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2일 오후 3시 52분]미국의 항공기·군수물품 제조사 '보잉'이 제3차 차기 전투기 도입 사업 입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기자들에게 호화접대를 제공하며 자사에 불리한 사실을 보도하지 못하도록 로비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잉의 F-15SE(사일런트이글)는 스텔스(레이더망 회피) 기능이 약하다는 우려에도 3개 후보 기종 중 유일하게 총사업비 8조3000억 원 내 가격을 제시해 단독 후보로 추천된 바 있다. 국방부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지난달 24일 F-15SE를 차기 전투기 기종으로 결정하는 안건을 부결시키고 사업을 원점에서 재추진키로 결정했다.
국내 영자신문사에서 근무하면서 국방부를 출입했던 이아무개 기자는 지난달 25일 <코리아옵저버>라는 온라인 매체에 '왜 보잉은 탈락할 수밖에 없었는가(Why Boeing did not deserve fighter jet contract)'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이 글을 통해 보잉이 전투기 입찰 당시 취재진들에게 호화 접대를 제공하면서 제대로 된 정보의 전달을 차단하고자 했다고 폭로했다.
"비윤리적 로비·거짓말에도 최종 결정에서 낙찰 못 돼"이 기자는 "보잉은 기자들에게 공짜 비즈니스클래스 항공권과 미국 내 호화 스트립쇼 클럽 무료 출입 티켓을 제공하는 유일한 회사였다"며 "자신들이 제작한 전투기의 성능이 떨어진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하지 못하도록 경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잉은 상의를 벗은 여성이 나오는 미국 애리조나 소재 캬바레로 기자들을 데려가기도 했다"면서 "호화로운 접대와 향응 제공이 이전 두 차례의 국내 군수물품 입찰에서 보잉이 승리하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는 군수업계 관계자의 주장을 전했다.
"보잉은 이같은 비윤리적인 로비 외에도 입찰 과정에서 거짓말을 거듭했다"며 "이후 단독후보로 추천됐지만, 결국 지난달 최종 결정에서 낙찰되지 못했다"고 이 기자는 지적했다.
그는 "보잉은 자신들이 제작한 전투기가 낙찰이 될 경우 스텔스 기술을 이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기술 이전 약속이 성사되는 것은 아직 먼 일"라며 "전투기를 개조해 레이더 대응전술 능력을 개선시키겠다는 거짓말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 "구형 전투기 F-15 기종을 개발한 F-15SE는 이전 기종에 비해 성능이 크게 나아진 게 없다"고 꼬집었다.
이 기자는 "만약 보잉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실을 은폐하려 하지 않고 정직하게 기술의 한계를 설명했다면 이번 차기 전투기 사업에서 조금이나마 승산이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만약 부결 결정에 대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 생각이 있다면 한 번 더 생각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잉 "2011년 통상적인 현지공장 견학... 호화접대·향응 없었다" 반박보잉은 이 기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보잉코리아 관계자는 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지난 2011년 국방부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미국 현지 공장 견학을 진행했다"며 "당시 행사는 기자들에게 보잉의 제품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진행한 통상적인 현지공장 견학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비즈니스클래스 항공권을 제공한 것은 맞지만, 이는 다른 경쟁 업체들도 똑같이 기자들에게 제공하는 관행"이라며 "호화 접대나 향응을 제공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또한 보잉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와 경쟁 기종의 제작사 및 전세계 다양한 업체들은 기업의 시설을 방문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설명을 듣는 기회를 언론에 제공해왔다"며 "보잉은 이러한 출장 취재 기회를 제공할 때마다 항상 해당 국가 법령과 사내 내규에 한치의 어긋남이 없이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엄격한 실사 과정을 통해 모든 참가자들에게 제공하는 여행 경비, 숙소, 여흥 활동은 아무런 하자가 없이 진행된다"며 "출장 기간 동안 적절하고 전문적인 태도를 보여줄 것에 대한 사전 동의를 기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