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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해산)하지 말라'거나 '다시 개원해야 한다'는 정부·국회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속에, 과연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홍 지사를 강제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금은 진주의료원과 관련해 정부·국회에서 할 수 있는 조치나 절차가 없는 셈이다. 이제는 '진주의료원 폐업처분 무효확인소송'을 맡은 창원지방법원과 '국회 국정조사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을 맡은 헌법재판소(아래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 ⓒ 정민규

2012년 12월 19일 보궐선거에 당선된 홍준표 지사는 올해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했다. 경남도는 5월 29일 진주의료원 폐업신고한데 이어 7월 1일 해산조례 공포, 7월 2일 해산 등기를 거쳐 9월 25일 청산종결 등기를 완료했다.

국회는 지난 9월 30일 본회의를 열어 '한 달 안에 진주의료원 재개원 방안을 마련해 보고하라'는 내용을 담은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를 채택했지만, 경남도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진주의료원 재개원 요구 계속... 도의회 조례 상정 보류

진주의료원을 재개원해야 한다는 몸부림은 계속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안외택 울산경남본부장과 박석용 진주의료원지부장은 6일로 52일째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노숙농성'하고 있다.

경남도의회 야권 교섭단체인 민주개혁연대는 지난 10월 23일 '진주의료원 재개원 조례안'을 발의했다. 경남도의회 정례회는 11월 5일부터 12월 19일까지 열린다. 민주개혁연대는 이번 정례회 때 이 조례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경남도의회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조례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해당 상임위인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에 안건 상정이 당분간 보류된 상태다. 안건이 상임위에서 다루어지려면 집행부인 경남도에서 검토의견(비용추계서)을 내야 하는데, 아직 제출하지 않고 있다. 경남도는 아직 검토가 덜 됐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안외택 울산경남본부장과 박석용 진주의료원지부장은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6일까지 57일째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촉구하며 57일째 노숙농성하고 있다. 이들은 밤에도 이곳을 지키고 있는데, 천막도 없이 비닐을 덮고 있기도 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안외택 울산경남본부장과 박석용 진주의료원지부장은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6일까지 57일째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촉구하며 57일째 노숙농성하고 있다. 이들은 밤에도 이곳을 지키고 있는데, 천막도 없이 비닐을 덮고 있기도 한다. ⓒ 윤성효

진주의료원 조합원들은 경남도의원한테 진주의료원 재개원 조례안 처리를 호소하고 나섰다. 보건의료노조는 '진주의료원 재개원 조례 개정 토론회 자료집'을 모든 의원들한테 전달할 예정이며, 경남도의회 앞 1인시위와 108배를 할 예정이다.

경남도, 정부-국회 요구도 거부하고 있는 셈

지금까지 경남도는 정부와 국회의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에 대한 재의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지방의료원의 착한 적자'라고 언급했다.

앞서 경남도의회는 지난 6월 11일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안'을 날치기 처리했는데, 이틀 뒤 보건복지부는 '재의 요구'를 했던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진주의료원 폐업 강행은 위법"이라며 "경남도의회가 재의하도록 요구"했다. 그런데 경남도는 보건복지부의 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7월 18일 열린 지역발전위원회 회의 때 "공공의료를 하다 필요한 부분이면 정부가 지원하는 식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지방의료원의 '착한 적자'에 대해 이야기 했던 것이다.

홍준표 지사는 국회도 무시했다. 홍 지사는 국회 '공공의료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았다. 국회는 지난 9월 30일 '1개월 안에 진주의료원 재개원 방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를 채택했는데, 경남도는 한 달이 지나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법원 '폐업무효확인소송' 심리 ... 헌재 '권한쟁의심판' 결과는?

법원과 헌재는 진주의료원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할까. 보건의료노조가 경남도를 상대로 낸 '진주의료원 폐업처분 무효확인소송'은 창원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해붕 부장판사)가 맡고 있다.

이 소송은 지난 8월 20일 첫 심리를 시작으로, 지난 6일 3차 변론심리가 열렸다. 3차 변론심리 때 증인으로 나온 박광희 전 진주의료원환자보호자대책위 위원장은 "진주의료원에 입원하고 계셨던 어머니를 들어내지는 않았지만 다른 병원으로 옮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면서 "도청 직원 등 공무원 3명이 집에 찾아왔고, 전화도 왔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 돈 더 들면 주겠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원고(보건의료노조) 측 대리인은 임영환 변호사, 피고(경남도) 측 대리인은 이우승 변호사가 주로 맡고 있다. 재판부는 '원고 적격' 여부 등에 대해 판단하게 된다. 4차 변론은 12월 3일 열리는데, 원고 측이 신청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사와 진주의료원 전 이사, 석영철 경남도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경남도 측은 심리 때 "폐업이 이미 진행돼 법적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는데,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할지도 궁금하다. 증인 심문이 끝나면 변론종결할 것으로 보이며, 이 소송과 관련한 선고는 내년 1~2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도 진주의료원 문제를 다루고 있다. 국회가 진주의료원에 대해 국정조사를 벌이자 경남도는 진주의료원은 국가사무가 아니라 지방사무이기에 국정조사 대상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6월 20일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당시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해, 국회가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 고유사무에 대한 업무수행권한을 현저하게 침해하므로 위헌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6월 27일 국회 사무처는 "국정감사와 달리 국정조사는 그 대상이 별도로 한정돼 있지 않기에 지방고유사무도 조사할 수 있다"고 밝혔고, 임병규 국회사무처 입법차장은 "국정조사 대상을 국정감사에 준하는 것으로 해석할 경우에도 진주의료원은 국가보조금을 상당액 지원받은 만큼 국정조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경남도의회 정례회 개회에 맞춰 5일 오후 2시경 홍준표 지사가 지나가기에 앞서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피켓을 들고 서 있자 경찰이 지켜보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경남도의회 정례회 개회에 맞춰 5일 오후 2시경 홍준표 지사가 지나가기에 앞서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피켓을 들고 서 있자 경찰이 지켜보고 있다. ⓒ 윤성효

지방자치단체가 국회를 상대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청구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헌재는 권한쟁의 심판청구에 대해 180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경남도는 헌재 결정이 나오지 않았다며 진주의료원을 재개원해야 한다는 국회 요구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법원과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진주의료원 재개원 여부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고소·고발, 불법행위 사건 등 수사 이달 말 마무리

또 법적 판단이 남아 있는 분야가 있다. 진주의료원 사태로 불거졌던 고소·고발, 불법행위에 대한 사법기관의 판단 여부다. 보건의료노조·민주개혁연대는 홍준표 지사와 경남도청 공무원 등에 대해 '직권남용' '명예훼손' 등을 제기했고, 경남도는 보건의료노조 등에 대해 '집시법 위반' '공무집행방해' '무고·명예훼손' 등을 제기했다.

고소·고발과 불법행위 사건은 모두 24건이며, 수사 대상자는 44명에 이른다. 이들 사건은 창원지검이 창원중부경찰서로 이첩했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18건은 수사를 마무리해 검찰로 이송했고, 나머지 6건은 이달 말까지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경찰은 이미 마무리 지은 17건 가운데 17건은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1건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경남도청 별관 옥상 철탑에 올라가 고공농성해 주거침입 등의 혐의를 받았던 박석용 지부장과 강수동 민주노총 진주지부장에 대해 경찰은 불구속 의견으로 송치했다.

또 지난 4월 경남도의회 상임위에서 조례안 심의하는 과정에서 야당 소속 두 여성의원이 경남도청 공무원들로부터 감금을 당했다며 고소한 사건에 대해, 경찰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공무원들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두 여성의원을 감금한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회의장으로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문을 막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보건의료노조가 홍준표 지사와 윤성혜 복지보건국장, 박권범 전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에 대해 직권남용·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 등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하고 있다. 야당 인사들도 집시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들 사건에 대해 경찰에 이어 검찰이 어떤 판단을 할지도 관심거리다.

여론은 매각보다 재개원 우세... 펜스 설치 논란

 경남도는 7월 25일 진주의료원 입구에 있는 표지석을 천막으로 가려버렸다.
경남도는 7월 25일 진주의료원 입구에 있는 표지석을 천막으로 가려버렸다. ⓒ 보건의료노조

여론은 어떤가. 진주의료원을 '매각해야 한다'보다 '재개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게 나오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유앤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0월 31일 경남도민 1000명을 대상(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5p)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재개원'은 50.0%, '매각'은 38.0%가 찬성했다.

또 '경남도는 한 달 안에 진주의료원 재개원 방안을 마련하라'는 국회 결정에 대해 '받아들여야 한다'(45.5%)가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38.3%)는 응답보다 많았다. 경남도의회에 발의된 '진주의료원 재개원 조례안'을 '통과시켜야 한다'(48.2%)가 '통과시키지 말아야 한다'(32.9%)보다 높았다.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경남도는 '재산 보호' 등의 이유를 들어 지난 5일부터 진주의료원 바깥 둘레 전체에 펜스를 설치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본관 뒤편 호스피스병동에 있는 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지부 사무실을 퇴거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노조는 "진주의료원은 이미 출입이 통제돼 있고, CC-TV까지 설치되어 있어 펜스를 설치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적자와 부채를 진주의료원 폐업의 이유로 내세우고 도민혈세를 낭비할 수 없다며 폐업을 정당화시킨 홍준표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하기 위해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 뒤 8개월이 지나도 계속 논란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도 진주의료원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은 진주의료원과 관련한 논란을 끝내도록 할 것인지 궁금하다.


#진주의료원#홍준표 경남지사#창원지방법원#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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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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