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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동삭동 영신마을에 있는 오리식당 대표 채연우씨(51). 그녀는 원래 농민의 아내였다. 지금 현 식당 자리에서 그녀의 남편은 대대로 농사를 짓고 살았다. 이 시대 농민들이 그렇듯 농사만 짓고는 더 이상 살기 힘들다고 부부는 판단했다. 슬하에 3명의 딸들이 조금씩 커가는 걸 볼 때마다 그런 압박감은 더 생겼으리라.

그녀에겐 돌파구가 필요했다

첫 돌파구로 대대로 농사짓던 농지에다 빚을 내서 건물을 지었다. 거기에 동네 슈퍼마켓을 했다. 재미 보는 날도 별로 없이 인근 대형마트가 구멍가게의 생존을 흔들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녀의 몸이 좋지 않았다.  막둥이 딸을 해산하다가 고혈압이 왔다고 했다. 스스로 '갱년기 우울증'이라고 표현했다.

아마도 슈퍼가 잘 되었다면 갱년기 증세가 그리 쉽게 오지 않았으리라. 이때, 그녀는 또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그녀를 바라보는 가족들이 있었기에 더욱더 힘을 내야 했다. 그녀는 세 딸의 엄마, 한 사람의 아내, 그리고 시어머니(78)를 집에 모신 며느리였다.

오랫동안 농민의 아내였고, 그녀 또한 한 때는 농부였다. 이젠 돌고 돌아 식당 주인으로 살고 있다. 식당 옆이 바로 자택이고, 칠순의 시모와 세 명의 딸과 남편을 섬기는 주부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는 그녀이지만, 착하게 잘 커 준 딸들때문에 웃을 수 있다고 했다.
▲ 채연우 오랫동안 농민의 아내였고, 그녀 또한 한 때는 농부였다. 이젠 돌고 돌아 식당 주인으로 살고 있다. 식당 옆이 바로 자택이고, 칠순의 시모와 세 명의 딸과 남편을 섬기는 주부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는 그녀이지만, 착하게 잘 커 준 딸들때문에 웃을 수 있다고 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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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문화센터에서 하는 한식 조리사 자격증에 도전했다. 더 이상 자신을 처져 있는 상태로 둘 수 없었다. 가족을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자격증을 따고, 무엇에 또 도전할까 고민했다.

고혈압에 오리고기가 좋다는 걸 잘 아는 그녀는 자신의 고혈압 치유를 위해서라도 오리고기를 찾아다녔다. 이때, 떠오르는 아이디어 하나, 자신의 몸도 치유하고, 장사도 하는 길, 바로 오리 식당을 돌파구로 마련했다.

2011년도에 남편과 함께 시작한 오리고기 식당. 정신적으로는 갱년기 탈출, 육체적으로는 고혈압 탈출. 이것이 그녀가 오리고기 식당에 도전한 이유다. 물론 경제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생각이 큰 한몫을 했으리라.

가족 밥상이 곧 식당 밥상

이 식당의 가장 큰 특징, 그건 바로 조미료를 거의 쓰지 않는다는 것. 이러한 이유는 무슨 계산된 장사 전략이거나 다른 식당과의 차별화를 겨냥한 게 아니라고 했다. 바로 그녀의 가족 건강 상 택한 거라고 했다.

가족의 건강? 그렇다. 그녀의 자택이 식당 바로 옆에 있다. 그러다보니 식당과 자택을 따로 구분하기가 힘들다. 아침 6시면 일어나 밤 12시나 되어야 겨우 취침하는 그녀다. 시어머니와 세 딸과 남편을 섬기는 그녀는 따로 살림할 여유가 없다. 식구들을 위해 따로 요리할 여유도 없다.

식당에서 만든 반찬과 요리가 바로 식구들의 입에 들어가는 게다. 당뇨가 있는 남편을 위해서라도 조미료를 쓸 수 없다고 했다. 연세 드신 시어머니와 딸들을 위해서도 말이다. 그렇다. 식당에 파는 음식은 고스란히 가족들도 먹는 게다.

자신의 가족이 먹는 음식이니 건강한 먹을거리를 만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농민인 남편은 지금도 들깨, 마늘, 양파, 고추, 배추 벼 등을 농사하고 있다. 그 채소들은 고스란히 식당의 재료로 쓰인다. 

간혹 조미료에 길들여진 손님들이 그런 맛을 찾을 때도 그녀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무슨 큰 소신이 아니라 바로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는 주부의 맘 때문이라고 했다.

마을어르신들도 '명지엄마'의 수고를 안다

가끔 마을 어르신들도 식당손님으로 오곤 한다. 어르신들은 마치 자신의 며느리가 수고하며 사는 것처럼 "명지(그녀의 큰딸 이름) 엄마가 산다고 욕보네 그려"라고 위로한다고 했다. 그녀가 아내, 며느리, 엄마, 식당주인 등의 이름으로 사랑의 짐을 진 삶을 누구보다 잘 아는 어르신들의 따스한  시선이리라.

식당은 1년 365일 연중무휴라고 했다. 집안의 대소사가 있을 경우, 쉰다고 했다. 하지만 기자가 찾아간 날, "이번 10월 10일은 쉰다"고 했다. 그날은 그녀가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날이라고 했다. 그래야 겨우 쉬는 날이니까 말이다. 

채연우 대표가 자랑하는 오리 주물럭이다. 그녀의 가족 모두가 식당 밥을 먹기에, 가족의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조미료는 거의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야말로 믿을 수 있는 안전한 먹거리라 할 수 있다. 막내 딸이 그렇게 오리고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 오리 주물럭 채연우 대표가 자랑하는 오리 주물럭이다. 그녀의 가족 모두가 식당 밥을 먹기에, 가족의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조미료는 거의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야말로 믿을 수 있는 안전한 먹거리라 할 수 있다. 막내 딸이 그렇게 오리고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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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남편은 농사도 짓고, 화물트럭도 한다. 그녀는 식당도 하고, 주부도 한다. 농민의 아내에서 시작해서 식당 주인까지 온 그녀. 더 이상 돌아갈 수도, 앞으로 나아가기도 힘들다는 그녀를 보면서 이 시대 농민들의 애환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현재 중학생, 고교생, 대학생 등인 딸들이 착해서 정말 좋다고 했다. 주말에 손님이 많으면 딸들이 일손도 거든다고 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식당일을 하는 바람에 딸들에게 어미 노릇을 제대로 못해 미안한 맘이 많지만, 불평은커녕 엄마를 거들어주는 딸들이 있어 '명지엄마'는 그저 고맙기만 하고, 또 웃을 수 있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1일, 평택 동삭동 영지마을에 있는 D 오리식당에서 채연우 대표와 이루어졌다.



태그:#오리 식당, #채연우, #평택, #평택 영지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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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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