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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산속 자재암에는 흘러내리는 물소리만 요란하다. 산사도 가을을 기다리는 듯하다.
 깊은 산속 자재암에는 흘러내리는 물소리만 요란하다. 산사도 가을을 기다리는 듯하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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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교육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해마다 벌어지는 크고 작은 공사로 인해 곳곳에서 자연이 파괴되고 소중한 자연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 7일, 경기도 동두천시에 위치한 소요산을 찾았다. 여름내 푸르름을 자랑하던 나뭇잎도 계절의 변화에는 어쩔 수 없는 듯 진초록색을 잃고 황금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가을이 오고 있음을 말해줬다. 소요산 단풍제가 26일부터 27일까지니 그때 가면 단풍도 절정에 이를 것이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산사로 가는 길은 한적하기 이를 데 없었다. 산을 찾는 노인들은 여유롭게 산을 오르고 있었다. 일주문, 원효폭포, 해탈문, 원효대, 자재암에 이르기까지 공휴일에 비해 한층 여유롭다. 산사 앞을 흐르는 물소리만 고요한 산을 흔들고 있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가을 풍경은 아직은 만날 수 없었다. 

 함정에 빠진 도마뱀도 탈출에 지친 모습이다.
 함정에 빠진 도마뱀도 탈출에 지친 모습이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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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져나오려다 지쳐죽은 곤충의 시체가 이 함정에 널려 있다.
 빠져나오려다 지쳐죽은 곤충의 시체가 이 함정에 널려 있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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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자재암을 둘러보며 가쁜 숨을 돌린 후 하산하는데 한 아이가 "아빠, 여기와 봐, 곤충들이 왜 이렇게 많이 죽었어?"하고 안타까워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인천 부평구에서 왔다는 아버지 김동식(36)씨는 아이의 소리를 듣고 그 곳을 바라보다 할말을 잃고 말았다. 그곳은 바로 '곤충 잡는 함정'이었기 때문이다.

기자도 부산하게 산을 내려오다 아이의 외침을 듣고 배수로를 바라봤다. 그곳에서는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낙엽을 조금만 밀쳐내도 이름을 알 수 없는 곤충들의 시체가 나왔다. 도마뱀도 보였다.

그때까지도 살아서 움직이는 곤충이 있어 잠시 살펴보니 곤충들은 인공구조물을 조금 오르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다시 벽을 타고 몇 번 오르다가 또 떨어지더니 그만 눕고 마는 곤충들. 수로벽은 매끄럽게 돼 있어 곤충들이 발을 디딜 곳이 없었다. 바닥에 떨어진 곤충은 누운 채 배를 보이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그동안 많이 지친 듯했다.

그러다 보니 배수로 곳곳이 곤충들의 시체로 너저분했다. 아이는 이 광경에 몹시 놀란 듯했고 아버지는 아이를 데리고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

 반질반질한 수로 벽면, 어떤 곤충도 오를 수 없다. 죽음의 함정이다.
 반질반질한 수로 벽면, 어떤 곤충도 오를 수 없다. 죽음의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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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곤충들이 탈출할 수 있는 곳은 시멘트가 아닌 석축이다. 그것도 가파르게 되어 있어 힘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곤충들이 탈출할 수 있는 곳은 시멘트가 아닌 석축이다. 그것도 가파르게 되어 있어 힘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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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막기 위해 큰길가 옆에 만들어진 수로는 시멘트 벽 높이가 어른 손 두 뼘인 40cm 정도, 더 높은 곳은 세 뼘 60cm였다. 잘 발라진 시멘트 구조물은 곤충들이 오르기에 너무 미끄러운 듯했다. 아무리 큰 곤충이라도 한번 빠지면 탈출하기가 불가능했다.

어쩌다 수로가 곤충 잡는 함정이 된 것일까. 소요산 관리사무소 직원 말로는 구간별 보수 공사를 하면서 그렇게 된 것같다고 했다. 동두천시는 당장은 어렵겠지만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석축으로 만들어진 수로에서는 곤충의 죽음이 그리 많지 않았다. 살펴보니 돌로 쌓은 수로는 표면이 거칠어 곤충들의 탈출이 훨씬 용이했다.

곤충들은 인간이 만든 구조물에 갇혀 뜻하지 않게 목숨을 잃게 된 것이다. 이런 일들이 어찌 이곳뿐이랴. 인간이 만들어 놓은 구조물 때문에 동식물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계속되고 있다.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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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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