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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공약 파기로 위기를 맞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영유아 부모들을 위한 공약들마저 줄줄이 저버려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지난 9월 26일 발표한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과 '2014년 예산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걸었던 공약들이 반영되지 않거나 대폭 축소된 내용이 담겼다. 특히 저출산 극복을 위한 공약이나 영유아 부모들을 위한 공약이 시행계획에서 사라져 버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인 지난해 11월 14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임신과 출산 부담, 사회 분담, 여성 경제활동 복귀를 위한 전폭적 지원체계 구축 등이 포함된 '여성 감동 대한민국 6대 실천과제' 여성정책을 발표하기 위해 발표문을 손에 쥐고 기자실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당시 박 대통령은 저소득층 가구 12개월 미만 아이에게 조제분유와 기저귀를 제공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인 지난해 11월 14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임신과 출산 부담, 사회 분담, 여성 경제활동 복귀를 위한 전폭적 지원체계 구축 등이 포함된 '여성 감동 대한민국 6대 실천과제' 여성정책을 발표하기 위해 발표문을 손에 쥐고 기자실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당시 박 대통령은 저소득층 가구 12개월 미만 아이에게 조제분유와 기저귀를 제공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 이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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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보육료 국고보조율 10% 인상 그쳐

박근혜 대통령은 확실한 국가책임 보육을 약속하며 만 5세까지 국가 무상보육 및 무상유아교육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이번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는 영유아 보육료 국고보조율을 10%포인트 인상하는 방안만 포함됐다. 이는 지방정부들이 그동안 요구해온 '20%포인트 인상'의 절반에 불과하다.

지방 세수 감소와 복지 부담 증가 등으로 재정이 어려워 무상보육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안은 사실상 무상보육 공약을 파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내년에 영유아 국고보조율이 10%포인트 인상되면 서울은 국고보조율이 20%에서 30%로, 그 외 지역은 50%에서 60%로 확대된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인상안은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에서 요구하는 안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정부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에 반대하며 대통령령인 보조금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영유아보육의 국고보조율을 10% 인상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번 방침을 두고 비난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야당은 박 대통령이 복지공약을 지키지 않았다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여야가 만장일치로 합의한 영유아보육법안에 대해 그것은 법률로 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를 내세워 통과를 지연시키더니, 슬그머니 국고보조율 인상률을 10%나 낮췄다. 이는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자체들도 무상보육 후퇴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이번 정부안은 이미 지난 8월부터 어려운 지방재정여건을 고려할 때 도저히 수용할 수 없어 보완대책을 수차례 건의했음에도 조금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만 3~5세 누리과정 예산도 '빨간불' 

무상보육 예산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원되는 만 3~5세 누리과정 예산도 위기라는 지적이 터져나왔다.

박 대통령은 '0~5세 보육 및 유아교육 국가완전책임제 실현'을 위해 만 3~5세 누리과정 지원비용 증액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교육부가 누리과정과 관련해 국고지원을 요구한 1조 6000억 원은 세수 감소를 이유로 정부 예산안에 전액 미반영된 상황이다. 게다가 현재도 누리과정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지난 3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 교육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확정 교부한 누리과정 예산은 총 2조 6148억 원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전국의 3~5세 유아 125만 명을 대상으로 추산한 금액이다. 하지만 실제 시도교육청에서는 누리과정 예산이 모자라 추경예산까지 끌어다 확보하고 있는 형편이다.

정진후 의원실이 2012년 교육부 결산내역을 분석한 결과, 각 지역에 3~5세 누리과정 예산이 부족한 이유는 교육부가 실제 취원율을 고려하지 않고 예산을 교부하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시도별 누리과정 예산편성 현황을 보면, 부산, 대구, 경북을 비롯해 전체의 44%에 해당하는 7개 시도교육청에서 확정 교부액보다 더 많은 예산을 누리과정에 편성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비록 박근혜 정부가 공약 파기 선언과 다름없는 예산안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수많은 부모들이 무상보육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3~5세 누리과정 예산 역시 실제 취원율에 맞게 교부하고,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핵심정책 중 하나인 누리과정을 국고로 지원해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위험 임산부 경비 지원 전액 삭감

박 대통령은 고위험 임산부의 별도 진료에 따른 경비 지원과 고위험 임산부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고위험 분만 통합치료센터를 설립하는 등의 '고위험 임산부 지원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내년부터 관련 예산을 반영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2014년 신규사업으로 '고위험 임산부 별도 진료에 따른 경비 지원사업'을 신설했다. 이 사업은 조기 진통 지원대상자(2014년 추산 1만 5967명)와 분만 중 수혈 지원대상자(7668명 추산)를 고위험 임산부로 분류해 총 2만 3625명에게 10개월 동안 100만 원씩을 지원할 계획으로, 복지부는 총 100억 원(지방보조율 48%)의 예산 편성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사업예산은 기획재정부 등 정부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되고 말았다.

지난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양승조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1년 기준 대한민국 모성사망률(임신 및 출산 등으로 인한 사망)은 1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평균 9.3명보다 2배나 높다. 이 때문에 분만 전후 합병증을 앓거나 사망 또는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고위험 임산부'는 꼼꼼한 검사를 통한 질병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이에 대해 양승조 의원은 "고위험 임산부 신규사업이 백지화된 것은 국가가 임신과 출산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겠다는 선전포고와 같다"며 "저출산 극복을 국가적 어젠다로 삼고 있는 우리가 모성사망률을 무방비하게 놔두는 것은 향후 국가존립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 가구 분유·기저귀 예산도 전액 삭감

박 대통령의 여성 공약 중 하나였던 저소득층 가구에 조제분유와 기저귀를 지원하는 사업 예산도 전액 삭감됐다.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언주 민주당 의원실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는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저소득층 가구의 12개월 영아까지 조제분유 및 기저귀 지원'을 2014년도 신규사업으로 선정, 162억여 원의 예산 편성을 요청했으나 정부 심의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조제분유 및 기저귀 지원은 저소득층의 출산장려대책 일환으로 임신과 출산의 부담을 사회가 분담하겠다는 '여성 감동 대한민국 6대 실천과제' 중 하나였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저소득층 가구에 조제분유 및 기저귀를 지원하는 사업은 마음 편히 아이를 낳고 키우는 세상을 국민에게 약속하는 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여성 공약이었다"며 "예산 편성과정에서 신규 사업이 전면 백지화된 것은 서민대책, 복지공약은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박근혜 정부 공약#영유아 부모 공약#누리과정#무상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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