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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약속시간 10분 전 전화가 걸려왔다.

"5분 정도 늦을 것 같아요. 죄송해요, 총알같이 뛰어 갈게요~!"

잠시 뒤 커피숍으로 숨은 좀 차 보였지만 밝은 얼굴로 인사를 하면서 들어오는 그. 창가로 쏟아지는 가을 햇살에 미소는 한층 더 밝게 보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나운서 이윤지라고 합니다."

미리 양해를 구했음에도 연신 사과를 하는 모습. 상대방의 시간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 10월 14일 오후에 홍대 근처 한 커피숍에서 YTN라디오와 온북TV 등에서 활약 중인 이윤지 아나운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 소개 부탁 드려요
"안녕하세요? 프리랜서 방송인 이윤지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는 지금 YTN라디오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고요. 온북TV에서도 아나운서로 활동하면서 북콘서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도쿄국제도서전 개막식을 진행한 경험이 있고, 그 외에도 다양한 행사진행, 강의를 나가기도 하는 등 프리랜서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습니다."

- 특기가 '요리한 음식 맛있게 먹고 14시간 쭉 자기', 재미있네요. 음식은 어떤 것을 좋아하시는지?
"음…. 일단 14시간이라는 단어의 느낌도 좋구요, 방송을 하고 있을 때 행복하지만 조금 더 행복할 때는 맛있는 걸 먹고 푹 잠을 잘 때에요. 사실 더 잘 수도 있어요.(웃음) 음식은 떡볶이를 좋아해요. 비 오는 날 꼼장어에 소주도 좋아 하구요. 잘은 못 마십니다.(웃음)"

 자신이 에너지가 충만해야 청취자 분들이나 관객 분들에게 그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며 ‘요리한 음식 맛있게 먹고 14시간 쭉 자기’가 특기라고
 자신이 에너지가 충만해야 청취자 분들이나 관객 분들에게 그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며 ‘요리한 음식 맛있게 먹고 14시간 쭉 자기’가 특기라고
ⓒ 최주호 윤정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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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미는 '공원에서 하늘 보며 음악 듣기'던데요. 음악을 무척 좋아하시나 보네요.
"사실 아나운서를 꿈꾸게 된 게 라디오DJ가 되고 싶어서였어요. 그 이유는 음악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죠. 음악을 좋아하시는 부모님의 영향인지 몰라도 집에 있을 때면 항상 하루 종일 음악을 틀어 놔요. 영화·TV를 보고 있어도 음악을 항상 흘러나오고 있어요.(웃음)

올드 팝송을 좋아해서 딥퍼플이나 비틀즈 음악을 즐겨 듣곤 해요. 특히 진주KBS에 있었을 때는 주변에 섬진강·진주 남강 같은 멋진 강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강변 잔디에 누워 음악을 들으며 하늘을 보는 게 제 낙이었죠. 30분 낮잠을 자기도 하구요. (웃음) 9시 뉴스를 끝내자마자 진한 방송용 화장을 얼른 씻어내고 혼자서 남강에 가서 매일매일 강변을 걸었어요. 음악을 들으며 산책하는 것이 정말 좋아요."

- 산책이나 사색을 좋아하시는군요? 아나운서라는 직업상 성격도 차분하실 것 같은데….
"사색하는 걸 좋아하긴 좋아하는 것 같아요. 방송에서 신나게 말하고 나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잖아요? (웃음) 항상 집에 가서는 그만큼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요. 혼자 한 시간 정도 걷는 걸 좋아해요. 한창시절에도 집 앞을 음악 들으면서 걷는 걸 좋아했어요.

진주KBS에서 일 할 때 처음으로 집을 나와 혼자 살았었는데 왠지 책을 많이 읽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넷 설치를 안하고 아나운서임에도 TV도 설치 안 했어요. 그렇게 집에서 정말 아무것도 할 게 없게 되니까 음악을 들으면서 산책을 많이 하게 됐어요. (웃음) 그때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 지니까 일기도 많이 썼어요.

현재 한 신문에 '소통의 징검다리'라는 주제로 칼럼을 쓰고 있는데, 다 그 시절에 일기에 썼던 내용들로부터 나온 것들이에요. 그 때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하고 글로 남겨 놓은 것들이 지금에 와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아직 부족한 필력이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성격은 '둥쿨둥쿨'하다고 말하고 싶네요. 둥굴고 쿨하다는 의미죠. (웃음) 상대방에게 맞춰가는 편이에요. 방송도 어떻게 보면 시청자, 청취자 분들과 눈높이를 맞춰가는 거잖아요? 제격이라고 생각해요.(웃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통'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통'
ⓒ 최주호 윤정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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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통의 징검다리' 같은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고 하셨는데, 설명 좀 부탁드려요.
"현재 '을이 빛나는 밤에'라는 팟캐스트 방송을 하고 있어요. 팟캐스트 방송의 특성상 솔직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방송이라 거기에서 세상의, 소통의 징검다리가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러니까 한 패널분이 '무슨 가식적인 멘트냐, 그 징검다리 부숴야 한다. 뜨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냐?'라고 하시던데….(웃음) 사실 저는 그 말도 맞다고 생각해요. 징검다리가 같은 아나운서라는 멋진 말로 표현하지만, 제 속내에는 어쨌든 청취자 분들과 많은 소통으로 알려지고 싶다는 생각도 있으니까요.

사실 올해 3월에 어머니가 뇌출혈로 갑자기 돌아가셨어요(눈가가 금새 촉촉해졌다). 제게 정말 큰 사건, 인생의 커다란 기점이었어요. 생전에 어머니가 항상 제게 말씀하시는 것이 있었어요. 예전 부동산TV에서 방송을 할 때였는데요, '윤지야 방송진행을 할 때, 항상 집이 없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해라'라고요. 아나운서는 사실 환경이 화려할 수 있기 때문에 우려의 말씀해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또 '진행을 할 때 항상 반대편의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하면 넌 잘 될 거야'라는 말씀도요. 그때도 머리로는 알아듣기는 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가슴으로 와닿지는 않았다고 봐요.

어머니 빈소에 많은 분들이 와주셨는데 친구들을 포함해 '윤지야, 난 사실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어' '대학교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어'라고 제게 위로를 해주기 위해 본인들의 이야기를 하시는데 그 때 깜짝 놀란 거죠. '아, 내가 한 번쯤은 그들에게 실수를 했었겠구나.' 전혀 몰랐었거든요. '선배가 이런 사연이 있었어?' 등의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고요.

부모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세상에 모든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아픔을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이 말을 머리로는 들었지만 이번에 어머니를 떠나 보내면서 정말 그걸 가슴으로 깨닫게 된 거죠. 다른 분들의 아픔을 들으면서 '이런 사연을 가지고 있으셨는데 어쩜 이렇게 밝게 일하고 계셨지?'

또 누군가는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윤지양처럼 이렇게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 아픔조차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삭히는 사람들도 있어요. 어찌 보면 윤지씨는 행복한 편일 수도 있어요.' 결국 아픔을 공유하고 이해하는 소통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어요."

- 그런 아픔의 경험이 진정으로, 가슴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을 더 크게 만들었군요.
"제가 주말 뉴스&뮤직을 1년 정도 했어요. 주말에 여섯 시간씩 스튜디오 있는데 말이 여섯 시간이지 왜 저라고 놀고 싶지 않았겠어요? (웃음) 휴일에도 일하면서, 처음에는 '여러분 파이팅이고요, 주말이지만 일하시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라고 피상적으로 말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주말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일하고 있다니'라는 생각이 들자 어느새 청취자 분들과 동질감을 느껴가기 시작했어요. 눈이 오면 저는 나가서 눈 사진 찍고 트리 앞에서 사진 찍고 했는데, '이윤지 아나운서, 지금 눈이 와서 제설작업 중인데 윤지씨 목소리 들으니까 힘이 납니다, 외로운 와중에 굉장히 힘이 되네요'라는 사연을 접하게 되면 이런 생각이 들죠. 첫 번째는 제 목소리에 힘이 난다고 하시니까 정말 감사하고, 두 번째는 이렇게 눈이 오면 힘들게 제설작업을 하고 계신 분들이 계시구나 하구요. 이렇게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 소통에 시작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말도 안되게 제 목소리를 듣고 힘이 난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웃음) 저는 이것이 소통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서로간에 사연을 나누고 소통을 하는 거죠. 사연이 소개되면 로또를 맞은 것 같다고 하시며 좋아하시는 한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할 때면 아나운서라는 직업으로써 돈을 벌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청취자 분들께 기쁨을 드리는 데서 보람이 생기고 뿌듯함을 느껴요. 정말 이상하게도 제 방송을 듣고 힘을 얻는다고 하시는 청취자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맛있는 요리해서 먹고 열네 시간 푹 자서 좋은 컨디션으로 즐겁게 방송해야지 하는 생각이 더 들어요. (웃음) 비축된 제 에너지가 전달되고 힘을 드릴 수 있겠구나 싶어요.

 YTN 라디오 부스에서
 YTN 라디오 부스에서
ⓒ 이윤지 아나운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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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징검다리가 되는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아직 어떤 아나운서가 되겠다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어리고 그것을 정립해 가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사실 어머니를 떠나 보내고 나서는 '난 너무 슬픈데 웃으면서 방송하려니 너무 싫어, 그냥 아나운서 말고 웃으면서 일하지 않아도 되는 다른 일을 찾아볼까?'라는 생각도 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누군가 말해주었어요. '세상에는 그런 일은 없다, 어느 일이나 다 웃으면서 힘내서 해야 한다'라고요. 그 말에 다시 마음을 다잡았죠. 또 어떻게 살아야 하나 방황할 때, '어떻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사는 것도 좋지만 그냥 하루하루 네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서 살다 보면 그게 너의 길을 만들어 줄 것이다.' 이런 말들이 많은 힘이 되었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좋은 곳으로 가신 이후에 더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분명히 그곳에서 계신 어머니도 제가 병든 닭처럼 있는 것 보다는 밝고 씩씩하게 생활하고 있는 것을 좋아할 거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또 어머니가 하늘에서 응원해 주시고 도움의 손길을 더 주고 계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나시겠어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사소한 것들일 수 있지만 제일 하고 싶은 것이, 첫 번째는 같이 영화를 보는 거예요. 한 번은 엄마가 영화를 보자고 했는데 변호사분들 코칭과 겹친 거에요.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는 생각에 매일 보는 엄마와 영화는 언제든 볼 수 있으니까 영화예매를 바로 취소했죠. 이후로도 바빠서 함께 영화를 못 봤어요. 정말 아쉬워하셨던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차를 함께 타는 거예요. 제 스케줄이 너무 바쁘니까 저한테 자꾸만 차로 태워다 주시겠다고 하셨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여사님, 그냥 쉬세요'라고 말하곤 했죠. 엄청 태워다 주고 싶어 하셨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대화를 나누고 싶으셨던 거에요. 딸과 소통하는 것(결국 이윤지 아나운서는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런 생각을 해요. 필요한 건 대단한 게 아니라 부탁을,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고요. 친구가 절 보고 싶다고 말하면 친구에게 달려가고, 또 제가 친구가 보고 싶을 때면 그냥 보러 가고…. 고마우면 고맙다고 말하고, 지금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주변사람과 함께 마음을 나누는 것 이상 중요한 것은 없다고 봐요. 어머니랑 함께 간혹 술을 마시고 있다가 '엄마 나 시험이 있어서 이제 들어가자'라고 말하면 어머니는 '지금 이 순간 나랑 이렇게 치킨에 맥주 하는 게 더 중요해'라고 말씀하셨는데…(눈물이 다시 흘러내렸다). 항상 저에게 소통이라는 소중한 가르침을 계속 주고 계셨던 건데 어머니를 보내고 나서야 그 가르침이 가슴에 깊게 자리를 잡게 되었어요. 엄마가 제게 주고 간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 '못 올라갈 나무도 열 번 찍으면 넘어간다'라는 좌우명은 어떤 의미?
"학창시절 언어영역에서 속담 공부를 하고 듣고 하면 왜 정답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도 갈수가 있네?' 이것과 비슷하게 역발상적으로 두 개의 속담을 결합해 본 거예요. (웃음)

저는 대학교 입학을 위해 수시면접을 봤어요. 면접 때 정말 열심히 답변을 하고 있는데 한 면접관 분이 한 번도 저를 쳐다보시질 않는 거예요. 마침 그때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이윤지양은 세상을 바꿀 수 있겠습니까?' 제 답변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대통령 만나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지금 바로 청와대 가서 만나고 오겠습니다'라고 말했어요. (웃음) 당돌한 답변이었지만 그 때 처음으로 그 면접관 분이 저를 봐주시더라고요. '못 올라갈 나무도 열 번 찍으면 넘어간다'라는 의미는 어떤 일을 정말 의지를 가지고 간절히,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꼭 이루어질 것이라는 거예요.

또 제가 어릴 적에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실패를 맛보았던 적이 있어요. 특목고를 지원했었는데 시험에 떨어졌던 거예요. 어린 마음에 딴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웃음)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 웬만한 교실 앞에 다 쓰여 있는 글귀잖아요?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고 제 마음이 누구보다도 간절한데 당연히 합격한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왜 염원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웃음) 그런데 결국 떨어졌어요.

그때 느꼈죠. 간절히 원한다고 다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구나,, 간절히 원하는 만큼 실력이 있어야 이루어지는구나. 또 간절히 원하지 않아도 실력이 있으면 이루어진다는 것도 그때 뼈저리게 느꼈죠. 간절히 원하는 것도 원하는 것이지만 치열하게, 말이 열 번이지 백 번이 되든 간에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감히 후배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 해주곤 해요. 제 동생에게도 '백 번만 떨어져라, 두려울 게 뭐가 있어?'라고 말해요. 이렇게 말하니까 오히려 붙더라고요. (웃음)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많은 다른 여러 가지 준비를 했지만 줄넘기도 매일 5000번씩 하면서 가끔 울기도 했어요.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지 생각도 들면서 좀 서럽더라구요. 왜냐하면 말씀 드렸다시피 저는 밥이 중요한데, 내가 왜 지금 밥을 못 먹나? (웃음)

저는 항상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아직 제가 세상의 맛을 덜 보아서 이렇게 말씀 드리는 것일지도 모르지만요.(웃음)"

- 'YTN 톡톡! 뉴스와 상식'에서 매일 뉴스에서 나오는 어려운 용어나 생활상식, 유용한 정보를 쉽게 풀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는군요.
"신문기사를 보다 보면 어려운 단어 혹은, 예를 들어 경제관련 뉴스가 나갔다고 하면 그와 관련된 세부 내용을 한번 더 쉽게 풀어서 1~2분 정도 전해주는 프로그램이에요. 만약에 어떤 인물에 대한 뉴스가 있으면 그 사람의 개인 히스토리에 대한 대표적인 정보를 1~2분 안에 간략하고 간결하게 전해준다든지, 또 정치뉴스 같은 경우에는 그와 관련된 현안 상황에 대해 한 번 더 짚어줘 청취자들의 이해를 돕는 식이죠. 벌써 많은 데이터가 쌓여 있어서 이것만 한 번 찾아서 쭉 보셔도 상식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아나운서들이 직접 뉴스에 나온 어려운 용어나 생활상식, 유용한 정보를 쉽게 풀어준다.
 아나운서들이 직접 뉴스에 나온 어려운 용어나 생활상식, 유용한 정보를 쉽게 풀어준다.
ⓒ YTN라디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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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상당히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온북TV에서 북콘서트 진행을 하고 계신데 계기가?
"라디오DJ가 꿈이었기 때문에 YTN라디오에서 주말 뉴스&뮤직을 진행하게 되었을 때 정말 행복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청취자 분들의 사연과 함께 신청곡으로 전할 수 있다는 것이 더 이상 바랄 것 없이 좋았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신청곡이 들어 왔어요. 한 아버지께서 존 덴버의 애니송을, 딸을 그리며 신청 하셨는데 뒤늦게 신청 하시다 보니 방송시간에 걸려 1절만 나가게 되었어요. 그분은 방송 직후 '사실 딸 본 적이 오래되어 신청했는데, 비록 다 듣지는 못했지만 들어서 좋았어요'라는 글을 보내주셨어요. 그런데 함께 방송을 한 PD님께서 이 다음 시간에 첫 곡으로 존덴버의 애니송 완곡을 또 내보낼 거라고 하시는 거예요. 감동 받았죠.

다음 방송 당일이 되자 그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져서 제 가슴이 다 두근두근 하더라고요. 20분 후에 방송인데 과연 듣고 계실까. 드디어 방송이 시작되고 신청곡 노래가 나간 후에 그분께 소식이 왔어요. '딸을 못 본지 2년이 넘었는데, 택시를 타고 가다가 울컥하는 마음에 차를 세우고 음악을 들었습니다, 너무너무 감사 드립니다.' 그날 정말 찡했어요. 전 그저 사연을 읽고 노래를 내보낸 것뿐인데 누군가는 택시를 타고 가다가도 멈춰 서서 눈물을 머금기도 하는구나 하고요. 제가 하는 일이 별거 아닐 수도 아닌데 이렇게 큰 영향이 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자 진짜 잘해야겠다는 맘뿐이었어요. 저도 많이 배우고 감사한 시간이었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또 어느 날 그 PD님한테 전화가 왔어요. 그 청취자 분이 PD님과 저에게 귤 박스 선물을 보내왔다는 거에요. 그날 전 일기를 썼어요. '…. 다 되었다'라고. 지인 분들 중에서는 '너 무슨일 있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웃음) 정말 저는 그냥 더 이상 바랄게 없었어요. 제가 방송을 했는데 청취자 분한테서 선물을 받다니 '정말 다 되었다'. 저는 어떻게 보면 인생의 선물이 계속 오기만 하는 것 같아요. 모든 게 너무 감사해요.

그런데 PD님이 전화통화에서 귤은 방송국 식구들 하고 다 먹었다며 농담 식으로 '미안하다 다음에 밥 한번 살게' 하시는 거예요. 민망하셨나 봐요. (웃음) 그리고 그날 저녁에 문자가 왔어요. '오늘 저녁에 시간 되니?' 회식자리에 나가 보니 여러 분들이 계셨어요. 기자, PD분들…. 그 자리에 온북TV 대표님도 계셨던 거예요. 또 마침 진행자를 너무나 알아보시던 중이셨던 거죠. '윤지씨 책 좋아하세요?' 저는 '10분 만에 보는 책'이란 프로그램을 몇 달 전에 했었다고 말씀 드렸어요. '그럼 한번 해봅시다.' 그렇게 해서 북콘서트를 진행하게 되었고 도쿄국제도서전 개막식 진행도 하게 되었던 거죠. 정말 큰, 뜻 깊은 경험이었고 많은 걸 배웠어요.

이 모든 것의 시발점이 되었던 그 청취자 분에게 정말 고마움이 느껴요. 그분 덕분에 PD님께 전화가 왔고 그 결과로 북콘서트를 진행하게 되고 또 자연스레 칼럼을 쓰는 기회까지 가지게 된 거죠. 스티브 잡스가 이야기한 'connected dot'처럼 어느 하나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어요. 모든 게 다 이어진 거예요. 모든 분들께 감사할 따름이에요.

'열심히 살다 보면 옛날에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경험들이 모두 연결(connected dot)이 되어 있을 것이다.'(스탠포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스티브 잡스가 남긴 말)

책은 어머니께서 책을 너무나 좋아하셔서 자연스럽게 어려서부터 접할 기회가 많았어요. 그리고 북콘서트를 하면서 매주 한 권의 책을 읽고 저자분과 한 두 시간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책 읽기가 습관이 되었어요. 습관이라는 게 무서워요. 그 전에는 그렇게까지 열심히 읽는 편은 아니었는데, 매주 이렇게 읽다 보니 책을 읽는 속도도 빨라지고 확실히 책을 가까이 하게 되더라고요. 책장에 책이 더 많아졌어요.(웃음)"

- 어떤 책을 주로 보시는지 궁금하네요.
"혼자 북카페에 자주 가요. 시집을 즐겨 보는데 어떤 한 문구가 가슴에 딱 와 닿는 순간에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아요. 아주 짧지만 통찰력이 느껴지고 임팩트가 있는 그런 구절에서 많은 공감을 하게 돼요.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것을 공감하게 될 때 많은 감동과 소통의 희열을 느끼게 되죠.

저자 분들을 만나면 항상 물어봐요.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무엇이고, 어떤 작가님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요. (웃음) 하지만 답하는 걸 어려워들 하세요. 왜냐하면 다 좋으니까요. (웃음) 그런데 의외로 간결한 걸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 꽃' (고은시인) -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열심히 일을 마치고 집에 가는데 별하나가 나를 내려다 보네? 이 건 제가 좋아하는 릴케시의 한구절을 패러디한 거구요.('낮이 가만히' 구절 중 - 나와 그리고 하얀별 하나)

짧은 글 안에 엄청난 삶의 통찰력이 엿보이지 않나요? 저도 무척 좋아해요. 오히려 역동적이고 열정이 넘치고 에너지가 넘치시는 밝은 분들이 간결한 것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웃음)

저자 분들과 미팅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결국 진리는 하나로 통하는 것 같다는 점이에요. 표면적으로는 예를 들어, 건축·아동·시 등 각각 다른 분야와 문학형태이지만 결국 사람의 이야기인 거죠. 저는 북콘서트를 하면서 만나 뵌 각각의 저자 분들께 감명을 받아요. 그런데 그 각각의 저자 분들이 그냥 서로 바로 딱 만나도 대화가 다 통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들어요. (웃음) 영화나 소설 같은 경우에도 결국엔 같은 이야기,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은데 왜 계속 글들을 쓸까 생각해 보기도 해요. 하지만 곰곰이 또 생각해 보면 그 하나의 진리,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수백 가지, 수천 가지가 될 수 있다고 봐요.

또한 독자들이 어떤 하나의 감동을 느끼게 될 때도 누군가는 이런 포인트에서 또 누군가는 저런 포인트에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관점도 다양하기 때문에 결국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 활자 문학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 아나운서로서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계신지?
"정말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자면, 북콘서트에서 대본도 대본이지만 애드리브로 아이들과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곤 해요. '우리 친구들 꿈이 뭐에요?' 이렇게 물으면 친구들이 '간호사요! 선생님이요!' 대답을 하면 관객 분들이 막 웃으세요. 왜냐면 애들이 기특하니까요. 제가 '벌써 선생님이 다 됐네'하며 너스레를 떨어요. 그럼 관객 분들이 또 웃으시고. (웃음) 전 그럴 때 가장 행복해요.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해서 얼마나 뭘 더 드리겠어요? 인생의 선배님들이 앉아 계신데. (웃음)

제가 진행을 더 오래 하신 분들의 전문적인 식견이나 그런 것들은 더 배워나가야 하지만 그래도 저를 불러주시는 것은 현장에서 관객 분들과 호흡하는 것을 좋게 봐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관객 분들에게 즉흥적인 질문을 던진다든지, 대본에 없는 내용을 통해 저자 분이 눈물 흘리시면 관객 분들도 눈물 흘리시고 또 미친 듯이 웃음이 터지면 관객 분들도 넘어가고…, 이건 방송사고가 아니라고 전 생각해요. 소통하고 있는 거죠. 교감하는 것이고요. 책을 읽는 과정에서도 소통이 이루어지지만 저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잖아요? 북콘서트를 통해서 저자와 관객이 눈을 맞추고 함께 호흡하고 깊은 소통을 했다고 느꼈을 때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봐요.

라디오 진행 같은 경우에도 많은 선배님들이 계시지만 감히 한마디 하자면, 예를 들어 '계~란' '건~강' '정~규프로그램'처럼 발음에 있어 장음을 하나 더 지키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청취자가 막 운전을 하다가 필요한 정보를 듣게 되는 것처럼요. 사연소개도 멋진 목소리로 품위 있게 하는 것도 좋겠지만, '아유~ 어머니 저도 힘들어요~' (웃음) 이런 식으로 설거지 하시다가 같이 웃고 이런 소통하는 느낌 있잖아요?

실제로 신기한 것이 제가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만약에 처진 목소리로 무미건조하게 '함께 방송 듣고 계신 지금 서울의 기온은… 습도는… 이어서 뉴스… 노래 듣고 가겠습니다.' 이렇게 방송을 하면 청취자 분들로부터 문자가 안 와요. 발음은 조금 흐트러져 있더라도 '와~ 오늘 날씨도 좋은데 어딜 그렇게 가시는 건가요? 문자 좀 보내세요, 여러분~ 지금 보내시면 확률 높아집니다' 혹은 '다음 버스정류장 내리시기 전에 노래 틀어달라고 하셨는데 들으셨나요? 들으셨으면 답을 하세요' 이런 식으로 청취자 분들과 소통을 하려고 노력할 때 '아, 이 방송은 내 이야기가 뭔가 소통이 되는구나' 하고 느끼시고 즐거워하세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통 아나운서의 조금은 딱딱한 느낌보다는 듣는 분들과 소통을 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어떤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지
"강의하시는 분들의 경우에도 어디에 가서 강의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다 달라지잖아요? 전달방식, 분위기에 따라 유연하게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요. 또 방송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그 파급력도 크기 때문에 따뜻한 방송, 소통하는 방송을 해 나가려고 노력할 거예요.

초등학교 아나운서부 방과후 활동에 1년 동안 강의을 나간 적이 있어요. 포인트 몇 가지만 확실하게 알려주고 운동장에서 발성연습이라는 미명아래 (웃음) 같이 뛰어 놀면서 소통하려는 노력을 많이 했어요. 특히나 편부모 가정 아이들은 방과후 활동이 낙이더라고요. 집에 가려고 하지를 않았어요. 그럼 불러다가 칠판 지우라고 하기도 하면서 같이 이야기도 하고 시간을 보내곤 했어요. 역시 사람을 그리워하는구나 생각이 들었죠. 나중에 할머니가 되어서도 따뜻한 방송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요. 북콘서트를 할 때 아이가 뛰어들면 무릎에 앉혀놓고 이야기도 하고 호통도 치기도 하고 (웃음) 나이 먹어서까지 길게 오래 행복하게 소통하는 방송을 하고 싶어요. 또 저로 인해 다른 사람이 행복감을 느낀다면 그게 제 행복이죠.

   
 항상 책과 함께 하는 그녀
 항상 책과 함께 하는 그녀
ⓒ 최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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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일 행복할 때는 무엇보다도 맛있는 것 먹고 14시간 푹 자고 일어 났을 때죠. (웃음) 당연히 제가 행복해야 주변 사람들, 청취자 분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겠죠? 대학교 땐가, 제가 정말 피곤한 채로 친구를 만난 적 있었는데 저도 모르게 짜증을 내고 있더라고요. 친구에게 짜증낼 일이 아닌데 왜 짜증을 냈을까 하고 후회를 했죠. 그 원인은 제 자신이 피곤했기 때문인데…. 제 자신이 행복하고 건강하면 분명 가족, 주변 사람에게, 또 방송에서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 특기는 지속적으로 실천할 예정입니다. 건강하게 씩씩하게! (웃음)"

매번 방송에 소개되는 사연을 다 사진으로 찍어 보관할 정도로 청취자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이윤지 아나운서. 기자에게 역질문을 하는 등 기자와의 소통도 놓치지 않는 그녀와의 인터뷰는 무려 1시간 반가량 진행되었지만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빨리 흘러갔다. 소통의 징검다리가 될 이윤지 아나운서의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최주호 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daum.net/spdhrkeldjs)와 와이즈뉴스(http://www.whys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윤지 아나운서#YTN 이윤지#YTN 라디오#와이즈뉴스#와이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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