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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완주군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지역 농민이나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 등을 판매하는 현대화된 장터로서 올 상반기에만 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북 완주군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지역 농민이나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 등을 판매하는 현대화된 장터로서 올 상반기에만 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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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직원이 매장 문을 열려고 새벽 6시에 나오면 벌써 농민들이 좌악~ 줄을 서서 기다려요. 먼저 들어가려고... 먼저 들어가야 잘 보이는 좋은 자리에 자기 농산물을 진열할 수 있거든요. 다 농민들 스스로 하는 거예요. 재고 수거도 농민들이 알아서 하고, 우린 그냥 판매만 한다니까요."

로컬푸드 직매장을 마련해 소위 '대박'을 맞은 전북 완주군 용진농협 이중진 상무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열변을 토했다. 매장 문을 연 지 겨우 2년째,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하지만 성공 사례를 취재하고 벤치마킹하러 방문자가 쏟아져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곳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농민과 농촌을 위해 존재해야 할 농협, 그러나 농민들에게는 시중은행쯤으로 비쳐지는 게 현실이다. 특히, 애써 가꾼 작물의 판로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농민들에게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는 범접하기 어려운 대형매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농협이 주목해야 할 곳은 외지 농산물이 넘쳐나는, 심지어 '구색을 갖춘다'는 미명 아래 다국적 과일까지 판매하고 있는 '하나로마트'가 아니라 바로 '로컬푸드 직매장'이다. 자치단체와 농협의 공통의 지상과제인 '농촌경제 활성화'와 '지역경제 선순환'을 위해선 더더욱 그렇다. 이 같은 사실은 전북 완주군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채 100평도 되지 않는 260㎡ 규모의 이 작은 매장의 하루 매출액은 3300여만 원이며, 올 해 매출액은 1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하루 이용자만 1400여 명이니, 이 정도면 대형마트가 부럽지 않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완주지역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직거래장터다.

용진농협, 전국에서 최초 로컬푸드 직매장 개설

 전북 완주군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소비자들이 농산물을 구입하고 있다. 이 곳에 진열된 농산물들은 생산자인 농민들이 직접 포장하여 가격을 책정, 바코드를 붙인 후 진열한 상품이다. 이를 농협은 10% 정도의 수수료를 받고 판매해 주고, 농민들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판매상황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재고관리를 한다.
 전북 완주군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소비자들이 농산물을 구입하고 있다. 이 곳에 진열된 농산물들은 생산자인 농민들이 직접 포장하여 가격을 책정, 바코드를 붙인 후 진열한 상품이다. 이를 농협은 10% 정도의 수수료를 받고 판매해 주고, 농민들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판매상황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재고관리를 한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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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처음으로 로컬푸드 직매장을 개설한 용진농협은 새로운 농산물 유통 경로의 모델을 제시하면서 전국적인 로컬푸드 직매장 열풍을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실시한 농산물 직거래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로컬푸드에 숨어있던 기적을 찾아낸 용진농협 이중진 상무의 말을 빌리면 "우리네 어머니들이 손수 가꾼 농산물을 내다 팔던 전통시장을 로컬푸드 직매장 속으로 옮겨놓은 형태"다. 하지만 농협이 지역의 농산물을 수매해 판매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농업인 '스스로' 모든 것을 책임지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용진농협과 출하약정을 맺은 농가는 이른 새벽 자신의 밭에서 수확한 각종 채소와 과일 등 농산물을 들고 나와 선별은 물론 포장까지 도맡아 로컬푸드 직매장에 마련된 매대에 진열한다. 가격도 스스로 정하고, 실시간으로 로컬푸드 직매장 안을 볼 수 있도록 용진농협에서 개발해 보급한 스마트폰 앱을 통해 물건이 다 팔리면 수시로 채워놓기도 한다.

용진농협은 ▲ 완주지역 농산물 및 잔류농약검사 농산물만 취급 ▲ 신선농산물 1일 유통제(당일 재고 농업인 수거) 등 기본적인 원칙만 세우고 로컬푸드직매장 개입을 최소화한다. 또 ▲ 소포장실, 잔류농약검사시설과 같은 각종 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교육과 판매, 운영, 정산, 홍보 등 지원사업만 벌인다.

10% 수준의 판매수수료는 직원 인건비와 관리비 등 최소한의 경비를 제외하곤 다시 로컬푸드 직매장에 재투자한다. 로컬푸드 직매장이 입소문을 타면서 소비자들이 몰리는 변화가 일어났다. 완주 지역 주민은 물론, 가까운 전주 시내의 도시민들이 자동차를 타고 와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우리 지역에서 생산한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가장 신선하고 안전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길을 알게 된 것이다. 더 이상 가락동시장을 거쳐 다시 지역으로 내려와 판매되는 '덜' 신선하고 '더' 비싼 다른 곳의 먹거리를 구매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오늘 아침 밭에서 따온 채소와 과일을 그 날 바로 식탁에서 먹을 수 있게 된 것. 그러다 보니 농민은 익지도 않은 과일을 미리 수확할 필요도 없고, 소비자는 더 싱싱하면서도 잘 익고 품질 좋은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농민들도 신이 났다. 로컬푸드 직매장을 활용하면 고질적인 다단계 유통구조가 사라져 땀을 흘린 만큼 제값을 받을 수 있어 당연히 실질소득이 많아진다. 또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되면서 지속적인 영농활동이 가능해졌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지역순환경제 전진기지

 '로컬푸드 직매장' 성공을 이끈 전북 완주군 용진농협 이중진 상무가 농민들 스스로 포장하고 가격을 책정하여 바코드를 출력, 부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시스템을 설명해 주고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 성공을 이끈 전북 완주군 용진농협 이중진 상무가 농민들 스스로 포장하고 가격을 책정하여 바코드를 출력, 부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시스템을 설명해 주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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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로컬푸드 직매장이 활기를 띠자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소비자와 농민 모두 용진농협을 신뢰하게 되어 농협의 신용부문의 실적까지 껑충 뛰었다는 것.  즉, 돈의 흐름이 소비자에게서 농협을 거쳐 농민에게 흘러가고, 소득이 많아진 농민은 다시 농협에 이를 예치하고, 농협은 이를 다시 지역주민과 농민들에게 혜택으로 돌려주고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이 지역순환경제 전진기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처음 3농가에서 시작된 로컬푸드 직매장에는 현재 350여 농가와 20개 마을기업이 농산물과 가공품 등을 출하하고 있다"며 "또 500여 농가가 로컬푸드직매장에 농산물을 출하하기 위해 교육을 받고 있다"고 이 상무는 설명한다.

그는 이어 "사람들은 신용사업만 해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는데, 왜 농협이 힘들게 로컬푸드 직매장까지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면서 "그 이유는 바로 농협의 존립목적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윤추구가 아닌 농민과 지역사회를 향한 용진농협의 경영철학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이만큼 성공하기까지 참 힘들었어요, 왜 이걸 해야 하는지 이사들 설득해야지, 농민들 교육해야지, 벤치마킹하러 전국으로 해외로 돌아다녀야지, 또 새벽마다 매장 문 열어야 하고, 주말도 없으니, 그 고생 말도 못해요, 우리 직원들 다 동상 걸렸다니까요"라면서 고생담을 털어놓았다. 그리고는 "그런데 어떻게 해요? 해야죠, 이런 게 농협이 할 일 아녀요?"라고 말했다.

'얼굴 있는 먹을거리,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행복한 완주로컬푸드'가 헛구호가 아님을 증명한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수년째 로컬푸드의 필요성만 되뇌고 있는 농협들이 눈여겨 볼 곳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충남경제진흥원과 충남미디어발전위원회에서 공동으로 주관하여 시행, 취재한 것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앞으로 '지역경제, 선순환이 해답이다'라는 주제로 국내외 선진사례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로컬푸드#지역경제 선순환#지역순환경제#용진농협#로컬푸드 직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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