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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10만인클럽 환경운동연합은 '흐르는 강물, 생명을 품다'라는 제목의 공동기획을 통해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 구간을 샅샅이 훑으면서 7일부터 6박7일 동안 심층 취재 보도를 내보냅니다. 전문가들이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어민-농민-골재채취업자들을 만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또 한강과 금강 구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기획기사를 통해 선보이겠습니다. 이 기획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와 4대강조사위원회가 후원합니다. 10만인클럽 회원, 시민기자,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백마강변에 묶여있는 보트가 한가로워 보인다.
백마강변에 묶여있는 보트가 한가로워 보인다. ⓒ 김종술

"옛날에는 고기가 참 많이 잡혔다, 물이 깨끗해서 그런지 고기도 맛이 달고 좋았는데 지금은 녹조가 퍼렇게 물에 뜨면서 고기도 안 나온다. 대부분 (눈치, 끄리, 민물숭어 등) 하얀 고기만 잡혀서 팔지도 못하고 버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충남 부여군에서 민물고기를 잡으며 살아가는 74살 늙은 어부의 푸념이다. <오마이뉴스>는 금강과 더불어 살면서 민물고기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갔던 주민들과 이곳에서 낚시를 하는 주민들을 만나 4대강사업 전후의 금강 모습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4대강 사업 반대 어부 "잉어하고 강준치 빼고 고기 씨가 말랐다"

아담한 체구에 건강해 보이는 어부는 아래와 같이 말문을 열었다.

"아버지가 이 곳(금강)에서 물고기를 잡아서 우리(6남매)를 키웠다. 나 또한 3남매를 고기를 잡아서 대학까지 보냈으니 그나마 성공한 사람이 아닌가. 백사장이 있던 백마강은 물을 떠다 먹고 빨래하고 목욕하고 살던 곳이다. 옛날에는 뱀장어, 참게, 메기, 모래무지, 자라, 쏘가리, 빠가사리 등 말도 못하게 많이 잡았다."  

그는 이어 "그런데 (4대강 백제보) 보를 막고부터는 잉어하고 강준치는 좀 잡히지만, 나머지는 고기가 씨가 발라 버렸는지 전혀 잡히지 않는다. 그나마 올해는 작년에 다 죽어 버렸는지 새끼만 주로 잡히고 있다"면서 "옛날에는 하루에 못 잡아도 100kg 정도는 잡았는데, 올해는 일주일에 4~8kg 정도가 고작이다"라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이 어부는 "(4대강 사업을) 조금 천천히 했으면 좋았을 것인데 너무 빠르게 하면서 사고가 생긴 것 같다. 보를 막고 난 후 지금은 흙탕물이 지면 10일에서 보름까지 간다. 그만큼 물 흐름이 늦어졌다고 봐야 할 것 같다"며 "강이 구부러진 그대로 준설을 해야 했는데 줄자로 재듯이 반듯하게 만들어 버리면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주장했다.

어부는 이어 "모래 준설하느라고 다 파헤쳐놓고 4대강을 잘했다고 하니까 문제가 생긴 것이다. 시골에 사는 사람도 강의 깊이를 다 아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놈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설계하면서 문제가 생겼다"며 "앞으로 강 준설허가를 내줄거면 강을 직선으로 만들지 말고 있는 그대로 강모래만 퍼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하굿둑을 막고 (4대강 보) 보까지 세우면서 물 흐름이 적어지면서 옛날에는 보지도 못한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 이곳도 강에서 녹조가 시작돼 근 보름 동안 새파랗게 변했었다. 백제보에서 며칠간 물을 내려보내면서 물살이 세지고 지저분한 녹조며 쓰레기까지 다 떠내려 왔다. 예전에는 지금같이 찬바람이 불면 칠어가 많이 잡혔는데...."

4대강 사업 극찬한 어부 "누군가 독극물로 물고기를 죽였다"

 일주일 동안 금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보이고 있다.
일주일 동안 금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보이고 있다. ⓒ 김종술

4대강 사업으로 강이 좋아졌다는 어부도 만났다. 그는 부여군 백마강 금강 변에서 매운탕 집을 하면서 부여군청과 경찰서에서 가게를 많이 찾고 있다고 자랑부터 늘어놓았다.

그는 "금강에서 (재첩) 조개 잡던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는데 (서천하구둑) 보상을 받고 그만뒀지만, 나는 지금까지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물도 많아지고 정화도 돼 강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선진국들도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국민들도 다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업자들과 공무원들이 개판으로 만들어서 (이명박) 대통령까지 욕먹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하든 아니면 다음 대통령이 하든 지류에 4대강사업을 다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4대강 준설) 모래도 다 팔아먹고 없다고 하는데 다시 준설을 하면서 정비를 했으면 한다"며 "사람들이 강을 깊게 파면 똘(지천)이 망가진다고 하는데 전혀 망가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어부는 "준설할 때 가장자리까지 더 깊게 팠더라면 백마강이 더 예쁘게 변했을 텐데... 작년에 죽은 물고기(물고기 떼죽음)도 누군가 독극물을 뿌려서 죽은 거지 안 그러면 그렇게 죽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강에 그물을 치면 메기와 빠가사리만 건져왔지만 지금은 옛날에 없던 참게가 나오고 모래무지가 나온다. 많이 좋아진 거다. 이제는 하굿둑만 열어 주면 문제는 다 해결된다"고 말했다.

기자는 금강 주변의 공주, 부여, 서천 등에서 등록을 하고 물고기를 잡는 주민들과 관행적으로 불법 어로로 살아가는 10여 명의 주민들을 만나봤다. 기자가 만난 이들은 공통적으로 1차로 서천 하굿둑이 막히면서 민물과 바다를 오가며 살아가는 회유성 어종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4대강 사업으로 과도하게 준설을 해 보가 막히면서 2차적인 피해가 왔다고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10명의 어민 중 8명의 어민은 "지난해 백제보 인근에서 논산시 황산대교까지 이어진 물고기 떼죽음으로 금강에 물고기 씨가 말라버렸다"고 말했다.

금강 주변의 낚시 방법 변화시킨 4대강 사업 

 흐르던 금강에 붕어를 잡기위해 보트까지 들어가 있다.
흐르던 금강에 붕어를 잡기위해 보트까지 들어가 있다. ⓒ 김종술

금강은 흐르는 강이다. 그래서인지 세종시 합강리 주변과 공주시 청벽나루터, 탄천면, 부여군 낙화암, 논산시 황산대교 인근 등에서는 견지낚시(물살이 흐르는 여울에서 밑밥을 흘려보내면서 하는 낚시기법)가 주로 이루어지고, 그 외에 루어낚시와 릴낚시만 가능했다.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에는 백제보, 공주보, 세종보가 세워지면서 물 흐름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고기를 잡는 낚시기법도 바닥낚시(찌에 부력을 맞춰 입질을 파악하는 형태)로 바뀌고, 잡히는 어종도 여울성 어종에서 담수호 어종으로 변했다.

공주시 백제큰다리 주변은 낚시인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곳이다. 기자가 9월말 그곳을 찾은 날도 7~8명이 무리를 지어 낚시에 열중하고 있었다. 한 명은 릴낚시(떡밥을 뭉쳐 멀리 던지는 기법)와 바닥낚시, 중층낚시(예민한 찌를 이용하여 떡밥을 중층에 두고 하는 기법)까지 사용하고 있었다. 4대강 사업 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공주시내에서 왔다는 김명석(가명)씨는 "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붕어낚시를 하고 있는데 올라오는 고기에 붉은 반점과 상처가 많다"며 "가끔 (공주보) 보에서 수문을 열어버릴 때 물이 흘러서 줄이 엉키고 낚시를 하지 못하고 그냥 돌아가는 일도 많다"고 전했다.

솥단지 걸어 놓고 모래사장에서 해수욕 즐기던 곳

 금강의 원래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오래된 앨범을 뒤척이고 있다.
금강의 원래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오래된 앨범을 뒤척이고 있다. ⓒ 김종술

공주시 탄천면 한적한 구멍가게. 동네 어르신 두 명이 막걸릿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오토바이 뒤편에 낚시가방을 보고 기자가 "고기 좀 잡으셨어요?"라고 묻자 그들은 "맹박이가 (4대강) 보를 막아 놓고 낚시도 못 하게 해"라며 말했다.

낚시경력 50년이 넘었다는 이현석(가명)씨는 "옛날에는 빠가사리, 메기, 쏘가리 등 낚싯대 하나면 한 가마니씩 잡았다"며 "요즘같이 찬바람이 불어오면 칠어를 하루에 100~150마리 정도를 잡아 말렸다가 겨울에 반찬이나 술안주로 쓰면 최고였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들은 "지금은 생태계가 다 망가져서 고기도 나오지 않지만 나온다고 해도 물이 썩어 먹지를 못한다"며 "우리 애들도 어릴 때 대나무 낚싯대 하나만 있으며, 고기도 먹을 만큼 잡아왔는데... 4대강 막은 뒤로는 낚시도 못하게 하지만 고기도 안 나온다. 참 옛날에 경운기에 천막 싣고 장작에 솥단지 하나면 (금강) 저기에서 해수욕도 하고 고기를 잡아서 매운탕도 끊이고 하루는 거뜬하게 놀다 왔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낚시꾼의 말은 10%만 믿으라고 하던데요?"라고 기자가 묻자 그들은 기분이 상했는지 "일어나 우리 집으로 가서 사진을 직접 보여주겠다"며 손을 잡아끌었다. 이현석씨 집 앨범에는 넓은 백사장에 솥단지 걸어 놓고 음식을 하는 사진과 모래사장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딸들의 사진이 가득했다.

이현석씨는 "어릴 때 외삼촌한테 낚시를 배워 지금까지 1년에 며칠만 빼고 낚시를 해서, 공주 (금강) 강바닥은 훤히 꿰고 있는데 그렇게 많던 고기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면서 "오늘은 손톱만한 눈치 새끼 2마리만 겨우 잡고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옛날에는 흐르는 강이라 찌를 사용하지 못하고 끝보기(흐르는 강물에 유속이 심해서 찌를 세울 수 없을 때 낚싯대 끝을 보고 입질을 파악하는 기법)낚시를 했는데 지금은 물이 흐르지 않아서 찌를 사용하고 있다"며 "오늘도 고기 몇 마리 잡아볼까 하고 사람들이 찾지 않는 장소로 낫질까지 해가면서 길을 만들어 갔는데 꽝치고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강현수(가명)씨는 "흐르는 물인 금강에서는 지금까지 낚시하면서 보지 못했던 녹조가 작년에는 한 10여 일 보이더니 올해는 한 달이 넘게 지속되고 냄새까지 풍기고 있다"면서 "금강이 변하는 모습은 낚시꾼들이 가장 먼저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금강 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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