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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예산(31)씨가 11월 18일자로 충남 예산군공무원에 임용돼 예산읍사무소 도시산업과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예산씨의 예산군공무원 입성은 그의 이름과 연관돼 첫날부터 많은 이들에게 기분 좋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예산에서 태어나 예산초, 예산중, 예산고를 졸업한 예산씨는 대학진학과 군생활, 직장생활 등의 이유로 10년동안 타지에 머물다가 다시 예산으로 돌아왔다.


예산씨의 할아버지는 "지역이름을 따면 큰 인물이 된다, 예산에서 태어났으니 예산이라고 하자"며 한자까지 똑같은 이름을 지어주셨다고 한다. 전북 익산 출신인 예산씨의 아버지(소병희 예산군청 문화재담당)는 "나는 처음 예산에 와서 타관을 타 너무 힘들었는데, 내 아들은 예산서 태어났고 이름도 예산인 확실한 예산사람이니 그런 차별은 받지 않을 것"이라며 크게 만족해 했다고 한다. 하지만 예산씨는 이름 때문에 주목 받는 것이 어렸을 때는 너무 불편하고 심지어 창피하기도 했다고 한다.

 

"친구들이 '소예산이니 작은 예산'이라며 그렇게 부르기도 했고, '소예산이 아니라 대예산'이라며 그렇게 부르기도 했어요. 또 이름이 특이하니까 선생님들이 자꾸 발표를 시키시는 거예요.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발표를 할 때면 왜 이런 이름을 지어주셨나 원망스럽기도 했죠."

 

이름과 관련한 에피소드는 너무나 많다. 대학 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

 

"동아리 신입생환영식에서 이름 빨리 외우기 게임을 하는데 모두들 제 이름이 특이하니까 전부 저를 지목하죠, 저는 다른 사람들 이름을 다 외워야 하니 계속 걸리죠, 그래서 벌칙을 계속 받았습니다. 덕분에 동기들 이름을 제일 먼저 외운 사람이 되긴 했지만요."

 

그는 스무살 무렵이 돼서야 자신의 이름을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 살다보니 이름 덕분에 남들보다 쉽게 관심을 받고, 사람 사귀기도 유리하고, 잘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것.

 

예산씨의 이름은 예산에서 뿐만 아니라 타지에 나갔을 때 더 빛을 발했다. 예산 지역을 아는 사람은 아는대로,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대로 "충남 예산할 때 예산이냐?" "예산이 시냐, 군이냐?" "예산이 어디에 있냐?" 같은 질문을 하곤 했다. 비슷한 질문에 답변을 하다보니, 그는 어느새 예산소개를 누구보다 잘하는 예산군 홍보맨이 됐다고.

 

공무원시험 준비 2년 만에 합격한 예산씨는 사실 지난해 경기도 안양시 공무원임용시험에 지원했다가 답안을 밀려쓰는 바람에 낙방한 경험이 있다.

 

"이름도 그렇고, 아버지도 계신데 예산군 공무원이 돼서 잘하면 좋지만 잘 못하면 더 망신이잖아요. 그래서 좀 벗어나려고 했던 거죠. 근데 떨어지고 나자 친구들이 '넌 예산으로 갈 팔자'라고 하더군요. 저도 제 운명을 인정하고, 뿌리박을 각오로 올해 예산군에 지원했습니다."

 

말끔한 검은색 양복에 연분홍 셔츠를 받쳐 입은 그는 민원인이든, 직원이든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고개숙여 인사하는 새내기 사회인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일과 중에는 개인 인터뷰를 할 수 없다며 기자의 저녁시간을 '정중히' 빼앗았다. 조용하고 밝은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하던 예산씨의 마지막 말에 힘이 실렸다.

 

"부모님께 누가 될까, 예산이라는 이름값을 못할까, 너무 조심스럽고 긴장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거겠죠.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소예산#예산군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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