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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린이들의 꿈과 소망이 자라는 공간인 '꿈의 다리'는 순천의 꿈과 희망을 상징한다.175m의 다리 미술관 너머로 노을이 진다.
 어린이들의 꿈과 소망이 자라는 공간인 '꿈의 다리'는 순천의 꿈과 희망을 상징한다.175m의 다리 미술관 너머로 노을이 진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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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정원박람회 아직도 안 보셨나요?"

"예"라고 말을 흐리는 당신은 어쩌면 일벌레입니다. 그럼 "아니오"라고 외치는 분은 뭐이냐고요? 바로 들려주고 싶은 이 말. "참 여유가 있으시네요. 물질적이 아닌 마음의 여유랄까.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센스" 말입니다. 저 혼자만의 생각이니 너무 가슴에 담지는 마세요.

순천정원박람회 관람객 얼마나 왔나?

 호수공원은 인간띠의 행렬이 이어져 뱅글뱅글 돌아 마치 요술정원 같은 착각에 빠진다.
 호수공원은 인간띠의 행렬이 이어져 뱅글뱅글 돌아 마치 요술정원 같은 착각에 빠진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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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대숲 앞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와 관람객의 모습이 이채롭다.
 갈대숲 앞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와 관람객의 모습이 이채롭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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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주말을 맞아 가족과 함께 순천정원박람회를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세계적인 정원디자이너 영국의 찰스쟁스가 디자인했죠. 이날 세계의 정원을 둘러봤습니다. 순천 에코에너지의 비밀스런 이야기가 숨어 있는 곳, 호수정원은 박람회의 중심입니다. 순천시의 풍경과 순천만의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이곳은 생태도시 순천만의 또 다른 매력에 확실한 방점을 찍었습니다.

동천을 중심으로 봉화산과 도심을 감싸고 있는 난봉산, 인제산, 해룡산을 모델로 작은 언덕인 호수공원을 만들었습니다. 이곳을 흐른 물은 순천만의 습지로 모입니다. 호수정원은 뱅글뱅글 도는 요술 언덕 같습니다. 뫼비우스의 띠가 연상됩니다. 둥그런 길을 따라 오르는 언덕에 사람의 행렬이 끝없이 이이집니다. 이런 인간 띠로 인해 마치 공원이 돌아가는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장미언덕 잔디밭에 '대한민국 생태도시 순천'이 새겨진 바위를 배경으로 포즈를 잡은 아들의 모습
 장미언덕 잔디밭에 '대한민국 생태도시 순천'이 새겨진 바위를 배경으로 포즈를 잡은 아들의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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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테마는 '생태'입니다. 박람회장에 들어서면 영국 등 11개 나라의 세계전통 정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현대인들이 누구나 갖고 싶은 정원. 그 속에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존한다는 의미를 깨닫게 합니다. 시대를 앞선 순천이 택한 친환경도시, 생태수도라는 브랜드는 향후 순천의 큰 자산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세계5대연안습지로 인정받은 순천만은 해마다 3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갑니다. 지난 4월 20일부터 이달 20일까지 6개월간의 대장정이 펼쳐지고 있는 정원박람회. 이제 딱 보름도 안 남았습니다. 요즘 날씨가 서늘해지면서 박람회 관람객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번 관람객 유치목표는 400만 명입니다. 지금까지 다녀간 인원은 5일(개장 169일, 폐막 15일전) 누적집계현황은 373만2013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어제 하루 동안 5만8천여 명이다녀갔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가볍게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꿈의 다리'는 동천으로 분리된 두 박람회장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 세계 16개국 14만 5천여 점의 세계 어린이들이 자신의 꿈을 담은 그림이 전시되었습니다. 이곳에선 이들 어린이들의 꿈과 소망이 자라는 공간입니다. 컨테이너를 활용해 디자인한 이곳은 생태도시 완성을 향한 순천의 꿈과 희망을 상징합니다. 175m의 다리 미술관인 셈이죠.

나비로 환생한 슬픈 사랑... "양산백과 축영대의 러브 스토리"

 중국정원에서 모자가 찍은 사진너머로 ‘양산백과 축영대’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야기가 담긴 조각상이 보인다.
 중국정원에서 모자가 찍은 사진너머로 ‘양산백과 축영대’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야기가 담긴 조각상이 보인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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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건 중국정원이었습니다. 중국정원은 서양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이루지 못한 '양산백과 축영대'의 사랑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이들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부잣집 딸인 축영대는 용모가 수려하고 지혜가 뛰어났습니다. 말괄량이 소녀였던 그녀는 부모에게 간청해 남장을 하여 항저우(杭州)로 공부를 떠납니다. 이후 항저우에서 가난한 선비인 양산백을 만나 의형제를 맺고 동문수학합니다. 양산백은 선량하고 정직하고 박식했습니다. 이런 양산백에게서 축영대는 점차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3년 후, 공부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날 양산백은 드디어 축영대의 신분을 알게 됩니다. 또 자신이 축영대를 깊이 사랑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꼭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집니다. 하지만 축영대를 기다린 부모님은 미리 마련해 둔 세도가문의 아들 마문재(馬文才)와의 결혼을 재촉합니다. 얼마 후, 양산백은 과거에 급제합니다. 드디어 현령(縣令)이 된 양산백은 그녀에게 청혼하러 오지만 축영대의 부모는 그깟 현령이 무슨 대단한 벼슬이냐며 그를 쫓아내고 축영대를 집에 가두어 버립니다. 절망에 빠진 양산백은 회한을 품은 채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납니다.

결혼식 날 길을 떠나던 축영대는 양산백의 무덤 앞에서 타고 가던 가마를 세웁니다. 이어 땅을 치며 통곡을 하던 중 갑자기 모래바람이 몰아치고 양산백의 무덤이 두 쪽으로 갈라졌습니다. 축영대가 무덤 속으로 뛰어 들어가자 무덤은 다시 하나로 합쳐졌습니다. 바람이 잦아들고 하늘이 개면서 들꽃들이 화사하게 피어나더니 무덤 봉분 위로 나비 한 쌍이 날아 올랐다고 전합니다. 이승에서 이루지지 못한 이들의 사랑이 나비로 환생한 슬픈 사랑이야기는 아직도 13억 중국인들의 가슴을 적십니다.

풍차와 튤립의 조화... 네덜란드정원

 풍차의 멋스러움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네덜란드 정원을 찾아 사진을 찍고있다.
 풍차의 멋스러움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네덜란드 정원을 찾아 사진을 찍고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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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 정원박람회내 하트모양의 정원 뒤로 관람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순천 정원박람회내 하트모양의 정원 뒤로 관람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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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랑이야기에 잠겼더니 시간이 지체되었습니다. 첨부터 너무 시간을 많이 소비했나 봅니다. 이내 발걸음은 프랑스정원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루이14세가 유럽문화의 중심으로 성장하고자 꿈꿨던 베르사유궁전을 모델로 했습니다. 이를 본뜬 정원이 볼만합니다.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 바로 갈대입니다. 박람회장내 잘 꾸며진 갈대밭에서 사진을 찍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앞으로 3년 뒤 2016년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는 곳은 터키 안탈리아입니다. 유목생활을 해오던 터키인들이 실제로 정원에 대한 관심을 가진 것은 정착생활을 시작한 뒤였습니다. 독특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에 다양한 식물이 잘 자랍니다. 중앙아시아에서 배운 아름다움과 터키인의 미적 감각을 반영한 정원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스페인정원의 특징은 오렌지나무와 수경시설입니다.

하지만 실망은 미국과 이탈리아 정원입니다. 그나마 차량 한 대만 달랑 있는 미국정원은 별다른 볼거리가 없습니다. 미국은 땅이 광활하다 보니 넓은 잔디밭뿐입니다. 미국인들은 정원보다는 자동차에 더 관심이 쏠리는 느낌입니다.

네덜란드 정원은 단연 풍차가 압권입니다. 풍차의 멋스러움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역시 정원은 네덜란드가 최고라는 생각이 팍팍 듭니다. 풍차와 튤립의 조화로움. 네덜란드의 국화이자 상징인 튤립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집니다.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정원임에 틀림없습니다.

태국정원도 추천합니다. 태국 전통건물인 살라타이와 대나무 구조물을 활용해 아열대지역의 열기를 피하려는 지혜가 돋보입니다. 근본에 충실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순천정원박람회 내 태국정원의 모습
 순천정원박람회 내 태국정원의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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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망의 나무에 걸린 익살스런 문구..이런 소망 괜챦습니다 "아내가 순한 양이 되게 해주세요" 와 이런 소망곤란합니다 "잘생긴 남자친구가 생기게 해주세요"
 소망의 나무에 걸린 익살스런 문구..이런 소망 괜챦습니다 "아내가 순한 양이 되게 해주세요" 와 이런 소망곤란합니다 "잘생긴 남자친구가 생기게 해주세요"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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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망의 나무를 심는 코너에 연인과 가족의 소망을 적은 팻말이 걸려있다.
 소망의 나무를 심는 코너에 연인과 가족의 소망을 적은 팻말이 걸려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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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해가 저뭅니다. 박람회장내 관람시간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꿈의 다리 뒤로 저녁놀이 이글거립니다. 하지만 오늘 하루 절반도 못보고 갑니다. 하루에 다 마스트하겠다고 세운 나의 목표가 확실히 빗나간 순간입니다. 정원박람회를 너무 얕보다 하마터면 큰코다칠 뻔 했습니다. 천상 담에 다시 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쩌죠. 이제 딱 2주뿐이 남지 않아 사람들이 더 붐빌 텐데... 언제 다시오나 저의 고민은 깊어집니다.

"정원박람회 아직 안 늦었습니다. 아직도 망설이고 계신 분 어서 서두르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라도뉴스>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순천정원박람회#호수공원#세계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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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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