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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타야의 호랑이
 파타야의 호랑이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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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 맨 착한 개 한 마리 평상에 누워 오수를 즐기고 있다
관광객들은 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기념촬영을 한다
- 이상옥의 디카시 <파타야의 호랑이>

태국 남부의 관광도시 파타야는 방콕에서 두 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는 최고의 휴양 도시이다. 호텔과 식당·유흥시설 등이 즐비하며 각양각색의 다양한 외국인 관광객들을 볼 수 있다. 다문화 사회라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 파타야에서 낮시간대는 스쿠버다이빙·스노쿨링·수상스키 등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도 있고, 저녁에는 다채로운 공연들을 관람할 수도 있다.

2011년 교수 연수차 파타야를 다녀왔는데, 그때 파타야 해변을 걸어 보면서 일상에서 벗어난 이국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파타야는 모든 것을 관광 브랜드로 만들어내는 것도 주목거리였다. 파타야에는 호랑이마저 개처럼 길들여서 호객행위를 하는 곳이 있었다. 야성의 호랑이가 주인이 주는 먹이에 길들여져 그냥 개처럼 목을 매고 관광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평상에서 오수에 빠져 있는 파타야의 착한(?) 호랑이.

나는 야성을 잃어버린 파타야의 호랑이와 달리, 진돗개 본연의 야성을 면면히 간직하고 있는 진돗개 '원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 진돗개는 자연 원종의 형태를 간직한 야성이 매우 뛰어난 개로 알려져 있다. 진돗개 명인 최창대 어르신에 의하면 진돗개는 옛부터 진도의 산야를 자유롭게 누비며 산짐승을 잡아 주인에게 바쳐 사랑을 받고 주인이 들에 나갈 때는 길동무가 돼주는 등 진도인들에게는 고락을 같이 해온 가족이었다.

그런데 오늘의 진돗개는 지나치게 미견화되고 해서, 예전의 진돗개 순수 야성을 많이 상실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나마 진도 지산면 고야리의 최창대 어르신은 수렵견으로서의 진돗개 본래의 혈통을 보존하는데 큰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혼자서 시골집을 외롭게 지키고 있는 원더, 고독한 가운데서도 언제나 꼬리를 당당하게 세우며 품위를 잃지 않는다.
 혼자서 시골집을 외롭게 지키고 있는 원더, 고독한 가운데서도 언제나 꼬리를 당당하게 세우며 품위를 잃지 않는다.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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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 '원더'는 지난 6월 최창대 어르신에게서 분양 받아온 이제 생후 8개월이 됐다. 내가 진도까지 직접 가서 데리고 온 진돗개 원더는 지금 고성의 시골집에서 키우고 있다. 시골집은 그동안 방치돼 있어, 집을 지키게 하기 위한 목적도 없지 않다. 

"진돗개 단독으로 노루 칠 수 있어..."

 지난 6월 진도 최창대 어르신 집에서 분양 받아온 직후 아직 낯이 설어 필자의 학교 연구실에서 같이 있는 모습. 진돗개 '원더'는 2월생이어서 분양할 때는 이미 4개월령으로 강아지 태를 막 벗어나 있음.
 지난 6월 진도 최창대 어르신 집에서 분양 받아온 직후 아직 낯이 설어 필자의 학교 연구실에서 같이 있는 모습. 진돗개 '원더'는 2월생이어서 분양할 때는 이미 4개월령으로 강아지 태를 막 벗어나 있음.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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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 전문가 중 창원의 박치호씨가 있다. 박치호씨는 창원시에 거주하면서 신불산 진돗개라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며 진돗개 본래의 혈통 보존에 헌신한다. 박치호씨 역시 최창대 어르신을 존경하며 그 분을 스승으로 모시고 진돗개 본래의 혈통 보존에 헌신한다.

박치호씨 견해에 따르면, 개의 기원에서 지금 가장 유력하게 이야기되고 있는 것은 늑대에서 분화한 것이 아닌 원시견종 그 자체에서 진화한 것으로 보는 관점이다. 개들의 조상인 원시견종의 일원에 진돗개가 포함될 수 있다. 그것은 진돗개의 외형적 특징과 성품적 특징이 아주 흡사하기 때문이고 세계적으로 진돗개와 유사한 형태를 띤 견들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자연원종으로서의 진돗개를 바라볼 때 그 성품과 습성은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하는 것으로, 이에 가장 우선시 되는 부분이 수렵 능력이다. 오늘날 진돗개가 미견화되면서 수렵본능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은 진돗개 본래의 혈통에서 멀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최창대 어르신이나 박치호씨는 진정 올바른 진돗개는 자연원종으로서의 특징을 제대로 지닌 그런 모습의 진돗개로 보존·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치호씨는 말한다.

"진돗개를 사냥개로 몰아가기 위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연원종으로서의 특성을 앞으로도 유지·발전시키고 퇴화시키지 않기 위해서 수렵능력을 최우선으로 해 진돗개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진돗개는 지구상 유일무이하게 단독으로 노루를 칠 수 있는 사냥개입니다."

예로부터 진도에서 총 같은 다른 기구의 도움 없이 순전히 진돗개로 사냥한 것을 넉사냥이이라 했다. 넉사냥은 올가미나 총 등으로 이뤄지는 것과 달리 생태 파괴에까지 이르는 것은 아니다. 우리 조상들의 넉사냥은 자연 생태 질서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 오히려 적절한 개체조절 역할도 했다. 이런 점에서 넉사냥은 올가미나 약물·총 등으로 이뤄지는 불법 조수 포획과는 다른 것이다.

 생후 8개월령의 늠름한 진돗개 '원더'
 생후 8개월령의 늠름한 진돗개 '원더'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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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서 사냥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진돗개의 탁월한 야성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진돗개 '원더'는 본래의 진돗개 혈통을 고스란히 물러 받는 것 같다. 이 녀석이 시골집에 데려다 놓고 2~3일 지난 무렵 갑자기 대문이 열린 틈을 이용해 가출을 하기도 했다. 아, 진도에서 애지중지 분양 받아 온 개를 잃어버렸으니, 상심이 매우 컸다. 그런데 며칠 지나서 그 어린 것이 아직 낯선 집을 찾아오지 않았겠는가.

지금 원더는 중개를 넘어 진돗개 본연의 늠름하고 멋진 야성을 드러내고 있다. 오로지 나만 주인으로 삼고, 자기보다 큰 개를 만나도 언제나 당당하게 꼬리를 세우는 용맹이 있다. 다음 기회에 진돗개 '원더'가 커가는 모습과 야성에 관한 일화를 이야기해보겠다.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이제는 채호석 교수가 쓴 『 청소년을 위한 한국현대문학사』(두리미디어, 2009)에 새로운 시문학의 한 장르로 소개되어 있을 만큼 대중화되었다. 디카시는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날시)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순간 소통을 지향한다



#디카시#진돗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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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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