 살펴봤다. 두 번째로 지역별로 편차를 보이는 평균 112 출동 시간, 1㎢당 방범용 CCTV, 경찰 1인당 담당 인구 순위를 공개한다. [편집자말] |
전국 16개 지방결찰청의 범죄통계를 바탕으로 범죄지도를 그려본 결과 치안상황을 나타내는 여러 지표에서 지역별 불균형이 두드러졌다.
'평균 112 출동 시간'은 행정구역 면적이 크고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강원도가 가장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1㎢당 방범용 CCTV 대수'의 경우 서울 7개 구가 전국 상위 10권 내에 포함됐다. 또 베드타운이 밀집한 경기도 일부 신도시는 경찰 1인당 인구가 1000명을 넘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각 행정구역별 인구와 면적, 환경의 특성으로 치안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동일한 치안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는 점에서 격차 최소화를 위해 불균형의 원인을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평균 112 출동 시간] 면적 넓고 산악 지형인 강원도, 112 출동 느려
평균 112 출동 시간은 행정구역 면적에 따라 차이가 컸다. 112 출동 시간은 신고가 접수된 이후 경찰이 사고 현장에서 출동 완료를 보고하기까지의 시간을 뜻한다.
출동 시간이 가장 빠른 지역은 서울 종로로 2분 4초가 걸렸다. 가장 늦은 지역은 강원 평창으로 9분54초를 기록해 가장 빠른 지역과 7분 40초 차이가 났다. 전국 평균은 4분 10초다.
대도시 지역은 대부분이 4분 이내였던, 반면 행정구역별 면적이 넓고 도서지역이 많은 강원도는 9분 내외를 기록했다. 이들 지역은 면적이 넓고 산악지형인 만큼 경찰이 현장에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강원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계 관계자는 "경찰관 1인당 담당 면적이 전국 1위인 10.1㎢이며 산간 오지가 많고 도로 사정이 열악해 현장을 찾아가는 데 어려움이 많다"면서 "군 단위 경찰서에 신임 경찰관이 다수 근무해 출동 시간이 평균 6분 40초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신고 다발 지역을 중심으로 도로 숙지 학습을 하고 있다"며 "지난 7월 양양군에 파출소를 신설하는 등 출동 시간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파주, 우범지대·취약시간에 경찰차 선배치로 출동 시간 단축그러나 면적이 넓다고 해서 꼭 경찰 출동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아니었다. 면적이 672㎢인 경기 파주는 2분 32초를 기록했다. 전국으로 보면 2위로 빠른 속도다. 크기가 비슷한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출동 시간이 짧았다. 면적이 608.0㎢인 전남 나주는 5분 54초, 734.6㎢인 강원 속초는 6분 6초를 기록했다.
파주는 지역 특성에 맞는 시스템을 도입해 넓은 면적에 따른 문제점을 극복한 사례다. 파주의 출동 시간은 지난해 4분 20초를 기록했지만 2013년 상반기에는 2분 32초를 기록해 1분 48초를 단축했다. 단축율은 41%에 달한다.
출동 시간 단축은 파주경찰서가 지난해 6월부터 시행한 '경찰차 선배치 계획'과 관련이 있다. '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Geographic Profiling System)을 이용해 범죄 발생 시간대와 장소를 선정, 각 파출소에 시간대와 장소에 맞는 경찰차 근무 배치를 지시하는 방법이다. 우범 지대와 취약 시간에 경찰차를 미리 배치해 출동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이문갑 파주경찰서 생활안전계장은 "경찰차 선배치는 우범자에게 경각심을 줘 범죄 예방 효과를 낳고 주민에게 만족스러운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게 한다"며 "경찰청도 파주서의 선배치 계획을 권장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도 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1인당 담당 인구] 경기 일부 신도시, 경찰 인력 부족해
경기도 신도시 지역에서 경찰 1인당 담당 인구가 전국적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용인 1162명, 남양주 1138명, 군포 932명, 고양 928명, 파주 911명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 598명에 견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들 지역은 신도시 개발로 아파트 대단지가 조성되면서 최근 5년 사이에 인구가 늘어난 곳이다. 남양주의 별내 신도시, 파주의 운정 신도시, 고양의 화정 지구, 용인 동백·흥덕 지구가 대표적인 예다. 경찰 배치가 인구 증가를 따라가지 못해 경찰 1인당 담당 인구가 높게 기록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경기지방경찰청 홍보운영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 경찰 채용 인력 4200여 명 중 경기청에만 1090명을 할당 받았다"며 "내년 1월경에는 이들이 용인· 남양주 등 부족한 지역으로 배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경기청과 경찰서 내근 인력을 각 파출소 외근 인력으로 배치하는 등 경찰 인력을 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 1인당 담당 인구가 가장 적은 지역은 대도시의 도심과 농어촌 지역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구(139명)-서울 종로(151명)-부산 중구(166명)-대구 중구(218명) 순이었다. 뒤이어 인구가 3만 명 이하인 전북 진안(214명)-경북 울릉(218명)-경남 의령(230명)을 기록했다.
[1㎢당 방범용 CCTV 대수]
재정자립도 높은 자치구, CCTV 설치 비율 높아
방범용 CCTV 대수도 지역별 편차가 눈에 띈다. 1㎢당 설치 대수를 비교한 결과 상위 10위 안에 서울 자치구 7곳이 포함됐다. 서울 양천이 79.4대, 서울 동대문 68.4대를 시작으로 서울 서대문 38.0대, 서울 성동 37.0대, 서울 중구 35.2대, 서울 성북 31.8대, 서울 은평 30.3대를 기록했다. 1㎢는 약 30만2500평이며, 연세대 신촌 캠퍼스 크기다.
반면 농어촌 지역(강원 고성, 경남 합천, 전남 해남 등 31곳)은 1㎢ 당 0.1대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전국 128개 지역이 1대 미만인 것으로 나왔다. 이들 지역은 도시와 달리 산과 논 등의 지형 때문에 방범용 CCTV 숫자가 적은 것으로 보인다.
방범용 CCTV 숫자는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와 관련성이 높다. 지자체가 설치와 운영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1㎢ 당 대수가 높은 10위 내 지역 중 재정자립도 순위를 보면 216개 시·군·구 중에서 서울 중구가 3위, 경기 안양이 11위, 서울 성동이 19위, 경기 광명이 17위로 상위권이다. 재정자립도 1위인 서울 강남은 전국 최초로 CCTV 통합관제센터(이하 센터)를 세우기도 했다. 센터는 방범용 외에 무단횡단 단속용, 쓰레기 무단배출 감시용, 불법주차용 등을 통합 관리해 범죄 단속 효과가 높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전국에 설치된 CCTV는 공공부문 36만5000대, 민간부문 332만 대에 이른다. 이 중 방범용은 2002년 서울 강남에 최초로 5대가 등장한 이후 지난해 말 전국 6만4596대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