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울산시민의 수돗물을 공급하는 울주군 청량면에 있는 회야 정수장. 이곳에서 지난 15년 동안 해오던 불소 사업을 내년부터 중단키로 했다
 울산시민의 수돗물을 공급하는 울주군 청량면에 있는 회야 정수장. 이곳에서 지난 15년 동안 해오던 불소 사업을 내년부터 중단키로 했다
ⓒ 울산 회야정수장

관련사진보기


약 8개월 전인 지난 2월 2일, 울산시는 수돗물 불소화 사업이 치아 예방에 유익하고 시민들의 찬성률도 높다고 밝혔다. 이에 언론들은 이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당시 울산시는 "수돗물 불소화 사업에 대한 효과를 조사한 결과 불소화 지역 어린이의 영구치 충치 경험률이 낮았다"며 "찬반조사에서는 수돗물 불소화가 시행되는 지역의 경우 45.5%, 수돗물 불소화가 이뤄지지 않은 지역은 48.7%가 찬성했고, 반대는 각각 12.1%, 7.5%로 나와 수돗물 불소화 사업을 원하는 학부모가 훨씬 많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울산시는 내년 예산 편성을 앞두고 돌연 불소화 사업 중단 뜻을 밝히며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다. 그러자 시민사회단체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수돗물 불소화가 유익하다던 울산시는 왜 8개월 만에 전면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을까.

수돗물 불소화, 시민들에 유익하고 찬성률도 높다던 울산시가 왜?

지난 2월 각 언론매체에는 울산시가 수돗물 불소화 사업의 유익함을 홍보하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울산시는 "부산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김진범 교수팀에 의뢰해 지난 2012년 5월부터 11월까지 수돗물 불소화 사업 효과를 조사한 결과, 수돗물 불소화 지역 어린이의 영구치 충치 경험비율은 6세 4.7%, 8세 14.7%, 10세 23.7%, 12세 34.0%로 각각 나왔다"며 "이는 전국 대도시 평균인 6세 8.06%, 8세 27.23%, 10세 47.04%, 12세 60.1%보다 절반 가량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울산의 수돗물 불소화가 이뤄지지 않은 지역 어린이의 영구치 충치 경험 비율은 6세 6.2%, 8세 26.2%, 10세 38.6%, 12세 34.8%로 전국 대도시 평균보다는 모두 낮았으나 같은 울산의 수돗물 불소화 지역 어린이보다는 높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현재 울산시는 내년 1월부터 수돗물 불소화 사업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울산시 보건부서 관계자는 23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15년 동안 수돗물에 불소를 첨가해 왔으나 불소를 선택할 권리를 달라는 요구가 많다"며 "현재 일상제품에 불소 첨가물이 많아 수돗물에 굳이 이중으로 불소를 첨가하지 않아도 된다"며 내년 불소 사업 예산을 책정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울산시는 지난 1998년부터 시민의 충치를 예방한다며 회야정수장에서 불소를 첨가하는 수돗물 불소 사업을 진행해 왔다. 회야정수장은 하루 15만∼20만t의 수돗물을 공급하며, 불소 첨가와 관련시설 인건비 등 전체 소요예산은 연간 1억 원이다. 이 예산 중 2900만 원 가량은 국가에서 지원 받고 실제 울산시의 수돗물 불소화 사업 예산은 7000만 원 가량이다. 울산시는 이 예산을 앞으로 노후화된 정수시설의 교체와 수리비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울산지부', 울산시민연대 등으로 구성된 '시민의 건강을 생각하는 울산연대(아래 울산건강연대)는 울산시의 이같은 수돗물 불소화 사업 중단이 전형적인 독선적 행정이며 시민과의 소통을 포기한 권위적 행정의 표본이라고 비판하며 불소 사업 포기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울산시가 처음 불소 사업을 제안한 치과의사회와 시민단체 등에 일언 반구도 없이 일방적으로 수돗물 불소 사업을 포기한다고 주장했다.

울산건강연대는 "울산시는 회야정수장 수돗물 불소 농도 조정사업 중단을 즉각 철회해야할 뿐 아니라 불소 농도 조정사업을 울산시 전역으로 확대 실시해야 한다"며 "울산시는 이번 사태의 일방적 행위에 대해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울산 시민의 구강보건에 대한 책임 있는 정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울산건강연대 박영규(치과의사) 대표는 "울산시가 시의회와 치과의사회도 무시한 채
회야정수장 불소농도 조정사업 중단을 발표했다"며 "1998년 이래 시행되어 오던 울산의 수돗물 불소농도 조정사업의 갑작스런 중단이 어떤 이유 때문인지 명확하지도 않고 울산시도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업은 시의회 발의를 통해 시작한 사업인데도 정보를 왜곡하고 부적절한 정보를 시의회에 제공한 후 시의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 중단을  통보했다"며 "이 사업의 제안자이자 전문가 집단인 울산시 치과의사회에 대해서도 사업중단에 대한 자문이나 사전 통고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동제안자인 시민단체에도 전혀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불소시민연대 "수돗물 불소 사업은 보편적 복지"... 일부 시민단체는 반대
울산시에 따르면 전국 552개 정수장 중 24곳에서만 수돗물 불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울산을 포함한 대다수 지자체는 불소농도를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0.8ppm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

울산의 수돗물을 생산하는 곳은 천상정수장과 회야정수장 두 곳인데, 이중 회야정수장에서만 1998년부터 수돗물 불소 사업을 추진해 117만 시민 중 58만 명이 이 수돗물을 마시고 있다. 하지만 인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시민단체들이 불소 사업을 반대하는 등 지역마다 반응이 조금씩 다르다.

전국적으로는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공동대표 정제봉·고승석)가 주축이 돼 지난 7월 불소시민연대를 발족해 "건강한 치아를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도록 불소이용사업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것"을 결의하기도 했다.

불소시민연대는 수돗물 불소 사업을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연대측은 발족식에서 "사회양극화 심화로 건강수준의 불평등도 날로 심화되고 있다"며 "충치예방 효과로 건강형평성을 증진시키는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자"고 밝힌 바 있다. 

다음은 울산시의 수돗물 불소 사업 중단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물론 확대 실시를 주장하고 있는 울산건강연대 박영규 대표와의 일문 일답.

 박영규 울산건강연대 대표
 박영규 울산건강연대 대표
ⓒ 울산시민연대

관련사진보기

- 수돗물 불소화 사업이란 무엇인가
"수돗물 불소농도 조정사업이 공식 명칭이다. 이 사업은 지하수, 하천, 바닷물 등에 다양한 농도로 존재하는 불소의 농도를 인체에 무해하면서 치아우식증(충치) 예방효과를 나타내는 0.8ppm으로 조정해 수돗물을 공급하는 공중구강보건사업이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실시를 권장하는 사업으로, 우리나라는 국민건강증진법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음용수 수질기준에서 불소농도는 1.5ppm 이하로 규정하고 있지만 더 낮게 0.8ppm로 하고 있다."

- 울산시에 확인한 결과, 불소 선택권을 보장하라는 민원이 있는 등으로 중단하게 됐다고 한다. 수돗물에 섞인 불소가 유해하다는 인식도 있다.
"울산시가 들고 있는 회야정수장 사업의 중단 명분은 과학적 성과에 근거하지 않는 내용들이다. 회야정수장에서 사용되는 것은 불화규산(Na2SiF6)이며 불산(HF)과 다른 화합물이다. 독극물 주장은 대부분 불산에 관한 것이다. Nacl(소금)과 Hcl(염산)은 모두 염소(cl)가 들어가지만 전혀 다른 성질의 화합물이다. 결합하는 원소에 따라 화학적 성질이 전혀 다른 화합물이 된다는 것은 화학의 상식이다.

모든 약은 적정량이면 인체에 도움이 되지만 농도가 과하면 독작용을 하는 것은 약학의 상식이다. 이 사업은 수돗물의 불소농도를 그동안 연구된 성과를 바탕으로 인체에 해가 되지 않고 충치를 예방하는 적정농도로 조정하는 사업이다."

- 그렇다면 울산시는 왜 갑자기 불소 사업을 중단할까? 결정권자는 울산시장 아닌가.
"유추해 보면, 담당자가 시장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중단을 결심하도록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혹시, 울산에서 처음 이 사업을 추진한 단체가 참여연대인데, 그것이 보고돼 그럴까? 이해할 수가 없다."

- 외국의 사례는 어떠한가.
"유럽의 수돗물 불소 사업비율은 낮다. 그 이유는 유럽의 수질이 석회수로, 수돗물 음용이 어려워서이다. 유럽에서는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며 생수, 소금 등에 불소를 첨가해 충치예방을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전체인구의 약 70%에서 시행하고 있다.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이 사업을 1.0ppm으로 시행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음식을 통해서 섭취하는 불소와 식습관을 고려해 0.8ppm으로 시행하고 있다."

- 수돗물 불소 사업이 시민들에게 어떤 이득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불소치약, 치아홈메우기 사업 등과 함께 수돗물 불소농도 조정사업이 시행되어야 충치예방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 불소과잉섭취의 우려는 없다.

2012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비용-편익 측면에서 볼 때 약 90~180배 이익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료를 보면 미시행지역 아동은 시행지역 아동보다 영구치의 충치 경험 가능성이 2.04배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비용-편익 측면에서 볼 때 약 90~180배 이익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울산의 수돗물 불소 사업 지역의 영구치우식치아는 0.47개로 전국대도시 평균1.19개에 비해 월등히 낮아 사업의 성과가 분명한 사업이다."

- 언뜻 생각하면, 치과의사들은 수돗물 불산이 없어지면 충치가 더 많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고객이 더 많아질 것 같은데 왜 반대하나.
"보편적 복지의 차원이다. 불소 도포 사업으로 수불사업을 대체하겠다는 말도 나오는데, 만약 치과의사가 직접 진료해야 하는 불소도포사업을 울산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면 모든 시민들은 반드시 치과에 방문해야 하며 추산컨대 수백억이 들어가는 사업이 될 것이다. 1억으로 가능한 사업과는 예산과 규모가 다른 차원의 사업이 될 것이다.

울산시가 이런 결정을 내리기 전에 시민들과 전문가들에게 사전에 의견을 구했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단을 철회하고 더 확대해야 한다. 불소는 녹차, 약수 등 자연 상태에서 다양한 농도로 함유되어 있지 않은가."



#회야정수장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